2003.10 | [문화저널]
시대를 읽는 주제,다양한 변주 아쉽다
신방흔(2005-01-05 15:13:01)
경기와 강원지역을 제외한 우리나라 남부지방 전체의 종합현대예술제인 남부현대예술제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시실에서 9월 2일부터 9일까지 열렸다. 양화와 조각, 동양화에 이르는 모든 장르의 현대적 해석을 주제로 삼고 있는 이 대규모 예술제는 올해 19회의 연혁을 기록하고 있다. 참여작가만 해도 400여명을 헤아리며, 특히 전시 그 자체를 제주에서부터 전주, 광주, 대전, 목표, 울산, 창원, 전주 등등 우리나라 대도시를 두루 순회하며 열리고 있어, 명실공히 우리나라 현대예술의 현 지점을 알게 하는 예술제라 하여도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없으리라 본다.
이 모든 것과 함께 이 전시의 가장 큰 의미라고 할 것은 각 지역문화의 집성을 볼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호남과 영남지방, 제주와 지방 대도시를 포괄하는 각 지역상의 특성을 현대미술적인 해석을 통해 가늠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각 개별적인 작가는 고유한 양식창출과 그 숙련도에 기반한 제작을 영위하는 것이겠지만, 각 개인의 역사는 그 시대와 지역에 선험적으로 주어지는 문화적 특성에 의식적으로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받고있는 것이 사실이며, 그러므로 개인의 창조는 주어진 그 시대의 문화적 환경에 대해 비교적 부차적인 것이다라는 해석을 우리는 어느 정도 수긍한다. 개인은 그러한 시대적 미학을 자신의 개별적 역사를 기반으로 주체적 해석과 창조를 이루어내는 것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선험성과 기본 구조를 역량 있는 작가들이 초월하여 가는 것이 예술의 역사이지만 말이다. 이러한 점에서 각 지역의 작품들을 한 자리에 아울러 보는 것은 우리나라의 전체적인 한국적 미감의 특성을 각 지역별로, 그리고 동시에 전체로서 가늠하여 보기에도 유효한 지점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만으로도 남부현대미술제는 중요한 전시이겠으나, 좀 아쉬운 것은 각 개별적 작업들의 집합이 모여서 좀 더 큰 시너지 효과를 가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없지 않다. 예를 들어서 작가들은 모두 개별적인 특성의 작업을 하더라도 커다란 주제를, 이 시대의 형이상학이나 미학에 부응하는 주제를 가지고 작업을 한다든지, 아니면 큰 주제 아래 몇 개의 세부 실행주제들을 가지고 작업하여 본다면, 보다 공통된 생각으로 주제에 접근하고 표현을 집약시켜보고, 비교하여 보기에도 효율적인 점이 있을 것으로 기대될 것 같다. 지역별로 해석의 강도도 틀릴 것이고, 잠재적인 성향들이 지역마다 서로 다르게 나타날 것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자칫, 행사와 규모위주로 나열식의 집합에 빠지기 쉬울 수 있는 이러한 대규모 기획전의 위험을 다소나마 감소시키는데도 의의가 있을 것이다. 이것은 작가의 자율성을 해칠 우려를 낳게 하기도 할지 모른다. 대규모 전시가 효율적으로 주제를 운용하기도 어려울지 모른다. 그러나 큰 주제와 함께 하부(세부)주제들을 가지면 작가들도 접근하기가 수월할 것이고, 서로의 사고의 띠를 형성하면서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변주들을 수용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다고 본다.
남부예술제는 연혁이 이제 20여회에 이르니 명실상부하게 이 전시의 깊이와 영향의 강도를 높여갈 수 있는 시점에 있다고 보여진다. 청장년층과 중견작가들을 아우르며, 양화와 조각, 동양화, 퍼포먼스에 이르기까지 장르 구분도 넘어서는 이 전시가 앞으로도 보다 큰 축제와 열림의 장으로 더욱더 활성화되기를 기원한다.
신방흔 | 영국 univ. of Leeds에서 미술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술사와 미술비평을 전공했으며, 현재 군산대 교수로 있다. 저서로 『대상과 존재사이에서(1998)』 『시각예술과 언어철학(2002)』 『문화컨텐츠를 위한 시각예술과 대중문화(2002)』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