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 | [문화시평]
뜨겁다!10대들의 연극 열정
조민철 전주연극협회 회장(2005-01-05 15:11:30)
고등학교 연극반과 인연을 맺은 것이 벌써 십 수년이 흘렀다. 처음 대했던 그들은, 미지를 갈망하는 강렬한 눈빛과 다소 어색한 긴장감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어쩌면 맹목적이기까지 한 그들의 열성은 기대에 넘쳤고 서툰 말과 몸짓은 눈물겨웠다. 학업과 병행하는 혹독하리만큼 무거운 짐과 이해를 모르는 부모님과의 전쟁을 그렇게 치러대고 있었다. 일련의 연극작업과정을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도, 공연을 직접 겪지 않고도 신이 나고 흥이 났었다.
그 시절의 옹색했던 발표 환경을 일깨워 일곱 해를 맞았던 청소년연극제는 그동안 전수되어온 노하우와 더해진 열정으로 정점에 달했다고 할 만하다. 9월3일부터 8일까지 전북소재 12개 고교가 참여해 전북예술회관에서 열린 금년 연극제는 자체창작희곡이 두 편이나 선보여졌고 전체적인 수준도 놀랍게 향상되었다. 학교의 관심과 지원은 더해졌고 참가한 학생들의 무대매너도 상당히 세련되어졌다. 집단적 경험이라는 연극특성에도 부합하는 응집력과 힘든 연습과정의 노정이 무대 위에, 무대밖에 발현되었다. 이 연극제를 계기로 문화예술을 접할 기회가 없던 다른 학생들도 현장예술을 접하는 기회를 가졌고 그 재미를 나누고 새기기도 했다. 학생들은 기성연극이 가지지 못한 풋풋한 기운을 최악의 조건에서도 알뜰하게 살려냈고 그 기운은 차라리 기성을 가르칠 만했다.
그 많은 미덕에도 불구하고 아쉬웠던 몇 가지 점을 이야기해 보고자함은 계속 될 청소년연극제의 발전에 작지만 소중한 지침이 되지 않을까 하는 바람에이서다.
먼저 연습과정과 공연은 진지한 자세로 행해져야 한다. 공연은 연습의 결과이기에 과정을 엿볼 수 있는 창이다. 뚜렷한 목적의식과 작품에 대한 해부학적 연구, 심혈을 기울인 스텝진의 노력, 배우들의 희생적인 열정이 한데 어우러져야 비로소 작품다운 작품이 무대에 오를 것이다.
그리고 연극은 인간의 다양한 삶의 대리 체험이라는 점에서 진실하고 살아있는 표현을 구현해야 한다. 유희본능에 치우쳐 현란한 테크닉과 즉각 반응에만 예민해져 있으면 저급문화를 잉태하고 마는 것이다.
또한 청소년 연극답게 자기또래의 이야기나 정서적, 경험적으로 능히 감당할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행위자들을 넘어서 지켜보는 대다수의 관객이 고등학생임을 감안하면 더욱 자명해진다. 무대와 객석의 원활한 교감은 현장예술이 가지는 첫째 미덕이기에 더욱 그렇다. 제대로 된 이해는 감동을 부산물로 낳는다 하겠다.
끝으로 선민의식에 버금가는 자부심을 가지라는 이야기이다.
자부심은 자신감을 낳고 그것은 은근과 끈기로 작용해 윤택한 과정을 보장해주고 뿌듯한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개인적인 자부심과 단체의 자부심이 합해지면 이제는 전해주고 싶은 욕구가 발동하여 그것은 그 학교 고유의 전통이 될 것이다.
이상에서 열거한 몇 가지 노력 이외에도 많은 접근방법이 있겠지만 차라리 참담하다할 고교연극의 현실을 감안할 때 이번 연극제를 통해 드러난 결과는 대견스럽기까지 하다.
특히 앞에서 언급한 재학생과 해당 연극반 출신 졸업생이 쓴 창작희곡은 고교생에 적확한 주제와 배경을 다뤄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었고 완성도면에서도 상당한 평가를 받았다. 이는 연극의 첫 번째 요소인 희곡부터 전 과정을 모방이 아닌 순수창작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성극단도 이루기 힘든 일을 천연덕스럽게 하고 있는 것은 청소년연극이 확실한 자리 매김을 한 반증이고 전북연극의 미래로 대접받기에 충분해 졌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이제 지면을 빌어 이번 청소년연극제에 출전한 모든 학생과 선생님들에게 감사와 존경을 표한다. 또한 더 나은 결과를 위해 끝없이 정진해나가시길 빌어본다.
조민철 | 1962년 생. 전북대를 졸업하고 1988년 창작극회에 입단해 배우로서 연극인생을 시작했다. <꼭두 꼭두> <맹진사댁 경사> <강 건너 안개 숲>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으며, <용띠 개띠> <굿나잇 굿닥터> 등을 연출했으며, 계원연극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