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0 | [문화저널]
자유와 실험이 머무는 곳 '자코'
김회경 기자(2005-01-05 15:03:16)
30평 남짓한 크지도 작지도 않은 공간, 자유롭고 실험적인 무대로 탄탄한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이름을 얻고 있는 '자코'. 장르간 결합을 통해 좀처럼 감상할 수 없는 독특한 무대를 꾸려가고 있는 이곳은 자유로운 음악 정신을 발휘하고자 하는 음악가들과 새로운 음악에 목말라하는 마니아들 사이에 다리를 놓아주며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북대병원 앞에 자리한 '자코'는 재즈 애호가 채광석씨가 재즈 라이브 클럽을 향한 갈증을 직접 풀어보고자 3년 전 문을 열었다. 1950년대 미국 뉴올리언즈 재즈클럽의 분위기를 옮겨온 듯한 독특한 인테리어와 가구는 채씨가 직접 고안한 것이어서 공간 운영자의 톡톡 튀는 감각이 또 다른 즐거움을 주는 곳이다.
'자코'는 주로 젊고 실험적인 음악가들이 발길을 옮겨놓고 있다. 퓨전재즈와 프리뮤직, 크로스오버 국악 등 아직 대중들의 귀에 익숙하지 않은 조금은 생소한 음악들이 연주된다. 지역 락그룹 '넬'과 퓨전재즈밴드 '맛있는 관계', 크로스오버 국악을 추구하는 '오감도', 백제예대 학생들로 구성된 모던 재즈그룹 'Take Five' 등 지역의 젊은 뮤지션들이 그들만의 색깔 있는 음악세계를 풀어놓으며 대중들과의 만남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전국에서 소문난 재즈 음악가들이 관심을 갖고 찾아들면서 새로운 명소로 부각되고 있다. 올 초, 프리뮤직 연주자 강태환씨와 박재천씨, 박미연씨 등 내로라 하는 음악가들이 자코에서 공연을 갖고 지역팬들과 만남의 자리를 가졌다. '자코'의 음악세계를 추종(?)하는 '자코 라이브 동호인 클럽' 회원들이 십시일반 정성을 모아 만나고 싶었던 음악가들을 초청해 음악감상의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자코'는 실험적인 음악을 시도하는 음악가들과 새로운 음악을 접하고 싶어하는 음악애호가들을 이어주고, 지역 음악인과 예술가 사이에 연결고리를 만들면서 장르간 결합을 촉진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올 12월로 운영 3년째를 맞게 되는데, 그동안 매주 빠뜨리지 않고 정기공연과 초청공연을 마련해오면서 음악 애호가들이 피워내는 문화의 향기, 그 저력을 유감 없이 발휘하고 있다.
'자코'의 채 사장이 확보하고 있는 제3세계 음반도 '자코'의 매력을 더해주고 있다. 아랍권과 아프리카음악 등 접하기 힘든 다양한 민족음악들을 감상할 수 있어 진정한 음악 애호가라면 한번쯤 들러야 할 공간이다.
1년에 한 두번은 작은음악회를 갖고 재즈와 클래식, 국악 등 다양한 음악의 향연을 펼치며 상업적 공간보다는 독특한 향기가 있는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무엇보다 젊은 음악가들이 장르와 관계없이 한 자리에 만나 음악적 접목을 시도할 수 있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는 데 '자코'만의 특별함이 담겨 있다.
채 사장은 "주인이 좋아서 하는 수밖에 없다. 생소한 음악을 추구하는 공간이라 일반인들의 발길은 그리 잦지 않아 상업적인 이익은 애초에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사람들과의 연결고리를 계속 만들어가면서 새로운 음악, 도전과 실험성 짙은 음악을 하고자 하는 뮤지션들의 충실한 무대공간으로 채워 나가고 싶다"고 말한다.
'자코'는 채 사장이 좋아한다는 전설적인 재즈 베이스 연주자 자코 페스토리오스의 이름에서 따왔다. "자유롭게 음악을 발표하고 선보일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연주자도 성장할 수 있다." 채 사장이 '돈 벌이'가 안 되는 이 공간에 애착을 갖는 이유다. | 김회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