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0 | [특집]
전시는 전시장에서만 해야한다?
구혜경 객원기자(2005-01-05 15:00:15)
작가들의 전시공간 개념이 바뀌고 있다.
현대미술이 다양화되고 다변화되는 가운데 작가들은 자기 작품과 외적으로나, 내적으로 가장 밀접한 장소를 전시공간으로 선택하는 것에 의식하고 있다. 이것은 작가들이 작품제작만을 작업활동으로 규정짓는 것이 아니라 보여지는 방식에까지도 그 의미를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작가들은 도심의 한 거리, 폐허, 공장, 하천 둔치, 작가 작업실 등 자기 작업과 가장 잘 맞는 전시공간이 있다면 어디든지 선택하여 자유롭게 디스플레이 되고 관람되기를 바란다.
작가들이 가장 밀접하게 생각하는 전시공간이 있다면 그것은 작가 자신이 작품제작을 하는 작업실일 것이다. 작가의 모든 삶과 고민이 구석구석 배어들어 어떤 수식어를 붙여 작품을 설명할 필요 없이 자연스럽게 작가와 작품 전체를 볼 수 있는 그런 장소말이다. 요즘 지역에서도 몇몇 작가들이 오픈스튜디오를 가진다. 이것은 작가들이 근사하게 개인 전시장을 갖는다는 개념이 아니라 자신이 작업하는 공간을 일정기간 오픈하여 전시를 갖는 것이다. 한때 전원에 멋드러진 개인 전시장을 갖추고 서양식 파티라도 하듯이 부의 상징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지금 작가들이 하고자 하는 오픈스튜디오는 작업실 주변의 모든 사물과 자연과 공간을 있는 그대로 활용하여 내 삶과 내 작업을 고스란히 오픈하고자 하는 것에 그 의미를 둔다.
오픈 스튜디오가 가지는 매력이 있다면 시간으로부터 자유로워질수 있다는 것이다. 미술관이나 화랑등 전시장들은 앞뒤로 빽빽하게 전시들이 몰려있어 한 차례 태풍이 지나가듯 순식간에 디스플레이 되어야하고, 그렇게 전시를 끝내버린다. 너무나 소모적인 통과의례적 전시에 작가들은 물론 작품들도 지치고 보는 사람까지도 그저 스쳐지나쳐 버리기 십상이다. 그것에 비해 오픈 스튜디오는 제작공간 자체가 전시장으로 변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고민하면서 작품성격과 맞는 디스플레이에 전념할 수 있고, 관람을 원하는 사람은 언제든지 여유있게 즐기면서 감상할 수 있는 주위환경이 만들어진다.
또 다른 매력은 전시를 위해 소요되는 경비가 절감된다는 것이다. 최근에 오픈 스튜디오를 했던 작가 최영문씨와 이경태씨도 이 부분을 무시할 수 없는 큰 장점이라고 솔직히 말하고 있다. 작가는 작품제작 뿐 아니라 전시를 위해 소비해야하는 비용이 많아 심지어는 빚까지도 감수해야되는 상황들이 생기지만 작업실에서 할 경우 거의 전시진행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많은 작가들이 그렇듯이 작품제작에만 몰두하다보면 작품과 공간과의 관계에서 오류들이 발생되는데 그것도 바로 보완될 수 있고, 전시하는 기간동안 따로 시간을 만들어야하는 것이 아니라 전시하면서 제작도 지속적으로 할 수 있어 시간활용도 커진다.
그렇다고 오픈스튜디오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작가에게 작업은 생활이듯이 생활전체가 오픈된다는 것은 작품이해를 용이하게하고 친밀감을 갖게 한다는 장점임과 동시에 의도적이지 않은 작품이상의 것을 노출시켜야 된다는 부담감도 작용한다. 또한 거리상의 문제가 있어 손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계획하에 방문해야하는 수고로움도 동반한다. 이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최영문씨는 사이버 전시도 함께 하면서 거리상의 문제를 극복하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함께 하면 홍보효과도 두배가 될 뿐아니라 전시장에서 볼 수 있는 것 외에 다른 이벤트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작가가 작품제작 뿐아니라 그 외 부가적인 활동이 필요하지만 작품을 위해 하는 모든 행위를 작품활동의 범주에 포함시킨다는 큰 영역이 만들어진다.
작가들은 아직까지도 근사하게 만들어진 작업실만이 오픈할 수 있다는 의식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꼭 그렇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작품과 맞는 전시공간을 설정하고 싶다면 어떤 작업실이든 오픈스튜디오 개념이 가능하다는 생각에 돌입해야할 것이다. 이제 전시공간이라는 개념은 공간에 작품을 끼워맞추듯 진열장에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작품을 위해 공간을 설정하고 만들어 생활속에서 같이 호흡하면서 느끼는 것이다. 그것은 꼭 오픈스튜디오 뿐만이 아니라 어떤 공간이든지 자신의 작품과 맞는 공간이라면 과감하게 찾아 들어가야 할 것이다. | 구혜경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