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0 | [문화가 정보]
꿈의로 지은 날개 옷, 희망 행해 날다
김회경 기자(2005-01-05 14:55:05)
경쾌한 음악과 현란한 조명 아래 꿈의 날개가 푸득인다. 휠체어와 목발에 몸을 의지했지만, 진지한 표정과 몸짓은 바로 희망과 꿈을 향한 힘찬 날개짓이다.
장애우들이 무대에 서는 이색 패션쇼 현장. 리허설이 한창인 공연장에선 어색한 동작에 수줍은 웃음들이 피어오르지만, 오늘만큼은 관중들을 사로잡을 멋진 '모델'로 서겠다는 풋풋한 열정들로 가득하다. 새로운 도전, 그 진지한 열기만으로도 아름다운 풍경이 만들어진다.
한국희망본부가 주최하고 한국의류학회 전북지부가 후원하는 장애우 패션쇼가 9월 3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펼쳐졌다.
Dream Festival '꿈의 날개를 펼쳐라'. 지난해 첫 선을 보인 장애우 패션쇼가 예상밖의 호응과 관심을 모으면서 올해는 좀 더 행사의 규모를 넓히고, 무대공간도 화려하게 치장했다. 장애우들의 몸을 생각하는 기능성 의상에 대한 의류학계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면서 단순한 '볼거리' 행사나 이벤트에 머물지 않고 장애인들에 대한 배려와 이해를 한 단계 높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한국희망본부 한기창 본부장은 "지난해 패션쇼를 치른 뒤 장애우 복식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는 걸 보고 보람을 느꼈다"며 "장애우들이 얼마나 건강하고 아름다운 지 패션쇼를 통해 널리 알려지고, 장애우들 역시 무대에 서면서 용기와 희망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의 패션쇼 무대에는 한국의류학회 전북지부 회원들과 한국희망본부가 엄선한 '수준급' 모델들만이 무대에 오를 수 있는 영광이 주어졌다. 밝은 표정, 하고 싶은 의지가 모델 선발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었다.
패션쇼에 선보일 의상은 한국의류학회 전북지부 회원들이 직접 장애우를 만나 그들의 신체조건을 꼼꼼히 따져 멋과 기능을 충실히 살려낸 작품들이다. 일반 패션쇼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소박하고 편안한 아름다움과 은근한 멋이 장애우 패션쇼의 차별점이다.
한국의류학회 전북지부 조진애 회장(원광보건전문대 의상디자인과 교수)은 "기능성과 예술성을 적절히 균형을 맞춰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했다"며 "섬유의 소재부터 장애우들의 신체 상태를 고려해 기능적으로 제작된 것들이다"고 설명한다. 디자이너 24명이 참여해 모두 44벌의 옷이 완성됐다.
디자이너들과 장애우들이 만나 옷이 제작되고 행사 한달 전부터 무대 워킹이며 모델들끼리 호흡을 맞추는 등 맹연습이 진행됐다. 그리고 오늘, 28명의 모델들이 공연 제목 그대로 꿈의 날개를 펼친다.
무대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소건영(1급 지체장애, 늘부름 성결교회 목사)씨. 동료 모델들의 활약을 지켜보면서 흐뭇한 웃음만 짓고 있다. 긴장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아직 뭐가 뭔지 얼떨떨하지만 이런 기회가 주어져 감사하다"며 "새로운 경험이어서 기대된다"고 덧붙인다. 그는 '얼떨떨한' 상태였지만, 무대 위에서는 훌륭히 자기 몫을 해냈다. 휠체어를 굴리며 차분히 워킹을 하고, 환한 웃음으로 손을 흔들어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장애우 패션쇼는 서울과 해외 공연도 계획중이다. 한국희망본부가 전국 최초의 장애우 패션쇼를 열면서 장애인 복지사업 관계자들과 의류학회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계기를 만들었고, 그 결실이 조금씩 전파되어 가고 있는 중이다.
무대에 올라 넘치는 끼를 마음껏 발산하며 멋진 턴을 보여주는 여성 장애우, 맹인견과 함께 무대에 선 시각장애우. 객석은 이들의 아름답고 당당한 모습에 박수갈채를 아끼지 않는다.
장애우들의 각별한 패션쇼는 우정과 격려가 한데 어우러져 온기 가득한 공간으로 채워졌다. 화려하고 규모 있는 무대, 화려한 조명 아래 관객들의 시선을 받으며 자신감과 희망을 보았을 장애우들, 그리고 그들과 함께 호흡하며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했을 관객들. 더불어 살아가는 삶, 서로를 마주하며 격려하는 삶, 그 소중한 가치를 가슴마다에 깊이 품고 돌아갔을 터였다. | 김회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