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0 | [문화가 정보]
새 지평 여는 문예운동의 시작
김회경 기자(2005-01-05 14:50:46)
건강한 문화예술인조직을 표방하며 지역 문화계의 관심을 모아온 전북 민예총이 9월 5일 전주역사박물관 녹두관에서 창립대회를 갖고,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전북 민예총은 문화예술인들의 사회적 의무를 살피면서 진보적 문화운동의 맥을 잇고, 지난 1988년 출범한 한국민족문화예술인총연합(민예총)의 시대정신과 사업 노선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전북 민예총이 문화 자체가 힘을 갖는 시대에 예술인의 복지와 사회적 발언의 수위를 높이면서 건강한 문화운동의 지향과 흐름을 살펴나가겠다는 의지를 천명함으로써 전북지역 문화예술계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날 창립대회에는 전북 민예총 회원 40여명이 참여해 전북 민예총 규약안을 통과시키고 창립 선언문을 채택, 건강한 문화대안세력으로의 첫 출발을 알렸다. 이 자리에서 창립준비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조직 출범의 결정적 동력을 제공했던 군산대 최동현 교수가 전북 민예총 지회장으로 선임됐으며, 부지회장에 송만규(화가)·이무재(사진가)씨가, 사무처장에 김선태(풍물)씨가 선출됐다.
전북 민예총은 창립선언문을 통해 "우리의 잠재적 역량을 한 곳에 결집시킬 수 있는 연합 문예운동 단체를 건설함으로써 문화예술인에 대한 지역사회의 요구에 부응하고, 민족사의 전진에 기여하고자 한다"면서 "전통문화의 가치를 재인식하고, 선인들이 가꾸어 온 자랑스런 문화유산을 예술활동을 통해 계승하고 발전시킴으로써 민족 문화의 발전에 공헌할 것을 다짐한다"고 밝혔다.
전북 민예총은 문학, 미술, 풍물, 무용, 영화, 사진, 연극, 음악, 문화기획, 서예 부문으로 장르를 나누고, 분과별 사업을 활성화하는데 초기 활동의 목표를 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민예총 출범으로 기대가 실리고 있는 정치적 발언과 사회참여, 문화예술정책에 대한 비평과 제안 등은 회원들의 결속을 튼실히 하고 조직의 힘이 모아질 때 회원들의 이해와 요구, 정치적 견해 등을 섬세하게 살피면서 신중히 진행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최동현 지회장은 "지금은 전투적인 투쟁이 필요한 시기가 아니기 때문에 이념 중심으로 회원들이 모이기는 어려운 시점"이라며 "처음부터 지나치게 정체성을 요구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는 만큼 회원들의 결속력을 강화하는데 초기 활동의 목표를 잡아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방향성을 근거로 올 하반기는 무용과 음악, 풍물을 중심으로 한 연합공연과 민족통일 기원 장승굿 등의 사업이 예정돼 있다.
전북 민예총 출범은 '문화분권 시대'라는 새로운 시대적 조류가 형성되고, 문화예술분야가 경쟁력을 갖추면서 새 시대와 감성에 맞는 문화 대안세력이 필요하다는 공감 속에서 지난 7월부터 본격적인 논의가 불붙기 시작, 2개월만에 창립대회로 결실을 맺었다.
그동안 새로운 조직체 건설에 대한 논의가 힘을 얻지 못하고 지지부진했던 상황에서 이번 전북 민예총 출범은 문화예술인들의 적극성과 추진력을 보여준 기회였지만, 조직이 안고 있는 부담이나 안팎의 우려도 적지 않다. 조직의 틀과 명칭, 정체성 등을 결정하는 데에 충분한 논의 기간을 거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우려나 노무현 정부 들어 민예총 간부들의 제도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민예총의 틀거리로는 진보적 입장을 견지해 나가는데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불씨로 남아있는 상황. 이 같은 부담과 우려를 어떻게 불식시켜 나갈 것인지가 전북 민예총이 안고 갈 가볍지 않은 과제다.
또 한국문화예술단체총연합 전북연합회(전북 예총)와 전북 민예총을 대립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일반의 시각 역시 극복해 나가야 할 부담이다. 최 지회장이 문화예술인의 건강한 연대를 도모하고, 차별화 된 사업을 펼쳐나가면서 신구 조직 간 조화를 이뤄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도 이러한 편견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
지역 문화계는 전북 민예총이 이같은 부담과 우려를 말끔히 떨쳐내고 지역문화예술의 진보와 사회적 발언을 일궈가는 건강한 조직체로 성장하길 기대하고 있다. 전북 민예총에 쏠리고 있는 기대와 우려는 전북 민예총이 가진 무기이자 스스로를 감시해 나갈 매서운 눈이다. | 김회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