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2 | [매체엿보기]
할말 좀 하시죠?
서정훈 전북민언련 간사(2004-12-09 15:38:25)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한 노무현 대통령이 12일 오전(한국시간 13일 새벽) 첫 기착지인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도착, 미국의 민간 외교정책단체인 국제문제협의회(WAC)가 주최하는 오찬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의 재선 이후 미국과 양국관계에 대한 첫 번째 메시지 성격의 연설을 했다. 이 연설에서 노대통령은 “핵이 자위(自衛)용이라는 북한 주장은 일리 있는 측면이 있다”며 미국의 대북 무력행사, 봉쇄정책은 전면적인 전쟁에 위험이 있다며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발언이 있은 후 소위 말하는 이 땅의 보수신문들의 보도를 보면, 도대체 그들이 이 나라의 신문을 만드는 사람들인지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으며 사회적 책임의식의 부재 속에서 자행되는 언론의 자유에 대한 부작용에 대해서도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이에 대해서 조선일보반대시민연대는 11월17일 논평을 통해 “조선일보는 일방적으로 미국의 국익만을 추구하는 소위 ‘네오콘’의 기관지가 되기로 작정했느냐”고 반문하고, “부시 행정부 ‘온건파’ 파월 국무장관의 퇴장이 확정된 이후 한반도 핵 위기의 평화적 해결에 대한 조선일보의 시비 걸기가 갈수록 가관”이라고 비난했다. 이날 조선일보반대시민연대는 “조선일보가 15일자 사설 <파월 이후의 북핵 대미외교>에서 ‘정부는 한반도 핵 위기 문제 해결에 대해 미국 부시 행정부의 의사를 추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12일 노무현 대통령이 로스앤젤레스에서 북에 대한 미국의 무력행사 및 봉쇄정책에 반대하는 연설을 한 것에 대해 대통령을 ‘북한의 대변인’이라고 낙인까지 찍었다”고 지적했다. 또 “조선일보가 진정 한국의 신문이라면 앞으로 더 이상 ‘네오콘’의 기관지 노릇을 하며 한반도 핵 위기의 평화적 해결에 딴지를 놓는 짓거리는 그만 두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그러나 조선일보반대시민연대의 논평이 나간 다음날 18일 조선일보 김대중 고문의 칼럼 <‘할말은 한다’는 용기>는 미국에 대한 조선일보의 사대주의적 시각을 여실히 드러낸다. 김고문은 국제외교 문제의 원리를 일장연설 하면서 “미국과의 관계가 지금보다 월등히 긴밀하고 친숙해져야 하는 판국에 견해 차이 해소를 위한 노력은 고사하고 부시 면전에서 정상외교의 ABC를 무시한 노 대통령의 용기있는(?) 종횡무진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못할 것” 심지어 이번 노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과 부시를 의식한 컴플렉스의 결과”로 보인다는 독설을 퍼부었다.
국가 간, 국가원수 간의 예의는 나라가 크건 작건 쌍방에게 같이 있는 법이다. 대체 김 고문은 언제까지 이런 글을 쓸 것인가. 그는 어느 나라 국적인가. 칼럼 어느 구석에서도 한국적 견지에서, 노 대통령의 입장에서 바라본 대목이 없다. 이건 노무현 대통령을 ‘고운 시선’으로 봐달라는 주문이 아니라 한 쪽이 아예 배제됐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한국이 미-영에 이어 3위의 파병국으로서 ‘동맹국’으로서의 의리를 지켜주면서 부시의 체면을 세워주며 침략전쟁의 정당성 조장에도 힘을 보탰을 때 미국은 우리한테 뭐라고 그랬나? 주한미군기지 이전을 하면서 이전부지는 물론 이사 비용에 집까지 지어 달라고 하고 고궁에 대사관과 직원 숙소를 짓겠다고 생각하는, 식민지에서나 할 법한 행동을 거침없이 해대는 미국에 대해서 “할말은 한다” 조선일보는 도대체 뭐라고 할말을 했는가?
조선일보나 김대중 주필이나 이 나라의 국민임을 스스로 독립국의 국민임을 자임한다면 미국의 몰상식과 경우 없는 처사에 대해서도 제대로 ‘할 말’을 하는 것이 옳을 것 이다.
“진짜 보수는 민족의 이익을 가장 우선시 하는 것 아닙니까? 북한 핵은 용납할 수 없지만, 동시에 북한에 대해서 군사적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말에 왜 동의를 못합니까?”라는 법륜스님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