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2 | [특집]
문화환경 개선하는 문화기간시설 역할
오건탁 광주시립미술관 관장(2004-12-09 15:32:28)
21세기 문화경쟁시대에 지역미술 문화를 선도하고 발전시키며 지역미술의 학술적 연구의 토대를 구축할 공공미술관으로써 전북도립미술관이 개관하게 됨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역동적이며 다양한 미술관 활동을 기대해본다. 한 지역에 있어 문화기간시설로써 공립미술관의 역할과 의미는 매우 중요하다. 지역미술사료 및 작품의 발굴과 정리, 지역미술의 발전방향 모색, 신예작가 발굴, 작품수집과 보존, 전시기획 등의 연구, 조사, 수집, 전시에 걸쳐 다양한 역할과 기능들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과 소득 향상은 삶의 질을 급속하게 향상시키면서 문화생활을 통해 여가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문화공간의 복합적 이용현상과 더불어 지역 공립미술관은 사회교육기관으로써의 폭넓은 활동까지 요구받게 되었고, 올바를 미술정책을 수립하고 정책으로 연결해 지역 문화예술이 진흥할 수 있는 가교 역할까지 해야 하게 되었다.
이에 전북도립미술관이 지역민의 공공미술관으로써 앞으로 추구해야 할 역할과 운영에 대해 그 동안의 미술관 운영 경험을 통해 얻어진 몇 가지 사안들에 대해 제안을 드리고자 한다.
첫째, 삶의 질을 향상 시킬 수 있는 다양한 전시기획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미술관은 많은 관객과의 만남을 전시기획을 통해서 이루어내고 있다. 그러한 만큼 지역미술을 대변하고 미술인구 저변을 확대할 수 있는 공감 있는 신선한 전시들이 기획되어 선보여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전시기획에는 지역 신진작가들을 발굴하고 지원할 수 있는 전시가 매우 중요하다.
둘째, 어린이와 일반인을 비롯한 미술 소외계층을 위한 다양한 사회교육프로그램의 개발이다. 관람자들이 작품을 편하고 알기 쉽게 이해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미술관의 중요한 역할의 하나이다. 이번 광주비엔날레가 관객 50만 명을 넘어서며 성공적 평가를 받은 것도 관객과 작가의 대화를 통해 작품구상 및 작품을 제작하도록 한 ‘참여관객제도’와 난해한 현대미술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을 해준 도슨트들의 역할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즉 현대 미술의 다양성과 개념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관객과 작품과의 간격을 좁혀주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어린이들은 미술관에서 미술체험 현장교육을 받고 미술활동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가 있어야 하면, 더불어 일반인을 비롯한 문화소외계층과 소외지역에 대한 적극적인 프로그램도 지속적으로 개발해 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직접 현장으로 찾아가는 미술프로그램이 필요하고 특히, 최근에 많은 인구비율을 차지하는 노년층을 위한 실버미술체험 강좌 같은 것도 앞으로 절실히 필요하다.
셋째, 지역인재 육성을 위한 창작지원 제도 확충과 젊은 작가들을 위한 창작스튜디오 개설이다. 우리 미술관에서는 국공립미술관으로서는 최초로 작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1998년부터 유휴공간을 이용해 팔각정 창작스튜디오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 제도는 곧 국립현대미술관에도 파급되어 미술창작스튜디오가 2000년부터 운영되었고, 올해 고양에 23실의 스튜디오와 80평 규모의 옥외작업공간과 전시실을 갖춘 전문스튜디오가 개설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는 지역미술의 토대를 이룰 젊은 작가를 지속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창작활동이 활성화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창작스튜디오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타지역과의 교류프로그램을 비롯해 인적지원과 예산지원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한다.
넷째, 미술관 운영에 대한 이해와 전폭적인 행정의 지원을 통해 작품구입비와 전시기획비 등에 과감한 투자가 이루어져야한다. 문화는 최근 경제성장과 맞물려 커다란 이슈가 되었다. 하지만 각 지자체의 문화부문에 투자하는 예산이나 인력은 아직도 극히 미흡하다고 볼 수 있다. 미술관에 있어서 소장작품은 미술관의 존재근거에 해당할 만큼 매우 중요하다. 체계적이며 과학적인 관리도 중요하겠지만 지역미술사를 정리하거나 컬렉션의 연구를 위해서는 절대 필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전폭적인 예산지원이 필요한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다섯째, 미술관 조직의 원활한 진행과 발전을 위해서는 업무의 세분화와 전문화를 위한 학예연구사나 전문직의 지속적인 인원확충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미술관의 역사는 서구의 미술관이나 우리나라 박물관 역사에 비해서도 현저히 짧다고 할 수 있다. 최근 각 시도에 현대적 시설을 갖춘 미술관이 하나 둘 생겨나고 있는데 이는 미술부문에 하드웨어가 갖추어지고 있다고 보아야 하겠다. 그렇지만 그 시설규모
나 업무에 비해서 전문적인 학예연구사의 인원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미술관의 성패는 전문 인력의 확보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선진화된 외국 미술관의 경우는 교육을 전담하거나 작품을 전문적으로 관리하고 홍보를 하는 전문직이 별도로 조직되어 운영되고 있다. 이는 업무의 효율성과 학예직 개개인의 전문성과 연구의 역량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고 본다. 무엇보다 시작이 중요하다. 대충 시작하는 것 보다는 기초적인 조직과 여건을 갖추고 시작하는 것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현 시대의 미술을 분석하고 기본적 미술관의 사회적 역할을 충분하게 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각 국공립미술관과의 유기적이며 협조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후발 미술관의 경우 기존 미술관과의 생산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예산 절감의 효율성이나 수준 높은 전시기획 교류 등 상호 보완적인 혁신적인 운영방안들도 마련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이제 우리의 미술관들은 적잖게 우리 미술계에 퍼져있는 미술사대주의를 배제하고 우리 미술을 발전시킬 수 있는 역할들을 연구하고 지원해야 한다. 우리 미술은 이제 세계의 주목 속에 국제무대에서 세계적인 작가들이 배출되고 있으며, 그에 대한 결과들이 여러 국제미술제에서 나타나고 있다. 자생력을 확보하기 위한 일관성 있는 문화정책과 지원정책은 우리의 미술을 한걸음 빨리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여 성공적 역할과 평가를 도출할 수 있으리라 기대할 수 있다. 전북도립미술관은 이러한 동시대의 문화예술을 지원하고 육성하는 지역공립미술관으로서 크나큰 역할들을 안게 되었다. 많은 도민들에게 사랑받으며 다가설 수 있도록 다양한 미술관 활동을 통해 문화환경을 개선 확대해야 할 것이다.
오건탁 | 1946년 전남 화순에서 태어났다. 조선대학교 서양미술과와 동 교육대학원을 졸업하고, 한국미술협회 부이사장과 광주미협회장 등을 지냈다. 현재는 광주시립미술관 관장으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