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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 | [문화저널]
나의 산책길이 된 이 길
홍화영 우진문화대단 운영팀장(2004-12-09 14:56:03)
내가 일하는 곳은 진북터널 사거리 천변가에 위치하고 있다. 9월 중순에 이곳으로 이사와 평일, 주말할 것 없이 모자 쓰고 트레이닝복에 운동화신은 관람객을 종종 접하게 된다. 그들은 한목소리로 “구경해도 돼요?”라고 들 수줍게 말을 건넨다. 아무래도 괜찮아 보이는 전시장에 자신들의 복장이 조금은 자신 없었나 보다. 허나 나는 이곳에 있으면서 장바구니를 든 인근의 아파트주민이며, 인라인을 타고 자신 있게 들어오는 발칙한(?) 꼬마친구들, 퇴직 후 주말에 천변길을 산책 나왔다 들르셨다는 어르신들, 한가한 주말오후를 즐기러 나오는 가족들. 이 모두가 여기 천변가로 이사 온 이후 색다르게 경험하게 되는 모습들이다. 한번은 꼭 맘먹은 일이었고, 그들의 산책길이 궁금하기도 하였고, 개관 전, 후로 하여 바쁜 일정 속에서 쉬고 싶기도 한 나의 퇴근길은 자연스럽게 천변으로 향하였다. 크게 뜻한바 있는 듯 하나, 우습게도 사무실 문 열고 나가, 건널목하나만 건너면 천변이다. 쌀쌀한 날씨인데도 반바지, 반팔로 뛰는 운동 매니아도 보이고, 자전거 타는 사람들, 무엇보다도 시외로 나야가 만 볼 수 있을 것 같은 억새가 있어 좋았다. 가을임을 알게 해주는 단풍든 모습들 그 위로 밥 짓는 연기가 오르는 것을 보며 아직도 이런 풍경이 가깝게 남아있었나 하는 간사한 마음도 들었다. 칼칼하게 흐르는 전주천의 냇가 물소리도 시원하게 들리고, 그 와중에 바람이 조금 있는 날씨였는데 배드민턴을 치는 모자(母子)가 눈에 들어왔다. 배드민턴공이 풍향 때문에 여울에 빠졌다. 나는 속으로 배드민턴을 치기에는 ‘바람이 있는 날씨구만’하는 원천적으로 부정의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 아들로 보이는 꼬마가 바지를 걷고 공을 주으러 발을 담그는 순간 나는 “안돼!”라도 나도 모르게 외쳤다. 공을 주우러 갈 것이라고 생각지고 않았을 뿐더러 그곳에 발을 담글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피부병 걸리는데!!”가 이어지는 이유였다. 나의 이런 외마디는 풍경으로만 여겨졌던 ‘천변족’들에게 일간 웃음거리가 되었다. 영문몰라하는 나에게 그 꼬마는 “네? 여름에 여기서 물놀이도 했는데요. 여기 쉬리도 살아요!”였다. 그때부터 그들은 아직도 몰랐냐는 둥, 여기 물이 몇 급수라는 둥, 낚시도 하고 빨래도 한다는 둥 거들기 좋아하는 아저씨는 여기 물을 바로 떠서 찌개도 끊여먹는다는 둥 온갖 핀잔과 충고와 설명이 이어졌다. 그러고 보니 정말이었다. 언제 이렇게 이 물이 깨끗해 졌는지. 정말 누가봐도 물고기로 확인되는 것들이 물속에서 놀고 있었다. 또한 주변도 청정하게 보였다. 이곳은 이미 내가 기억하고 알고 있었던 전주천이 아니었다. ‘굴러 들어온 돌이 박힌 돌 뺀다’라는 속담이 있다. 난 아마 우리 문화공간이 있어 인근지역 주민들과 일명 ‘천변족’이라 불리는 이들에게 일말의 문화적 향유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고 극히 개인적으로 지나친 자부심을 갖었 던 것 같다. 전주천과 문화공간 사이에서 어찌 상호 보완하는 것이 없으며 연관이 없을까 만은 구지 따지거나 구분하고 싶지는 않다. 오래전부터 이곳에서 전주를 지키고 있었으며, 더군다나 이렇게 맑고 깨끗해진 전주천에 이제야 신고식을 한 것 같다. 가을의 뒷 문턱인지 겨울의 앞 문턱인지 천변 지나는 오솔길에는 아기자기한 들풀과 꽃들이 있었고, 냇가를 조용히 흐르고 있는 시원한 물줄기도 내 귀를 즐겁게 해주고 운동하는 사람들의 땀방울까지 나를 기분 좋게 하는 산책길이었다. 이제 전주천은 내 지진 일상을 충전해 주는 소중한 산책길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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