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2004.12 | [문화저널]
옛 풍류는 어디로 갔나
이세중 원광신협 대표(2004-12-09 14:45:10)
산천(山川)은 유구(悠久)하다 하였으나 전주천변도 많은 변화가 있었기에 옛 전주천에 대하여 몇 줄 적어본다. 제일 많이 변한 곳은 한벽당(寒碧堂)부근이다. 기찻길이 없어지고 남원 가는 큰 신작로(新作路)가 나면서 호남제일루(湖南弟一樓)의 풍류명소(風流名所)가 소음과 진동의 몸살 속에 전주천 옥류(玉流)의 물길을 바라보는 멋이 없어지고, 물막이로 인한 호수의 경관도 좋지만 물 흐름의 옛 정취를 느끼기가 어려워졌다. 왜정(倭政)시대에도 한벽당을 뒤로 철길을 냈는데 개발과 신속, 편리 때문에 한벽당을 오르려면 굴다리 밑을 통과해야 하는 어두움이 답답하다. 전주를 찾는 옛 사람이나 지금의 사람들도 한벽당이 어디에 있는지를 잘 모른다. 천변을 따라와 보아도 음식점 평상만 있고 큰 신작로 길에 가리어 입구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옛날 중학교, 고등학교 앨범 사진 촬영배경지로 역할을 못하게 됨이 아쉽다. 옛날 천변 가로수는 벚나무였으며 전통문화센터 자리에는 골프장(지금과 같은 골프장이 아님)이 있었으나 오래지 않아 없어졌고, 철로(鐵路)굴 옆에는 증기 기관차에 물을 채우기 위한 펌프장이 있었으며 굴 위 산에는 지금도 그 물탱크의 흔적이 남아있다. 옛날에는 남천교가 없었기 때문에 돌다리가 몇 군데 있었고, 향교 쪽 돌다리는 전주사범, 병설중학교(현 교육대학)학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한 통학로였으며, 홍수(洪水)가 나서 돌다리가 떠내려가면 교동에 사시는 임선생님(교대 부속 국민학교 교사)께서 다시 놓으셨다. 정월 보름이면 천변 양쪽에 달집을 짓고 교동과 서학동 아이들이 쥐불놀이 깡통을 돌리며 망우리야를 외치며 달집을 태웠다. 천변에 빨래터가 많았고 광목을 삶아 자갈밭에 바래는 광경을 자주 볼 수 있어, 전주 풍경중 하나인 전주천 표모(漂母)가 들어갔음이리라. 또 한벽루 아래에서는 하동(夏童)들의 수영장이었고, 목욕탕이었으며 밤이면 아래쪽 빨래터 부근은 여탕(女湯)이었다. 매곡교 부근에는 써커스 천막 극장이 있었음을 상기하면서 은은한 남고모종(南固暮鐘)소리에 옛날의 풍광을 떠올려 본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