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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 | [문화저널]
강 길은 지금도 아름답다
지용출 판화가(2004-12-09 14:52:01)
인류의 역사가 그러했듯이 물길과 문명은 불가분의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와 같은 농경사회에서는 더욱 밀접하게 삶과 문화의 형성에 많은 영향을 가져 왔을 것이다. 노령산맥의 남동쪽 슬치와 마치에서 발원이 되어 거대한 곡창지대의 젓줄이 되는 만경강에 이르는 전주천의 물줄기 또한 생명의 근원이자 그 물길이 닫는 곳곳마다 문명의 모태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한 전주천의 물길의 아름다움은 이곳에 산 사람에게 한 가지씩의 추억을 주었을 것이다. 과거의 자연하천으로의 형태는 많이 사라졌지만, 그 강했던 모성본능으로서의 물길의 자태는 살아있다. 필자는 ‘完山을 보다’라는 전시에서 전주천을 소재로 다룬 적이 있는데, 여러 번의 행보를 하면서 과거의 물길과 주변의 낮은 산봉우리 들을 되짚어보는 기회를 가졌었다. 그러면서 아쉬웠던 것은 곤지산의 초록바위와 다가산자락의 끝부분이 넘실대는 전주천 물길에 발을 담그고 있던 옛 모습을 이제는 볼 수 없는 것 이었다. 한벽당 바위에 한번 부딪혀서 물보라를 일으켰던 물길이 다시 초록바위에 와서 휘감은 뒤 서천으로 바뀌면서 다가산 발끝에 부딪치면서 서서히 북쪽으로 방향을 돌리는 모습은 아마도 이 전주를 낳고 기른 母水, 바로 그 모습이었을 것이다 . 모든 물길에는 그 물의 푼수에 맞는 다리들이 어김없이 있기 마련인데, 그것이 바로 한벽당 아래에 놓여져 있던 虹橋(현 남천교)와 서천교, 그리고 많은 다리들이다, 이중에서 홍교는 무지개모양의 석교로 다섯 개의 교각이 무지개모양으로 되어있어 그것이 전주천물에 비친 모습이 마치도 안경 같다고 해서 안경다리 또는 虹霓橋 라고도 불리었던 아름다운 다리이다. 그때 당시에 전주부성의 위용과 함께 홍예교에서 바라보는 전주천의 물길 또한 얼마나 아름다웠을까는 가히 짐작 할 수 있으리라. 가까운 미래에 이 홍예교가 복원이 된다면 전주천 또한 그 아름다움을 한층 더 발하지 않을까 한다. 전주는 전주천의 흐름에 씻기고 닦여 왔다. 지금은 오래 전처럼 삶의 애환을 담고 있지는 않지만 전주문명의 밑거름과 그 풍류에 녹아있는 풍부한 정서를 전주천은 영원히 간직하며 흐를 것이다. 지용출 | 추계예술대 판화과를 졸업하고, 전북대 대학원에서 미술학을 공부했다. 현재는 전북대 동양철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으면서, 전북민미협,전북판화가협회 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1년 전북청년미술상을 수상했고, 50여회의 단체전을 가졌다. 지난 10월에는 전주 역사박물관에서 '완산을 보다'를 주제로 개인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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