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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 | [문화저널]
쉬리가 놀고있다
김익수 전북대 생물과학부 교수(2004-12-09 14:33:16)
전주천에 사는 어류에 대하여 처음으로 조사한 것은 1975년이었다. 30여 년 전, 전주천 상류인 색장리와 한벽루에서는 버들치, 참마자, 모래무지, 돌고기, 쉬리 등의 15종의 물고기가 살고 있었고 수질도 1급수에 가까울 정도로 깨끗하였지만, 도심수역인 다가교와 서신교 일대의 수역은 하천 주변에서 흘러나온 공장과 가정의 폐하수로 인하여 물은 매우 혼탁하고 악취가 심해서 하천에 접근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물고기는 오염에 강한 피라미와 상류에서 일시적으로 내려온 모래무지, 돌고기가 포함된 3종만이 삼천과 합류되는 덕진보가 있는 곳까지 서식하고 있어서 전주천은 오염된 하천임을 실제로 보여주었다. 지난 1994년에 조사된 결과에서도 거의 비슷한 상황이었는데, 그 후 오염하천 정비사업으로 전주천은 콘크리트로 직강화하고 생활하수를 별도로 분리 배출되면서 다가교와 서신교 수역에서는 붕어, 돌고기, 모래무지, 돌마자, 피라미 5종이 서식하여 이전보다는 종 수가 늘어나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하천에서 풍겨나는 악취는 여전하여 찾아오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그 후 국내 여건에 맞는 자연형 하천 공법으로 개발이 진행되던 중 1999년 10월 전주천도 하천공사 설계가 계획되어, 2000년 4월부터 2002년 12월까지 한벽교에서 삼천 합류지점까지 7.2Km 구간을 정비하는 자연형 하천 조성사업이 착수 예정되었다. 그러나 설계상으로 많은 문제점이 제기되어 전주시와 시민 단체 간에 이견을 조정하기 위하여 민관공동협의회가 구성되어 협의 결과에 따라 10여 차례 이상의 설계를 변경하면서 하천에 있는 여러 개의 수중보를 제거하고 여울과 소를 만들면서 직선으로 반듯하게 된 하천을 굽으러지게 하면서 콘크리트 호안을 부수고 자연석을 놓고 중도와 어도를 설치하는 공사가 진행되었다. 공사가 끝날 무렵 2002년 전주천 어류서식 상황을 조사하는 동안, 놀랍게도 여울과 소가 잘 조성되어 수질이 현저하게 개선되면서 다가교와 서신교 일대에서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부착조류와 다슬기를 비롯한 수생곤충의 유충들이 점점 증가하기 시작하였고, 이것을 먹고사는 쉬리를 비롯한 돌고기, 모래무지, 버들치, 참마자, 참종개, 밀어 등 하천 상류에서만 사는 물고기 12종을 확인하게 되었다. 이러한 사실이 신문과 방송을 통해 알려지게 되고, 2003년 1월 전주천 최종 준공심사로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2002년 환경부 국내하천 조성사업의 성공사례로 선정되었다. 제5회 일본 강의 날 대회에서는 전주천 사례가 ‘히로마쓰스다에’ 상을 받기도 하였다, 그 후 전국 여러 지자체의 관련자들이 전주천을 직접 방문하여 도심하천에 쉬리를 비롯한 많은 물고기들이 떼 지어 노는 모습을 직접 확인하기도 하였다. 2003년과 2004년에도 같은 방법으로 전주천 어류의 서식 상황을 계속 조사한 결과도 하류 수역인 백제교 수역에서도 많은 종류의 새들이 모여들고 쉬리를 포함한 16종의 물고기가 어린 새끼로부터 성체에 이르기까지 출현하고 있어 쉬리가 사는 전주천임을 잘 입증해 주고 있다. 아울러 물가에는 쇠백로, 논병아리를 비롯한 35종의 조류도 찾아와 도심 가운데서도 희귀한 백로들과 오리 종류를 볼 수 있게 되었다. 하천의 수질 오염정도를 파악하기 위하여 많은 시간과 경비를 들여 여러 가지 복잡한 분석방법으로 조사하지만, 일반 시민들은 그 결과를 이해하기는 그리 쉽지 않다. 그러나 어느 수역에 쉬리가 살고 있다면 그 곳은 맑고 건강한 수역이라고 쉽게 판단되기 때문에 생태학에서는 이렇게 환경의 변화정도를 민감하게 알려주는 생물종을 지표종 (indicator species)이라고 한다. 쉬리는 우리나라 잉어과의 고유한 물고기 종류이지만 그 이름이 영화 제목으로 알려지게 되면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되었다. 쉬리 학명은 코레오로이시스쿠스 스프렌디더스 (Coreoleuciscus splendidus)인데 이것은 한국의 황색을 띤 화려한 물고기란 의미이다. 쉬리는 그 모양과 색이 매우 아름다운데다 헤엄치는 모습도 아주 날렵하여 지방에 따라 여울각시, 여울치, 연애각시, 딸치, 기생피리라는 재미있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한다. 길쭉한 몸통 옆구리의 등쪽은 검고 배쪽은 은백색이지만 그 중앙에는 노랑색의 넓고 긴 띠가 이어지고, 그 위에는 주황색, 보라색 진한 남색 띠가 있어 마치 색동옷과 같이 화사하게 보인다. 쉬리의 매혹적인 겉모양은 바라보는 많은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지만 물 속에서 헤엄치는 모습은 더욱 생동감이 넘친다. 쉬리는 물살이 빠른 여울의 바닥에 살면서 물속에 사는 곤충의 유충을 주로 먹고 살면서 4월 중순 경부터 5월 초에 돌 밑에다 산란을 하고 한 달이 지나면 어린 새끼로 그 곳에서 자라기 시작한다. 만약 그들이 사는 자갈 같은 돌을 채취하여 교란되거나 오염이 되면 쉬리는 그의 보금자리를 잃어버리기 때문에 자취를 감추면서 사라지지만, 전주천에서 시행했던 것처럼 다시 원상으로 복구시키면 다시 돌아오기도 한다. 수질 오염과 무분별한 하천 개발로 인한 오염으로 인하여 현재 많은 고유한 민물고기들 이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질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늦게나마 사람들이 이것을 깨닫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꾸준한 노력으로 훼손된 자연를 그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려 놓으면 사람들에게도 즐거움과 안정을 가져다준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인구증가, 경제성장 및 산업화에 따른 자연환경의 파괴와 무절제한 소비생활 그리고 생명과 자연을 경시하는 그릇된 사고방식과 정책으로 말미암아, 매년 4만종 이상의 야생 동식물이 멸종되는 무서운 상황이 지금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다. 자연은 인류가 없어도 지속되지만 인류는 자연이 없이는 한시도 살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경제성장이나 인간 위주의 개발에 앞서 자연 생태계의 건강한 지속을 위하여 생물 종 서식지의 보호와 함께 파괴된 생태계를 회복시키는 일은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전주천에 다시 돌아온 쉬리가 그러한 사실을 대변하고 있다. 김익수 |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생물교육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를, 중앙대학교 대학원 생물학과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어류학회 회장과 한국동물분류학회 회장 등을 지냈으며, 현재는 전북대학교 생물학과 교수로 있으면서 한국어류학회 편집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한국의 민물고기』, 『한국의 농어아목 어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춤추는 물고기, 다른세상』, 『은빛 여울에는 쉬리가 산다』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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