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1 | [수요포럼]
제22회 마당 수요포럼
최정학 기자(2004-11-09 15:08:04)
시립예술단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라
지역문화예술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면서 시민들의 기본적 문화예술 향유권을 보장해주는 국공립예술단. 전통문화도시임을 선언한 전주에서도 이에 걸 맞는 문화인프라 구축과 예술의 공공성 확대라는 측면에서 시립예술단의 역할은 만만치 않다.
하지만, 그동안 전주시립예술단은 파행적 운영이 계속되면서 지역문화예술계의 우려가 끊이질 않았다. 시립예술단의 현안 문제를 정확하게 짚어내고 앞으로의 운영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음에도, 그동안 이 문제에 대한 공론화 과정은 없었다.
지난 10월 13일 전주정보영상진흥원에서 열린 제 22회 마당수요포럼은 ‘지역문화예술과 시립예술단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지금까지 시립예술단이 걸어온 길과 현재 풀어야 할 과제를 점검하고 비젼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가장 먼저 논의의 초점이 된 것은 오랜 동안 파행을 겪어온 시립예술단 문제가 왜 지역문화예술계에서 공론화되지 못했느냐는 점이었다. 여러 문제점에 처해있는 전주시립예술단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전긍긍해왔던 반면, 지금까지 지역예술계에는 이에 대한 별다른 관심이 없었던 것이 사실. 이에 대한 원인을 찾아보면 시립예술단을 바라보는 당사자와 지역예술계의 입장 차이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종진 전주문화원 사무국장은 먼저 “오랜 동안 어려움을 겪어온 시립예술단 문제에 대해 그동안 관심을 갖지 못했던 것에 대해 사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시립예술단 노조와 전주시가 당사자로써 얘기를 하다보니까, 공공성이나 시민들의 문화예술 향유권에 대해 제 3자가 발언할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발제문에서도 시립예술단의 공공적 기능과 역할을 좀더 강조했어야 한다”며, 먼저 지역문화계가 논의에 끼어들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을 지적했다.
김선태 전주민예총 사무처장은 ‘현실과 관념’ 사이의 괴리를 문제의 원인으로 끄집어냈다. 그는 “시립예술단 문제가 지금까지 공론화 되지 못한 것은 이 문제에 대해 관심도 별로 없고,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시립예술단을 하나의 이익집단으로 보는 시각이 형성되었다는 점과 문화예술인들은 배가 고파도 된다는 등의 생각들 때문인 것 같다”며 “시립예술단들의 활동이 저하됨으로써 침해되는 공공성과 시민들의 문화예술 향유권에 대한 관심이 이미 오래전에 언론이나 지역문화예술인들 사이에서 제기되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가 된 것은 지금까지 전주시립예술단이 지역문화예술계에서 담당했던 역할에 관한 것이었다. 이날 사회를 맡은 문윤걸 전주시정발전연구소 연구원은 “시립예술단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를 논의한다면, 시립예술단 문제에 대한 각계의 인식차이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제한 뒤, “지자체 이후 시립예술단의 역할이 축소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사실은 민간예술계가 성장했기 때문에 그렇게 된 측면이 크다. 과거에는 시립예술단이 없으면 규모 있는 공연을 올리기 힘들었지만, 최근엔 그렇지 않다. 지역문화예술계에서 민간예술계가 성장하고 시립예술단이 차지하는 역할이 점차 작아지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작아 진 것이라도 생각할 수 있다. 지금의 상황은 어쩌면 시립예술단의 위기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안세형 지부장은 “지금까지 시립예술단은 개인적 차원에서도 지역문화예술계에 활발히 참여해왔다. 개인이 참여하는 것도 시립예술단이 지역문화계에 그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본다. 문제는 예술단이 외부 문화계로 나가기 어렵게 만드는 내부 조례가 문제다. 외부 출연을 유도하는 예술단도 있지만, 어떤 예술단은 단장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것으로 규제하는 경우도 있다”며 “하나의 공연을 하려면, 자기 근무 외 시간에 상당부분의 시간을 할애해야 하지만, 시립예술단원들은 외부 출연을 해봐야 2만원씩 받는 것이 전부다. 이런 현실적인 어려움을 외면하고 시립예술단이나 단원들의 외부문화 참여를 얘기하는 것도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몽준 전주시립교향악단 단무장도 “지역에 있는 여러 민간 예술단체들이 타 지역의 외부 단체를 부를 때에는 많은 비용을 지불하면서도 우리지역 시립예술단체를 부를 때는 조례에 근거해서 거의 무대가로 쓰려고 한다. 이런 점은 시정되어야하지 않겠는가”라며,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그 공연이 우리 스스로 참여할 마음이 생길만큼 공공성이라는 측면에 부합하는 것이냐는 것”이라고 거들었다.
다음으로 문제가 된 것은 시립예술단이 단원들의 처우개선과 지역에서 배출되는 문화인력의 흡수 중 어떤 역할에 치중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였다. 시립예술단의 중요한 기능 중에 하나가 지역에서 배출되는 문화인적 자원들을 보호해주는 역할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그 기능이 거의 마비되어가고 있는 실정. 계속 배출되는 문화 인력은 많은데 반해, 시립예술단이 수용할 수 있는 인원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마냥 시립예술단원들을 늘릴 수도 없다. 인적자원을 보호하는 역할에 치중하다보면, 좀더 수준 높은 문화예술활동을 담보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대해 안세형 지부장은 관립예술단이 어느 정도는 인적자원을 보호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립예술단 정원은 234명으로 돼있지만, 현재 인원은 180명이 조금 못된다. 일년마다 한번씩 있는 인력수급도 잘 안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총원에 가까운 인력을 좀더 정기적으로 수급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며 “시립예술단 노조가 처우개선을 주장하는 부분은 그리 많지 않다. 공적인 측면에서 문화예술 인력들을 관리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복지는 그 나중문제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선태 사무처장은 “전주시에서는 시립예술단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방향이 잡혀 있을 필요가 있다. 전주시의 예술단은 전주의 예술인들 중 정말 최고만을 뽑아서 한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그 만큼의 대우는 해줘야 한다고 생각 한다”며 “물론, 이것이 지역의 문화인력 보호라는 측면에서는 좀 멀어진 것이 사실이지만, 전주시가 문화예술에 대한 몇 개년 계획을 갖고 있다면,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시립예술단 밖에 없다. 어떤 사업을 한다는 장기적인 목표를 분명히 제시해주고, 단원들이 그것을 충분히 알고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고, 정몽준 단무장도 “인력충원도 중요하지만, 기존 단원들의 처우개선도 중요하다. 현재 단원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하는가, 인적 자원을 충원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는 좀더 많은 고민들이 필요하다”고 거들었다.
논의는 자연스럽게 시립예술단이 지역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지로 모아졌다. 시립예술단의 역할에 대한 문제가 해결된다면 다른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가능성이 크고, 앞으로도 이 문제는 끊임없이 논의될 문제다.
이종진 사무국장은 “지금은 과거 예술단이 정책을 결정하는 구조와는 상황이 분명 다른 것 같다”고 전제한 뒤, “중장기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과 계획을 수립하라는 것에 무리가 있긴하지만, 아래에서부터 여러 이론과 배경들을 개발해내서 정책에 반영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고, 김선태 사무처장은 “근본적으로 시립예술단의 역할이 혼미한 것은 전주시 예술단의 성격이 무엇인지에 대한 문제다. 전주시는 전주시의 시정 방향과 목표가 있을 텐데, 이를 어떻게 발현해 나가야 할 것인가를 정해야 하고, 이는 시립예술단만이 할 수 있는 일이어야 할 것이다. 시립예술단이 민간단체와 별다른 차이가 없어진다면, 굳이 시립예술단이어야 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라며, “공공성이라는 거대 담론은 너무 애매하니까, 좀더 구체적인 목표를 정해서 여기에 맞게 시립예술단을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세형 지부장은 “오늘 오고간 말들을 예술단 내부에서 각성하라는 말로 듣고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앞으로 좋은 작업을 통해 시민들에게 다가가고, 이 속에서 지역에 있는 문화단체들이 함께 발전 할 수 있도록 노력 하겠다”라고 말했다.
지역문화예술발전의 견인과 시민들의 문화예술 향유권 보장이라는 시립예술단의 존재가치를 무시하는 사람은 없다. 이날 포럼에서는 시립예술단이 제 기능을 갖고 활발하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지역 문화계가 시립예술단에 어떤 역할을 기대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시립예술단만이 할 수 있는 명쾌한 목표와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으로 모아졌다. 이렇게 했을 때 예술단의 존재가 정당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동의도 자연스럽게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문화예술계나 시민들의 보다 적극적인 관심도 중요하다. 시립예술단이 정상궤도에 올라 활발하게 활동을 하게 되는 것은 예술단이나 전주시 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문화예술 향유권을 누려야 할 시민들에게도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 정리-최정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