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1 | [서평]
현대문명의 한계점,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서
이승채-전북대 인문대 문헌정보학과 교수(2004-11-09 15:01:01)
현대문명의 한계점,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서
"우리 문명의 마지막 시간들"(톰 하트만 지음,김옥수 옮김,2004, 아름드리미디어 펴냄)
TV에서, 신문에서, 모임 등에서 사람들이 저마다 흥분하면서 뭔가를 주장하고 있다. 흥분에서 더 나아가 노이로제 상태인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과연 무엇이 문제인가? 이라크 파병, 북한의 핵무기, 경제문제, 미군철수, 석유값 폭등, 취업문제… 사람마다 문제점을 소리높여 지적하고 여러가지 해결책을 쏟아내고 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하여 소비를 늘리는 방안들을 정책에 반영하고, 어떻게 하면 우리지역을 개발할까 고심한다. 중앙의 환경단체는 살인적인 서울지역의 환경은 거의 포기하고 전국의 깨끗한 지역을 돌아다니며 환경파괴를 반대한다고 소리치고 있다. 기름값이 비싸다고 욕해대면서 고속도로에는 나홀로 차량이 넘쳐난다. 논리에 맞게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논리를 개발한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국내외의 문제들이 하나같이 심각해서 무엇부터 풀어가야 할지 모를 지경이다. 과연 진짜 문제는 무엇이고 해결책은 무엇인가? 진정 우리가 추구해야 할 이념과 생활방식은 무엇인가?
이런 고민 속에서 톰하트만이 쓴 “우리문명의 마지막 시간들”을 만나게 되었다.
환경 파수꾼으로 살아가고 있는 톰 하트만은 ‘타임’지에 여러 차례 소개되었고, ‘월 스트리트 저널’에 표지모델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TV나 라디오 등에도 많이 출연하였고 수십년 동안 세계 각국에서 10만명 이상의 청중들에게 연설하였으며 저서중의 한 권은 스미소니안 협회가 선정한 영원한 수집물 가운데 하나로 선정되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그의 저서들 가운데서도 『우리문명의 마지막 시간들』은 많은 이들로 하여금 수십년 동안 가지고 있던 인생관을 바꾸게 할 정도로 영향력이 큰 책이다. 이 책을 통하여 지금까지 우리에게 멋진 생활양식으로 보였던 많은 부분들의 오류가 밝혀지고 새로운 삶의 이정표가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3부로 나뉘어져 있다. ‘1부: 소진되어가는 태고 햇빛’은 환경 문제, 자원부족 문제, 질병의 내성 문제 등이 얼마나 심각한 상태이고 그럼에도 그런 상황이 왜 괜찮아 보이는지, 우리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환경 파괴 지역의 실상, 산림의 파괴, 사라지고 있는 다양성, 기후변화 등을 다루고 있다. ‘2부: 신문화와 구문화’에서는 이렇게까지 된 근본적인 원인을 구체적으로 밝힘으로써 새로운 해결책으로 갈 수 있게 한다. ‘3부: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나?’에서는 우리가 행할 수 있는 해결책에 대하여 이야기 한다.
먼저 석유문제에 대해 설명한 내용을 보자. 애쉬랜드 화학회사 간부는 연설(1996)에서 석유소비율이 현재보다 늘지 않는다고 전제했을 때 전세계 석유매장량은 앞으로 대략 45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분량이라고 지적하였다. 또 스위스 페트로 컨설턴츠는 전세계 석유 소비율이 매년 평균 2.8% 증가한다고 발표하였다. 이런 증가율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30년밖에 사용할 수 없고 그중 8년이 이미 지나버렸다. 전세계 석유매장량의 절반이상을 쓰고 난 서기 2천년 경에 전세계 석유생산량이 최고점에 도달하고 이즈음부터 석유관련제품이 폭등하기 시작할 것이고, 세계 불황으로 소비가 줄어도 2050년도 공급량은 인구 30억이던 1960년대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다. 따라서 2050년도 100억의 인구에게 30억이 살아갈 연료만 공급될 것이다. 전세계인들은 올해들어 이런 내용을 피부로 절감하고 있다. 올해초 33달러대에 머물던 석유값이 50달러를 넘어서서 쉽게 하락하지 않고 있다. 올해 안에 75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부’에는 우리가 무시하던 미개인들과 현대인들을 비교하는 내용이 있다. 인류가 약 10만 년 동안 서로 간에(그리고 자연과) 협력해서 살았으나 그 다음부터 서로를(그리고 자연을) 지배하고 노예로 부리는 문화로 바뀌게 되었다. 인류학 서적을 꼼꼼하게 읽었거나 부족 공동체를 방문해본 사람이면 누구나 미개인과 현대인 사이에 인간으로서의 체험의 깊이라는 면에서 아무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안다. 양쪽 다 같은 범위의 의사표현과 감정을 갖고 있고 심오한 의미가 있는 종교와 의식들을 가지고 있다. 중요한 차이는 ‘미개인’들은 대체로 더 여유롭게 살고(2-4시간 노동) 덜 가난하고 사실상 심각한 범죄도 없으며 더 다양하면서 건강한 식사를 하고 퇴행성 질병이 적고 정신면에서 더 건강하고, 경쟁보다는 협력, 지배보다는 상호존중, 약탈식의 손쉬운 돈벌이보다는 장기적인 지속가능성, 차별보다는 평등을 주요 가치로 삼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즉 구문화 방식은 세상을 신성시하고 모든 것에서 신성과 창조주의 현존을 느끼면서 무한적 지속될 수 있는 방식으로 살아왔지만 신문화 방식은 그렇지 않다.
‘3부’에서는 다음과 같은 해결책들이 제시된다. 주변의 동식물을 느껴보고, 그들에게 말을 걸고, 그들과 교류한다. 익명으로 조그만 자선행위를 실천한다. 신성과 다시 연결되는 삶을 산다. 잘못된 신념을 바꾸어 현실을 바꾼다. 현존을 느끼며 살아간다. 자연 속에서 경외감을 느낀다. 여성들에게 다시 힘을 준다. 다른 문화와 공동체를 존중한다. 다른 생명체에 대한 전쟁을 포기한다. 주변 환경에 애정을 갖는다. 석유를 사용하지 않기 위해 석유를 사용한다. 주변환경에서 자신이 조심스레 채취한 자원을 훨씬 검소하게 사용한다. TV를 끈다. 현대판 의식공동체에 참여한다. 우리의 일상 삶과 의식을 다시 고안해낸다.
이 해결책들은 얼핏 보기에는 단순하게 보이고, 효과에 대하여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느낌을 가지는 이들에게는 관련된 서적들을 읽어 보거나 그것들을 적극적으로 실행하여 보도록 권하고 싶다. 그럼으로써 하나하나의 효과를 실감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 책을 통하여 우리 개인들이 지향해야 할 생활방식, 국가의 정책이 지향해야 할 바 등이 뚜렷하게 다가왔다. 이제까지 평자는 친지들에게 책을 선물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책만큼 모든 이들에게서 한결같이 좋은 반응을 받았던 책은 없었다. 즉 이 책은 청소년부터 시작하여 대학생, 학자, 사업가, 정치인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을 번역한 김옥수씨는 이전에 70여권의 책을 번역한 경험이 있고, 저작권회사에서 영미권 부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중이다. 우리말로 저술한 듯이 깔끔하게 번역된 문장 하나하나를 보면 그 이력만큼이나 완벽하게 번역을 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 책은 철저하게 객관적인 연구조사 데이터에 근거하여 쓰여졌으면서도 전혀 현학적이지 않다. 반대로 이 책을 처음 펼치면 일사천리로 읽을 만큼 쉽고, 명료하며, 흥미진진하고, 감탄스러우며, 깜짝 놀랄 만한 사실들이 끊임없이 제시된다. 그리하여 현대문명의 한계점과 새로운 돌파구를 공감할 수 있게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즉 기존 서구식 가치와 문화를 배척하고 동양의 지혜를 통하여 현대문명의 돌파구를 찾고자 하는 신문화운동인 뉴에이지 계열의 책이면서도 기존의 책들에 비하여 일반인들의 공감과 실천을 얻을 수 있도록 제시한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사실 서평을 한다는 것은 잘못된 점도 극명하게 드러내고 예리하게 비판하는 작업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럴 부분이 평자에게 드러나지 않았다. 잘못된 점을 찾아내려고 책을 보면 볼수록 감탄밖에 나오지 않는 것을 어찌하랴? 이점에 대하여 독자들의 양해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