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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6 | [문화시평]
제71회 남원 춘향제
황의성 남원시립국악단 기획실장(2003-04-07 13:56:38)
요천강 물굽이가 지지부진할 때면 동편제 소리꾼들이 벽력같이 소리 질을 해대면 그 바람에 물줄기가 곡성까지 한달음에 흐르곤 했다던.... 그 우람한 통성과 철성의 동편제 소리에 지리산이 흔들리고 요천강이 뒤집히며 일시에 학이 날아오르고 꽃망울이 터진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를 아직도 굳게 믿고 사는 춘향골 남원 사람들에게 한바탕 걸쭉하고 질탕한 굿판이 열렸다. 전국 800여개 지역축제 중 최고의 연륜을 자랑하는 춘향제는 남원 사람들은 물론 우리 민족의 정서에 가장 잘 어울리는 대한민국의 대표축제로 지난해에 이어 문화관광부 집중 육성축제로 국비와 지방비를 포함 6억 5천만원의 예산을 투자하여 ' 랑 사랑 내 사랑이야!' 라는 주제 아래 5월 4일 남원시립국악단의 개막공연을 시작으로 6일간의 4개부문 26개 종목의 행사가 열렸다. 전야제의 연예인 축하공연에 100여명에 달하는 외국 기자와 각국 대사들이 참석했으며, 전야제날 각 행사장에 10만명의 인파가 몰려 제71회 춘향제의 성공을 예감하게 했다. 5일 시립국악단과 남원여고 학생들이 올리는 춘향제향은 단순한 제사의식에서 벗어나 춘향의 정절과 부도정신을 기리는 헌무가 가미되어 춘향제향 자체를 훌륭한 문화상품으로 재 포장하여 많은 관광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제71회 춘향제는 시민으로부터 사랑 받는 '사랑의 대축제', 시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참여와 화합의 축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소득경제축제'를 지향했다. 제28회 전국 판소리 명창대회와 제4회 춘향국악대전, 시립국악단의 공연과 국립민속국악원의 창극 춘향전공연, 전통혼례식, 판소리 완창 공연 등 전통문화축제와 각급 학교 및 읍 면 동 별로 준비한 전통길놀이축제, 춘향선발대회 및 어린이 춘향선발대회, 사랑의 편지 이어달리기, 사이버 춘향 선발대회 등 사랑의 축제와 어린이날, 주말, 어버이날, 지리산 바래봉과 봉화산 철쭉축제로 연계되는 각종 이벤트가 맞물려 90만명에 달하는 많은 관광객의 발길이 남원으로 향하게 했다. 하지만 춘향제의 본질이 훼손되어 간다는 우려의 목소리 많다. 1931년 시작한 춘향제사가 점차 국악인의 참여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판소리를 중심으로 한 전통예술이 공연되기 시작했고, 전국 판소리 명창 대회 등을 비롯하여 대한민국 최고의 국악축제에서 세계화와 관광 상품화한다는 과정에서 현대화되었거나 서구화된 공연물이 축제의 중심에 있는 현실에 춘향제에 대한 본질적 요소를 다시 정립해야될 필요성이 대두되는 것이다. 그 지역의 역사적, 문화적 볼거리를 관광 상품화하는 것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볼 때 상당히 긍정적인 면이 많다. 향토문화축제를 관광 상품화할 경우 그 지역의 관광화가 동시에 이루어지며 그 지역의 개성을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축제의 주체인 지역민으로서는 축제의 즐거움보다는 무엇인가 잘 보여주어야 한다는 강박감에 부담스러운 행사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번 춘향제와 같이 청소년과 젊은층을 겨냥한 인기 연예인 초청공연, 청소년 콘서트, 댄스 스포츠 등 재미위주의 프로그램 기획은 춘향제와의 연계과정에 뚜렷한 설득력이 없어 뜻있는 전문가들로부터 우려의 목소리를 낳기도 했다. 향토문화축제는 지역민들이 즐기면서 동시에 관광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개성 있는 전통문화가 중심이 되는 축제로 재 탄생되어야 비로소 특색 있고 경쟁력 있는 관광 상품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춘향제는 1990년대에 들어 한국사회 전반에 걸쳐 지방화와 세계화 담론이 본격화되면서 춘향제는 남원지역사회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하나의 관광자원으로서 주목되기 시작했다. 1986년 춘향문화를 선양하고 축제를 주관할 수 있는 상시기구인 사단법인 춘향문화선양회가 발족되고, 이들을 중심으로 춘향제를 운영할 새로운 의례조직이 구성된다. 이들은 춘향제를 관광 자원화 하여 지역사회에 활기를 불어넣고자 했으며, 행사진행에 있어 관광객을 의식하여, 축제를 화려하게 하기 위해 행사규모를 확대하고, 전통적인 요소를 강조하여 좀 더 전통적인 색깔이 강한 축제를 보여주고자 하였다. 춘향제를 통해 남원지역이 춘향의 고장임과 동시에 동편제의 탯자리, 국악의 성지라는 남원지역사회의 이미지를 해마다 재생산하고, 관광객들에게 각인시키고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남원인 들의 결속과 문화적 자부심을 고취시키고, 재확인하는 하나의 장이 되고, 외부적으로는 다른 지역과 구별되는 남원 지역의 이미지를 드러냄으로써 지역 홍보를 극대화하는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남원춘향제의 경우, 예산 적인 측면에서 볼 때 축제가 지역민에 의해 자발적으로 이뤄지기보다는 전 북도와 남원시의 적극적인 후원 하에 유지되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축제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관 주도에서 벗어나서 민간주도가 정착되었다고 말하지만 전북도와 남원시의 적극적인 행정력, 재정적 후원에 의해서 이루어진 표면상의 민간주도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춘향제가 풀어야할 과제는 지역민의 적극적인 참여와 전통성회복, 예산의 자립화와 문화적 혼란기에 서있는 젊은층에게 춘향제가 가지고 있는 민족정신 즉 1931년 춘향제사를 통해, 우리민족의 정체성이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 위협받는 상황에서 이 도령을 향한 춘향의 정절을 민족에 대한 민족의 정절로 승화시키기 위한 적극적 민족운동이었다는 점을 인식하고, 민족애를 고취시키는 새로운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황의성/1965년 남원에서 태어났다. 우석대 국악과를 졸업하고 전북 국악관현악단과 전주국악실내악단 단원으로 활동했으며 우진문화공간 기획실장을 지냈다. 현재 추계예술대학교 예술경영대학원에 재학중이며 남원시립국악단 기획실장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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