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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 | [저널초점]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는
최정학 기자(2004-11-09 12:03:11)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는 메세나의 본래 개념은 기업이 좋은 일을 하고 만족하는 것 외에는 어떠한 구체적 기대도 없이 문화나 사회의 여러 분야를 지원하는 활동을 말하는 것이다. 이 본래 개념에 의하면 메세나의 의미는 기업들이 조건 없는 문화나 사회지원 활동을 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삶의 질’을 한층 높이는 자선적인 관점의 사회공헌에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늘날 메세나 활동은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이라는 기본 개념에서 문화예술의 이미지를 이용해 기업의 이미지 제고를 위한 전략적인 마케팅 활동으로 그 의미가 발전하고 있다. 기업의 메시지 전달이 더 이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되면서 문화예술 지원활동을 통해 소비자와의 직접 경험을 최대화 할 수 있는 메세나 활동이 기업의 이미지 제고와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중요한 마케팅 활동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전북의 메세나 현황 전북지역 메세나의 활동의 움직임도 더디지만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1991년 우진문화공간을 개관해 지금까지 활발한 문화예술기획 활동뿐만 아니라 지역문화예술계에 많은 지원을 해왔던 (주)우진기업은 올해 9월 15일 전주시 진북동에 지상 3층 연건평 550여 평 규모의 우진문화공간을 신축했다. “1990년대 이후 도내에는 시민들의 문화향유를 위한 문화시설은 크게 증가했지만, 정작 시민들에게 작품을 제공할 생산자들인 문화예술인들의 창작활동을 돕기 위한 노력은 부족했다”는 것이 우진문화공간 양상희 이사장의 설명이다. 대형갤러리와 연습실, 녹음실 등을 갖춘 우진문화공간은 앞으로 지역문화예술인과 단체의 창작활동을 돕기 위한 공간으로 쓰이게 된다. (주)옥성건설과 (주)엘드건설도 메세나 활동을 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들이다. 옥성건설은 올해 8월부터 제 2 전북도청사 앞, 건설공제조합 건물 지하에 소극장을 만들고 있다. 이미 내부공사도 80%이상 진척되어 조만간 우리지역에 새로운 소극장 하나가 생길 예정이다. 올해 전주대학교와 산학협력을 맺고 1억원의 발전기금을 약정한 엘드건설은 장학문화재단을 설립하고 임실군 운암면 마암리에 위치한 레스토랑 ‘문화이브’를 쾌척했다. ‘문화이브’의 수익금은 장학문화재단이 운용, 장학사업에 쓰이게 된다. 실내외에 전시공간을 확보하고 있는 ‘문화이브’를 이용해 지역내 문화예술인들과 끈끈한 유대관계를 맺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건물만 짓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에요. 아파트에도 문화예술적 감각을 도입해야 하는 것이죠. 문화예술인들과 끈끈한 유대관계를 통해서 저희가 도울 것이 있으면 돕고, 문화예술인들은 저희에게 예술적 조언을 해준다면 서로 좋은 것 아니겠습니까.” 문화예술인들과의 파트너 쉽을 통해 서로 도움이 되는 관계가 되겠다는 엘드건설 박명환 이사의 설명이다. 이밖에 우리지역 향토기업을 비롯해 대기업 지사 등의 문화예술 지원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펜아시아페이퍼코리아와 전북은행, 하림, 석정수, 하이트, 현대자동차, KT, 기아특수강 등이 협찬과 후원을 등을 통해 문화예술 단체나 행사를 지원해 오고 있다. 메세나, 무엇이 문제인가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에 대한 인식이 예술경영이나 문화 마케팅의 개념으로 널리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그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 문제점도 많다는 지적이다. 기업의 메세나 전략이 장기적이고 문화 창조 과정의 전반에 도움이 되는 것 보다는 단기적이고 매체 노출도가 높은 대상을 선호하는 전시적인 전략으로 흐르는 경향이 강해 소규모의 창작공연이나 행사 같은 경우에는 협찬을 받기가 어렵다. 협찬 관계로 전화를 하면 만나기조차 힘들고, 찾아가더라도 책정된 예산을 이미 다 써버렸다거나 어느 한곳에 협찬을 하면 다른 곳에도 다 해줘야 한다는 논리로 거절당하기 일쑤다. “얼마 전에 공연 관계로 협찬 요청을 했다가, 이런 저런 이유로 거절을 당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후, 정말 큰 공연에 그 기업이 협찬을 해줬더라구요. 전시효과가 큰 행사나 축제를 선호하는 성향이나 지역내 인맥과 밖으로 비쳐지는 기여도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탓인 것 같습니다.”라는 문화예술관계자 푸념이다. 실제로 공연이나 행사 등에 기업의 협찬을 받기 위해서는 “인맥이라는 요소가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홀홀단신’으로 들어가 거절당했다가, 나중에 인맥을 통해 손쉽게 지원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기업은 협찬을 하기 위해서는 몇 단계의 결재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개인적인 ‘인맥’에 의한 지원은 원천적으로 어렵다면서도 기업의 홍보나 매출증대, 밖으로 비쳐지는 지역내 기여도 등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것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인정한다. 때문에 작은 행사나 공연보다는 좀더 큰 공연이나 축제 같이 대외 인지도가 높은 행사에 자연스럽게 치중된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도 할말이 많다. “일례로 전북에 장애인 관련 단체만 몇 개가 있는지 아십니까? 40개입니다. 그렇다고 장애인 관련 단체만 있는 것도 아니고, 이런저런 단체는 얼마나 많고 또 행사들은 얼마나 많습니까. 하루에도 몇 개씩 협찬요청 공문서가 와요. 취지도 다 좋습니다. 그 많은 단체와 행사들 중 옥석을 가려낸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에요. 예산이 한정되다보니까, 다 줄 수도 없는 노릇이구요.” (주)하이트 박재환 대리의 설명이다. 전북메세나협회의 침묵이 아쉬운 대목이다. 전북메세나협회는 지난해 6월 기업과 문화예술을 이어주는 가교역할을 자임하며 창립했지만 지금까지 별다른 활동이나 성과 없이 침묵해왔다. 전북메세나협회의 존재조차 모르는 문화예술인들이나 기업들이 대부분. “지금까지는 전북 메세나의 현황을 파악하는 기간이었습니다. 이제 어느 정도 조사나 자료정리가 된 상태입니다. 앞으로 한국메세나협회와 연계해서 메세나 시상식 등을 시행, 우리지역 기업들의 메세나 활동 동참을 유도해나갈 생각입니다.” 전북메세나 협회 김성수 사무국장의 설명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문화예술인들의 기획력과 적극성이다. 도움이 필요할 때만 한번씩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평소 꾸준히 기업과의 연결고리를 만들고, 기업이 먼저 관심을 갖고 지원을 해줄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기업도 메세나를 단순히 ‘지출해야 할 돈’정도로 치부하거나, ‘눈에 보이는 것’에 집착하는 자세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메세나는 문화예술인들과 기업 모두에게 피곤하고 치러내야만 하는 일이 될 수도, 훌륭한 동반자 관계가 되어 상호 상생의 도구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은 ‘메세나’를 어떻게 이해하고, 장기적인 활용방안을 갖는 것인가를 계획하는 것이다. 기업은 문화예술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문화예술인들은 기업에 창의적인 영감을 제공하는 일을 계획하고 있다는 엘드건설 박명환 이사의 말이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 것은 그 때문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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