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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 | [문화저널]
길위에 서다
문화저널(2004-11-09 11:15:42)
부수호란행(不須胡亂行) 금일아행적(今日我行蹟) 수작후인정(遂作後人程) 눈 덮힌 광야를 가는 이여, 아무쪼록 어지럽게 걷지 마라. 오늘 그대가 남긴 발자국이, 뒤따라오는 사람들의 이정표가 되리니. 서산대산의 이 말씀처럼 우리들 머리 속에 각인된 길의 명언이 있을까? 그만큼 길은 인생과 삶을 비유하는 말이며 우리들 삶과 함께하는 시·공간이다. 그렇다고 서산대사의 말씀처럼 길이 꼭 거창한 의미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직장인에게는 점심식사 후 걷는 산책로가 삶의 여유를 찾아줄 것이며, 반대로 노부부가 걷는 약수터의 길은 노부부로 인해 더욱 깊어진다. 또 여행 중에 만나는 멋진 드라이브 코스와 어느 날, 생각지도 않게 만나게 되는 단풍든 도시의 거리는 우리를 사색에 빠져들게도 한다. 이번 달 테마기획은 ‘걷고 싶은 길’이다. 시인, 향토사학자, 대학교수 등이 ‘인류가 함께 가야 할 길’, ‘추억이 깃든 길’, ‘생활속에서 만난 길’ 등 다양한 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인간의 손때가 묻은 모든 사물이 그렇겠지만 길만큼 인간에게 위안이 되는 곳은 없다. 주말쯤엔 테마기획에 소개된 길을 찾아 걷거나 평소 무심히 다녔던 길을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어쩌면 “당신의 추억과 휴식이 여기 있다고.”, 좀더 심각하게는 “당신의 인생을 한번쯤 되돌아보고 가야 하지 않겠냐고” 길이 물어올지도 모른다. 이 가을이 다 가기 전에 여유를 찾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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