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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 | [문화가 정보]
제4회 또랑 광대 콘테스트
최영호 기자(2004-11-09 11:01:12)
바다를 향해 가는 또랑광대 (아니리) 아마도 그때 하늘과 땅의 경계가 엄중하기가 지금의 우리 한반도 땅의 휴전선과 같았던지라 자유로운 왕래가 불가능한 것은 물론이요 선녀님도 하늘로 다시 올라가면 지상의 인간과 비밀스럽게 회동 내통하여 연분을 맺고 아이를 둘이나 낳았다는 죄목으로 엄한 처벌을 받게 되어있었으니 이름하여 하늘보안법 위반이라 이 하늘보안법은 훗날 선녀님과 나무꾼의 노력으로 폐지의 길을 걷게 되니 이들의 활약 또한 기대하시라 -이일규 씨의 『선녀와 나무꾼』의 일부 전주한옥생활체험관이 폭소와 환호성으로 떠나갈 듯 하다. 관객들은 막걸리 추렴을 하다가도 취임새를 넣고 심사표에 점수를 적다가도 폭소를 터트린다. 주인공은 마당연극인 이일규 씨. 연극판에서 논 경력이 만만치 않은 그가 5년이나 소리공부를 해오고 있다니 ‘귀명창’ 전주시민들이 흥에 겨워할 만하다. 더구나 그의 판의 ‘놀림과 소리’는 기존의 예인들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던 새로움까지 갖고 있었다. 지난달 2일 한옥생활체험관에 벌어진 ‘제4회 또랑광대콘테스’. 산조축제가 무산되면서 ‘올해는 또랑광대들을 못 보겠구나’했던 섭섭함을 달래듯 관객과 광대들은 한데 어우러져 판의 놀음에 빠져든다. 순전히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관객의 평가에 ‘관객 환호상’, ‘전주시장상’, ‘대통령상’이 정해지니 관객은 어느 잔칫집에 온 듯 즐겁고 광대는 광대대로 손님을 접대하듯 흥을 낸다. 물론 이 거창한 상들은 주최 측이 임으로 정한 것. 하지만 이 유쾌한 사기(?)는 ‘또랑광대의 정신’을 대변하는 것이기도 했다. 정통을 고집하는 소리꾼들이 ‘전통문화의 계승’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가면서도 제도에 기대 보호받으려 할 때, 또랑광대들은 대중 속으로 들어가 ‘판’의 부흥을 꿈꾸었다. 그들은 ‘삶과 유리된 서구식의 이원화된 무대를 으뜸가는 판의 양식으로 착각하는 대중을 보며’ 또 ‘삶의 저변에서 시대의 삶을 대변해왔던 우리의 소리가 화석화’되어 가는 것을 보며 ‘개인 성장을 위한 헛된 명예를 택할 것인가 아니면 진정 판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삶 속의 소리꾼으로 거듭날 것인가’를 스스로에게 진지하게 물었었다. 그리고 ‘시대의 삶에 눈을 돌릴 것이며 그 삶을 소리로, 땀으로 이야기 할 것임을 천명’했었다. 어쩌면 형식의 ‘다양한 놀림과 새 소리의 발굴’, 내용의 ‘현대적 해악과 풍자’라는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 이일규 씨 같은 광대의 출현은 올 초 또랑광대전국협의회가 구성되면서부터 이미 예견되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하늘보안법’의 폭소가 ‘분단장벽마저 허물’어 버리는 환호성으로 변한 것도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또랑광대에 대한 대중들의 갈채였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이번 또랑광대 콘테스트가 긍정적인 면만을 남긴 것은 아니다. 이일규 씨 이후의 공연자들은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소재로 공연을 했음에도 기존의 작품(?)을 뛰어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심지어 어떤 작품은 ‘개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는 평가가 나왔는가 하면 같은 장르가 연속으로 공연 되 ‘진행에 전혀 신경을 쓴 흔적이 없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완성된 광대가 아닌 완성되어가는 광대를 지향하는 또랑광대들은 이런 부정적인 평가를 덮고도 남을 열정을 가지고 있다. 지난달 10월 14일. 이번 콘테스트에서 공연한 13명과 또랑광대 관계자들은 아산(온양) 영인산 휴향림에 모였다. 이들은 이곳에서 ‘제4회 또랑광대 콘테스트 출품작 작품평가’, ‘콘테스트 진행평가’, ‘또랑광대 콘테스트 정체성과 전주산조예술제와의 관계성 논의’, ‘향후 또랑광대의 전망’에 관해 격렬한 토론을 벌였다. 현재 인터넷 카페 얼씨구또랑광대(http://cafe.daum.net/NewAgePansori)의 운영진이기도 한 슈퍼댁 김명자 씨는 ‘다양한 문제제기와 해결의 대안을 제시하는 자리였다’며 특히 ‘또랑광대가 어려울 때 산조축제가 도움을 주었듯이 다시 산조축제가 부활할 수 있도록 또랑광대들이 힘을 보태겠다는 것이 전체적인 의견이었다’며 전주에 대한 또랑광대들의 관심을 전하기도 했다. 작은 공연이든 큰 공연이든 공연이 끝나면 언제나 스스로를 평가하고 새로운 것에 목말라하는 또랑광대들. 개그다. 혹은 정말 ‘또랑광대’라는 평가 속에서도 이들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새로움에 대한 목마름이 없는 광대는 이미 광대(廣大)의 자격이 없으므로. | 최영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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