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2004.11 | [문화가 정보]
제4회 혼불문학제
최영오 기자(2004-11-09 11:04:52)
"쓰지 않고 사는 사람은 얼마나 좋을까" 웬일인지 나는 원고를 쓸 때면, 손가락으로 바위를 뚫어 글씨를 새기는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그것은 얼마나 어리석고도 간절한 일이랴. 날렵한 끌이나 기능 좋은 쇠붙이를 가지지 못한 나는, 그저 온 마음을 사무치게 갈아서 손끝에 모으고, 생애를 기울여 한 마디 한 마디, 파나가는 것이다. 최명희의 문학적 삶이 무엇이었는지를 강렬하게 각인 시키는 글이다. 지난달 9일과 10일. ‘혼불기념사업회’와 전북대학교 ‘전라문화연구소’, ‘비교민속학회’가 공동 주최한 제4회 ‘혼불문학제’가 열렸다. 『혼불』의 가치를 ‘혼불의 민속지적 성격’라는 새로운 각도에서 가늠해보는 자리였다. 9일 오전, ‘최명희 청년문학상’과 ‘혼불 학술상’ 시상식을 시작으로 ‘혼불문학제’는 개회됐다. ‘최명희 청년문학상’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수상자들은 한 목소리로 『혼불』의 모국어에 대한 사랑과 최명희 선생의 작가정신을 배우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최명희 청년문학상’의 의미가 아니겠냐는 의견을 덧붙였다. ‘혼불의 언어 현상과 특성 연구’라는 논문으로 ‘혼불 학술상’을 수상한 서정섭 서남대 국문과 교수 또한 수상강연에서 혼불의 언어와 선생의 문학정신을 말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점식식사와 혼불문학공원 참배를 마친 오후부터는 본격적인 행사인 ‘혼불 학술세미나’가 진행됐다. 『혼불의 언어』, 『혼불읽기 문화읽기』의 저자인 평론가 장일구 씨의 사회로 진행된 세미나에서는 이번 ‘혼불 문학제’의 공동개최에서 보여지 듯 ‘『혼불』의 민속지적 성격’이라는 큰 틀의 주제를 놓고 ‘상층 사대부 시가문학과 『혼불』’, ‘판소리의 전통과 『혼불』’, ‘여성문학의 전통으로 본 『혼불』’이라는 다양한 주제 발표가 이어졌다. 특히, 첫 발제자로 나선 경기대 김현선 씨는 고 최명희 선생과의 추억을 이야기 하며 발제를 해 세미나 참석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그는 『혼불』의 제1부가 씌여지던 80년대 초의 사회상황과 『혼불』이 갖는 의미를 ‘선생은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전통을 이야기함으로써 우리 민족이 보다 넓고 먼 안목을 가지질길 바랐던 것 같다’며 ‘『혼불』의 가치는 바로 우리들이 잃어버릴 뻔했던 전통 문화를 복원, 전수한데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혼불』의 소설구조는 인물들 간의 갈등이 아니라 인물의 내면갈등에 초점이 맞춰져있다’며 ‘이를 서정소설이라고 명명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혼불』의 ‘언어전승문화’, ‘생활전승문화’, ‘예술전승문화’, ‘사상전승문화’를 꼼꼼히 살피며 ‘민족지로서의 『혼불』’의 위상을 탐구하는 내내 청중들은 귀를 기울였다. ‘제4회 혼불문학제’는 10일 전주와 남원 일대로 문학기행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혼불 하나면 됩니다.” 최명희가 떠난지 6년. 인물들이 등장하고 그 인물들 간의 갈등에서 벌어지는 사건의 서술구조가 소설이라는 정통소설론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혼불』은 여전히 비판의 대상이다. 하지만 작가는 더 이상 외롭지 않다. 그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한 ‘혼불기념사업회’가 만들어져 벌이고 있는 추모사업이 활발히 이어지고 있는 덕분이다. 기념사업회는 한국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 『혼불』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2000년에는 전주시 덕진동 소재의 최명희 선생 묘역을 ‘혼불문학공원’으로 단장했고, 전주시 풍남동 소재 선생의 생가 터에는 표지석을 세웠다. 또한 ‘혼불문학기행’을 시행함으로써 전국의 애독자들에게 살아생전 선생의 생활 흔적과 『혼불』의 소설적 공간을 몸소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2001년부터는 선생의 문학정신을 후대에 널리 알리고 나아가 한국문단의 미래를 짊어질 젊은 문학인들의 발굴을 위해 ‘최명희 청년문학상’을 제정 시행하고 있다. 특히, 이 상은 전국의 문학을 공부하는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에게 가장 받고 싶은 문학상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와 함께, 『혼불』과 선생의 작품을 대상으로 쓰여진 평론, 논문에게 수여하는 ‘혼불학술상’은 『혼불』을 기점으로 보다 심화된 한국소설연구를 위한 초석을 만들고 있고 ‘혼불문학제’는 선생을 기리는 많은 독자들을 전북으로 이끌고 있다. 선생이 말한 대로 최명희라는 작가를 말하는 데에는 ‘혼불 하나면’된다. 그리고 이제 『혼불』은 한국문학의 큰 나무로 자라서 우리들이 잊고 있던 전통문화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혼불』의 또다른 가치를 살펴 본 귀중한 자리 이제 『혼불』은 비평가들이 권하는 꼭 읽어야 하는 소설 중의 하나다. 장르로서의 시비꺼리가 여전히 남아있음에도 많은 비평가들은 『혼불』의 문학성에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제4회 혼불 문학제’는 『혼불』의 또 다른 가치를 살펴본 귀중한 자리였다. 물론, 세미나의 발제자 중 한분이 개인의 사정으로 참석을 못해 대독을 해야 했던 진행상의 오점은 있었지만 『혼불』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뜻 깊은 자리였다. | 최영오 기자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