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1 | [문화칼럼]
문화역량은 지역발전의 토대
조창희 / 문화관광부 문화산업정책과장(2004-11-09 10:10:14)
전주를 비롯한 전북 지역은 예로부터 ‘예향’이라는 이미지로 특화되어 사람들에게 인식되어 왔다. 2000년 문화관광부(문화정책개발원)가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은 전북이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이 다른 지역에 비해 우위에 있으며 따라서 전북 지역은 전통문화 및 예술의 중심지로서의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느끼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문화의 세기라고 하는 현대 사회에서 문화는 지역과 국가의 사회, 경제적 발전의 원동력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문화 예술 자원이 풍부한 전북 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은 이점을 가지고 있다. 이미 전북은 전주를 중심으로 하여 ‘전통예술 문화권’을 조성하기 위해 문화기반 시설을 구축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며 문예 교육의 대중화, 관광 문화상품의 개발, 문화산업의 진흥 및 육성을 전통예술이라는 하나의 테마로 연결하여 지역의 문화적 특성을 부각시킨다는 계획을 세워 추진해오고 있다.
이 같은 전북의 지역문화 진흥 계획은 전북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한편 지역의 사회, 경제적 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이는 참여정부의 국정 과제 가운데 하나인 국가균형발전의 실현을 앞당기는데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참여정부는 새로운 분권ㆍ분산 발전 모델에 입각하여 ‘전국이 개성 있게 골고루 잘 사는 사회’의 건설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의 문화역량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지방정부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그리고 민간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지역문화를 혁신해 나가는 주체라고 할 수 있는 지방정부와 민간은 지역 특성과 결합된 문화발전 모델을 설정하고 이를 자주적으로 실행해 나가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중앙정부는 다양한 지역문화가 고유한 생명력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지방정부와 민간의 자생적 노력을 전폭적으로 지원해 나가야 한다.
지역 문화산업 클러스터 조성 사업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민간의 공동 노력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지역 문화산업의 육성과 낙후된 지역 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2000년부터 추진해온 지역 문화산업 클러스터 조성 사업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했다. 지역 문화산업 클러스터 조성 사업은 문화산업 발전 가능성이 있는 유망한 지역에 문화산업 관련 기업 및 대학, 연구소 등을 집적하여 지역별로 특화된 장르를 집중 육성키로 한 사업으로 문화관광부는 2001년 전주(소리문화, 디지털 영상)를 비롯해 부천(출판만화), 춘천(애니메이션), 대전(게임, 영상), 청주(학습용 게임), 광주(캐릭터, 공예, 디자인), 경주(가상 현실) 등 7개 지역을 선정해 문화산업 클러스터 조성을 지원하고 있다.
지역 문화산업 클러스터의 조성은 창업의 활성화, 고용창출, 투자, 소비지출에 의한 유발 효과 창출 뿐 아니라 외부로부터 지역 경제에 대해 소득을 유치하고 시장경제의 내부 순환 효과를 통해 지역 밖으로의 소득 유출을 방지하여 지역 경제의 발전에 기여한다. 아울러 독창적인 지역 브랜드 이미지를 창출하고 나아가 지역의 문화를 풍요롭게 하는 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기대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지역 문화산업 클러스터 조성 사업의 외국의 성공 사례를 보더라도 20~30년이라는 비교적 장기간에 걸쳐 이루어지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일관된 정책 의지를 가지고 추진하여야 한다. 아직은 지역 문화산업 클러스터 조성 사업이 초기인 점을 감안할 때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지속적인 평가를 통해 사업 내용을 보완해 나가야 한다. 이의 일환으로 문화관광부는 지난 해 지역 문화산업 클러스터로 지정된 7개 지역에 대한 평가를 실시한 바 있으며 전주 지역 문화산업 클러스터에 대한 평가의견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전주 지역은 제4차 국토종합계획(2000~2020)에 ‘문화영상산업도시’로 지정되는 한편 시의 클러스터 추진의지가 강한 한편 소리, 서예, 한지, 한옥 등의 풍부한 문화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잠재력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아직도 소리 산업을 특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미흡하고 전주 지역 내에 30개의 문화산업 관련 업체가 입주해 있으나 소리문화산업 관련 업체는 거의 없는 점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따라서 전주는 앞으로 소리문화산업 진흥을 위한 실행계획을 구체화하고 전주 대사습놀이, 소리문화축제 등과 문화산업 진흥을 연계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지역 문화산업 클러스터 조성이 지역의 문화 발전의 전부가 아니며 지역 문화산업 클러스터의 성공을 위해서는 전반적인 문화예술 환경의 조성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 점과 관련해서 전북은 아직도 할일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2000년 실시한 전북 문화향수 조사에 따르면 전북 도민들은 전북이 자연 환경과 문화유산이 다른 지역에 비해 우위에 있으나 문화 인프라나 도민들의 문화에 대한 관심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전북 도민의 문화적 관심이 다른 지역보다 높다’는 의견에 대해 도민들은 21.6%가 동의한다고 응답한데 비해 33.2%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응답했으며, ‘전북의 문화시설/프로그램이 다른 지역보다 많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동의한다는 응답이 13.6%인데 반해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8.2%로 매우 높아 전북의 문화적 환경 조성이 시급함을 보여준다. 또한 ‘전북 예술인과 예술단체의 활동이 다른 지역보다 많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동의한다는 응답은 21.0%인데 반하여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38.8%로 역시 불만의 의견이 만족의 의견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전북이 문화환경의 조성을 위해 문화 인프라의 개발과 문화콘텐츠의 개발에 더욱 많은 노력을 해야 함을 알려준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는 일조일석에 나타나지 않으며 상당히 긴 시간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전북의 문화예술 역량 강화 가능성이 엿보이는 부분도 있다. 2001년 수행한 “문화기반 시설 중장기 확충 및 발전방안 연구”에 따르면 전북은 자치단체 총예산에서 문화시설 조성 및 운영예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4.15%로 16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2.81%로 2위를 기록한 부산과 비교해도 큰 차이를 보여주었다. 인구 1인당 문화예산의 규모도 16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5위로 상위 그룹에 위치해있어 문화예술 역량의 강화를 위해 전라북도가 애를 쓰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도 정부의 노력에 민간의 자발적인 참여가 보태어진다면, 그리고 앞에서 살펴본 전주 문화산업 클러스터의 문제점에 대한 개선이 이루어지고 더욱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마련된다면 전북의 문화예술 역량은 더욱 강화될 수 있을 것이며 이는 전북 도민들의 문화적 삶의 질 향상과 지역의 경제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참여정부의 국정과제의 하나인 ‘국가균형발전’을 앞당기는 데에도 큰 힘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조창희 / 성균관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현재는 문화관광부 문화산업정책과장으로 일하고 있다. 국민의 정부 새문화 정책, 한일 대중문화개방, 새천년문화비전 사업 등을 추진했으며, 2003년 12월에는 참여정부의 문화산업정책비전 제시 및 보고대회를 개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