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6 | [문화가 정보]
특정 계보 배제한 심사기준, 대회 품격 살렸다
제27회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김회경 문화저널 기자(2003-04-07 13:53:35)
국악축제로서의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제27회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에서 국립창극단 단원인 왕기철(38)씨가 대회의 꽃이라 할 판소리 명창부문 장원을 차지했다. (수상자 인터뷰 쪽.)
5월 2일과 3일 이틀간 전주실내체육관에서 펼쳐진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에는 판소리명창·농악·무용·기악·민요·가야금병창·판소리 일반·시조·궁도 등 총 9개 부문에 걸쳐 7백35명의 출연자들이 참가해 열띤 경연을 벌였다.
이번 대회는 지난해에 이어 참가팀의 평균연령이 낮아졌지만, 그 기량과 수준은 '평균작'을 웃돌았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다. 그러나 참가 규모면에서는 지난해보다 줄어들어 대회가 갖는 대내외적 위상을 새롭게 제고해야 한다는 여론도 제기됐다.
특히 전국 각지에서 각종 국악대회가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의 전통과 역사에 걸맞는 엄정한 심사기준과 위상을 마련해 여타의 국악대회와 차별화해야 한다는 중론이다.
이와 함께 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회장 황병근)에서는 지난해부터 판소리 명창부 장원을 국창으로 승격시키는 작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혀 기대를 모았으나 올해 역시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가 이번 대회를 통해 그동안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온 심사위원 선정과 심사기준에 대해 특정 계보나 계파를 배제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데 대해서는 대회의 공정성과 품격을 살려놓은 적잖은 수확으로 평가됐다.
심청가 중 '심봉사 눈뜨는 대목'을 불러 대통령상의 영예를 안은 왕기철씨를 비롯 이번 대회 각 부문별 수상자는 다음과 같다.
▲ 판소리 명창 - 장원 왕기철, 차상 송재영, 차하 강점례 ▲ 농악 - 장원 가루뱅이 농악단 , 차상 남원시립농악단, 차하 정읍시립농악단 ▲ 기악 - 장원 서정호, 차상 허소희, 차하 신현식 ▲ 시조 - 장원 신운희, 차상 조영숙, 차하 김창선 ▲무용 - 장원 이강용, 차상 김무철, 차하 노수철 ▲ 궁도 - 장원 박해동, 차상 서순종·김치영, 차하 주비·황기환·조정현. 김회경 기자
【장원 인터뷰】
"자만하지 않고 열심히 정진하겠습니다"
제27회 전주대사습놀이 판소리 명창부문 장원 왕기철씨
"판소리계에 남자 소리꾼이 귀해 주위의 기대가 더욱 큰 것 같습니다. 언제나 자만하지 않고 열심히 정진하겠습니다."
국악 인재의 등용문인 제27회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에서 대사습놀이의 꽃인 판소리 명창부문 영예의 장원을 차지한 왕기철씨(38).
심청가 중 '심봉사 눈 뜨는 대목'을 불러 대통령상의 영광을 안은 왕씨는 전주대사습대회와 는 남다른 인연을 맺어 왔다. 지난 99년 이 대회에서 차하를 차지한데 이어 이듬해인 2000년에는 차상을, 그리고 이번 대회를 통해 대망의 장원에 등극했기 때문이다.
열여섯에 판소리계에 입문, 차근차근 단계를 밟고 올라선 왕씨는 인간문화재 박귀희 선생과 조상현·김소희·한농선 명창으로부터 춘향가와 심청가 등을 사사하면서 탄탄한 기초를 다진 판소리계의 재원.
"형과 동생이 모두 소리꾼이어서 서로 영향을 많이 주고 받으며 성장했습니다. 3형제가 모두 판소리를 공부한 것이나 지금까지 훌륭한 선생님들로부터 사사하게 된 것도 저에겐 큰 복인 셈이죠."
정읍이 고향인 왕씨는 현재 국립창극단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서울 국악예고와 경희대에 출강하면서 후진 양성에도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왕씨는 수상 소감을 통해 "세번째 도전 끝에 영예를 안게돼 너무 기쁘지만, 이 상이 새로운 시작이라고 여겨진다"며 "예술의 세계가 끝이 없듯, 새롭게 시작하는 계기를 끝없이 만들어 내야 한다는 평소 좌우명처럼 언제나 노력하는 소리꾼이 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