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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 | [수요포럼]
전주시 민간위탁시설 3년, 그 현황과 과제
이두엽 (예원예술대 산학협력단장)(2004-10-22 22:20:52)
현재 전주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 전통문화중심도시이다. 전주가 전통문화중심도시로 자부할 수 있기 위해서는 문화시설의 위상과 운영의 목표가 보다 상향조정되어야 한다. ‘전주’의 문화시설이 아니라,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문화시설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전주의 민간위탁 문화시설들이 전주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동의 질’을 담보하고 있는지 진지하게 성찰해야 할 시점이다. ‘전주만의 것’은 무엇인지, ‘전주’는 어떠한 도시인지, ‘전통의 핵심’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전체적인 ‘story telling’을 고민해야 한다. 전주는 전북의 중심이기 때문에, ‘전주’뿐만이 아니라, ‘전북’을 포괄하는 콘텐츠의 확충도 검토해야 한다. 전주의 조선조 문화, 동학을 중심으로 한 변혁사상·문화와 민중의 소박한 생활문화를 입체적이고 종합적으로 정리해내야 한다. 하지만, 현재 민간위탁 문화시설들은 많은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 전반적으로 경영목표가 불분명하고 직원들의 사기가 저하되어 있다. 인력과 예산의 부족을 호소하고 있으며, 시당국과 경영목표에 대한 관점차이와 예산 문제 등으로 인한 갈등이 노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작은 기관들마다 별도로 기획·홍보·회계·마케팅·시설유지와 관리인원들을 두고 있어 인력과 예산 낭비의 요인이 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참신하고 창의적인 장·단기 계획이 수립되고 있지 못하고, 전주 ‘문화’를 심층적으로 연구하여 콘텐츠를 풍부하게 개발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연구(R&D)기능이 부족하다. 각 기관 간의 네트워킹이 미흡해 유기적인 상호보완도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각 시설이나 기관의 고유성과 개성을 인정하면서, 유기적이고 통합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전통문화중심도시 추진 차원에서의 전략이 수립되어야 한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관점 하에 각 시설이나 기관의 ‘특별한 발전전략’을 수립하게 하고, 채택될 경우 시 차원에서 과감하게 지원하는 행정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특히 홍보와 마케팅 기능은 필수적으로 통합되어야 한다. 전국 TV와 신문·잡지 등을 겨냥한 차별화 되고, 지속적이며, 효과적인 홍보기법의 세련화와 다변화가 필수적인 것이다. 인적 자원의 전문성과 열정, 차의성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참여 인력의 급여를 현실화 하고, 순환근무와 심화교육, 해외연수 등 동기부여를 가능케 하는 정책적 수단이 강구되어야 한다. 각 기관별로 개선방안을 살펴보면, 전통문화센터는 ‘한국의 집’ 운영 노하우 등이 ‘기술이전’ 되지 않고 있다. 한벽극장 관객의 감소가 공연 프로그램의 질적 저하로 이어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하고, 기업과의 메세나 운동으로 자체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전주의 전통문화를 소개하는 핵심기관으로서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한옥생활체험관은 부설 시설인 술 박물관이 적극적으로 수익사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 그 수익으로 20개의 수준까지 객실 수를 늘려나가고, 프로그램의 질을 높여나가야 한다. 숙박객의 질을 높이고, 조선조 선배생활 체험 등 ‘감동 프로그램’을 강화하여 고품격·고가격의 명소화 전략이 필요하다. 공예품 전시관은 장기전으로 주변상가와의 차별화 전략을 뚜렷이 해야 하고, 전주 고유 브랜드의 개발 등 R&D(연구개발)센터기능을 갖기 위해서는 다양한 산학협력이 요구된다. 역사박물관은 개관당시의 전시 상태가 아직까지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 전시 내용물 구성에 많은 개선이 필요하고, 여타 기관의 Brain Bank역할을 함으로써 전주전통문화중심도시 추진의 R&D 기능을 담당할 수 있도록 역할의 재조정이 필요하다. 전주시 민간위탁 문화시설들의 계약만료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현재 전주시에는 전주전통문화센터, 한옥생활체험관, 술박물관, 공예품전시관, 전주역사박물관, 전주시내 6개 문화의 집 등이 전주시로부터 위탁을 받은 민간단체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이들은 민간전문가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빌려 운영성과를 높이고, 문화전문단체에 시설운영을 맡겨 문화의 독립성과 경쟁력을 높인다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전주시와 수탁단체, 운영실무자들은 불확실성과 경계의 모호함 속에서 수많은 우여곡절과 시행착오를 거듭해왔다. 지난 9월 14일 전주영상진흥원에서 열린 제 21회 마당수요포럼 ‘전주시 민간위탁시설 3년, 그 현황과 과제’는 2005년 2월 계약만료 시점이 다가오는 민간위탁 문화시설들을 점검했다. 홍성덕 전북대박물관 학예연구사의 사회와 이두엽 예원예술대 산학협력단 단장의 발제로 진행된 이날 포럼에는 전주전통문화센터, 한옥생활체험관, 전주역사박물관 등의 운영진 등을 비롯해 수많은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뜨거운 갑론을박을 벌였다. 이날 포럼에서 가장 쟁점의 물꼬를 튼 것은 민간위탁 시설에 근무하는 문화인력들의 처우문제였다. 발제자와 참가자들은 모두 민간위탁 시설에 근무하는 문화인력들의 처우가 열악하다는 것은 인정했다. 하지만 그 원인이나 해법에 대한 시각은 제 각각 이었다. 이종민 전주문화원 사무국장은 “발제자는 민간위탁 시설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소통과 신뢰, 직원들의 신명의 부제를 꼽았다. 하지만 이 문제는 위탁기관과 운영진, 그리고 전주시의 삼각 구도를 놓고 짚어봐야 하는데, 전주시는 빠진 채 수탁기관과 운영진을 중심으로만 정리했다”며 이두엽 단장의 발제문을 지적한 뒤, “민간위탁 시설의 커다란 역할 중 하나가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다. 하지만, 인력의 이직률이 가장 높은 곳이 민간위탁 시설이다. 왜 빠져나갔는지 살펴봐야 한다. 처음에는 의욕을 갖고 시작했다가도 저임금과 강한 노동 강도에 시달리다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나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려는 의지 없이 몇 년을 더 소비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발제를 맡은 이두엽 단장은 “민간위탁이라는 것은 수탁기관이 신명나게 일을 해서 충분히 경영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신뢰, 소통, 신명의 부족 현상에 시달리고 있고, 이런 문제들 때문에 민간위탁시설들에서 근무하는 인력들도 비전과 동기부여가 되지 않고 있다”며, “이것은 누가 옳고 그르냐의 문제를 떠나, 시와 수탁기관 사이의 관점차이 때문이다. 공무원과 민간인은 일하는 스타일이나 방식에 차이가 있다. 이 문제는 민간위탁제도를 시행한지 3년 밖에 안 된 상황이기 때문에, 제도가 정착되는 과정에서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쯤이면 서로 터놓고 얘기를 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니까 자꾸 서로 불만만 쌓여가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김갑도 전주전통문화센터 관장은 보다 근본적인 시각의 전환을 요구했다. 문제의 핵심은 문화시설인 민간위탁 시설에 사기업과 같은 ‘경영’개념을 도입하고 있다는 점이라는 것이다. 그는 “발제문에서 전제했던 신뢰, 소통, 신명의 부족 현상은 사실 전주시와 직원간의 문제는 아니다. 민간위탁 문화시설은 시민들의 문화향수권을 확대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발제문에 나와 있는 ‘경영목표’가 부족하다는 것은 문화시설을 기업의 입장으로 보는 것이다. 문화는 ‘투자’의 개념으로 봐야한다. 하지만, 자체수익구조가 워낙 낮다보니까, 신명나는 직장분위기 같은 것이 이뤄지기 힘들다. 역시 가장 큰 문제는 예산 문제다. 무엇보다 먼저, 예산적인 부분이 문화적 투자로 이어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 한다”며 문화시설들을 기업체처럼 경영수지의 입장이 아닌, 공공의 선을 확대하기 위한 곳으로 봐야한다고 시각의 전환을 요구했다. 하지만, 김영배 김제자활후견기관은 이에 대해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문화 인력들에게 비전도 제시하지 못하고, 과중한 업무와 박봉에 시달리도록 한 것은 가장 먼저 민간위탁 시설 운영자들에게 그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다른 단체들과의 경쟁을 통해 민간위탁을 하게 된 것인데, 그 책임을 전적으로 전주시에만 전가하기는 힘들 것이다”며, “처음부터 현실성 있게 계획을 세우던가, 아니면 문제들을 공론화 시켜 시나 시의회를 설득시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사업계획서에 직원들의 처우문제를 현실성 있게 반영했어야 한다는 말이다. 다음으로 쟁점이 된 부분은 각 민간위탁 문화시설들 간의 네트워크 형성이었다. 김갑도 관장은 “각 민간위탁 문화시설들 간에 네트워크 형성이 안 된다는 지적이 많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문화시설들은 각기 개별적인 특성이나 사업목표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유성과 개성을 인정하면서도 유기 통합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두엽 단장은 “개성과 고유성은 유지하되, 유기 통합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말은 절대 모순적인 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러 위탁기관들이 통합적으로 홍보를 한다면 더 적은 비용으로 훨씬 더 풍부한 홍보물을 만들지 않겠는가. 지금처럼 상호 유기적이고 보완적인 관계에 있는 각 민간위탁 시설들이 반경 1Km내에 있으면서, 모두 홍보물을 따로 만들고 있는 현실은 이해하기 어렵다. 솔직히, 현재 각 문화시설들은 서로 너무 닫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준호 한옥생활체험관 관장은 한걸음 더 나아가 ‘경영자의 입장에서 더 과감한 구조조정’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외부인들을 보면, 홍보물만 4~5개씩 들고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선택과 집중의 측면에서 지금과 같은 백화점식 경영은 안 된다. 지금 앞서가는 기획은 회계나, 기획, 홍보까지 아웃소싱 하는 경우가 많다. 민간위탁 시설에서는 이것만하라는 최소한의 임무만 주면서 예산을 줄이고, 홍보나 기획 같은 것은 전문가 그룹을 만들어서 한다면 일의 능률도 훨씬 더 올라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민간위탁 시설의 경우 항상 공익성과 수익성 사이에서 갈등을 하게 된다. 공익성을 배제한다면, 한옥생활체험관의 경우 예산지원 한 푼 없이도 유지가 가능하다”며 “지금 시급한 것은 시의 인식이 하루빨리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한옥마을에는 많은 기관과 대학 시설들이 들어오고 있다. 이들은 이익창출을 전문으로 하는 경영 전문가들이다. 하지만, 시에서 위탁을 받아 하는 민간시설의 경우에는 공익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백화점식 사업들을 하는 것이고, 상황이 점점 악화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를 타계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연구개발’을 해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김남규 시의원은 “민간위탁 제도를 시행한지 3년이 지난 지금, 좋아진 것도 나빠진 것도 있다. 하지만, 지금 무엇보다 필요한 고민을 빠져있는 것 같다. 전주가 전통문화중심도시로 지정되고, 국비가 투입된다면 한옥마을의 구도는 급격히 변해갈 것이다. 현재는 민간위탁 문화시설들에게 위기의 상황이다”고 진단하며, 이에 대한 고민이 무엇보다 시급함을 지적했다. 내년 2월이면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전주의 민간위탁 문화시설들. 이날 포럼은 1년 전 평가 때 제기되었던 문제들이 아직도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과 함께, 이런 문제들을 당사자인 수탁단체들이 정리해서 전주시가 하루빨리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마무리 되었다. 하지만,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전주시의 문화구조에서 민간위탁 문화시설들이 위기에 처해있다는 김남규 시의원의 진단은 새로운 과제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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