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9 | [문화저널]
독자투고
(김지선 / 전주 서신동)(2004-09-14 07:34:40)
독자투고
이번 호 문화저널은 테마기획이 좋았다.
물이나 공기처럼 항상 사용하면서 생활하지만, 또 그만큼 그 중요성을 생각해보지 못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전라도 사투리인 것 같다. 생각해본다고 하여도 막상, 내 정체성의 한계인 것 마냥 조금 창피스럽게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쓰는 사투리가 아름답다거나 한다는 생각은 추호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학술적으로 접근한다는 것은 생각해본적 조차도 없다.
반면에 친구들과는 경쟁적으로 사투리를 써가며 얘기했던 기억이 많다. 나와 같은 사투리를 쓰는 친구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사투리는 우리들의 끈을 이어주고 공동체 의식을 갖게 해주는 훌륭한 매개체 역할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단지 그뿐이었다.
이번 호 테마기획 ‘방언’은 이런 내게 사투리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해 주었다. 학술적 접근이 쉽지는 않았지만, 분명한 것 하나는 방언이 오랜 시간을 두고 발전해 왔으며, 그래서 그 지역이나 그 말을 쓰는 사람들의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나 또한 그래왔을 것이다.
문학인들에게 듣는 방언이야기는 내가 쓰는 말이 얼마나 아름다운 말인지를 깨닫게 해준 꼭지였다. 내 주위 사람들과 표준어로 이야기한다? 얼마나 무미건조할 것인가. 이야기 한다는 것 자체가 재미나 즐거움의 행위가 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작가들의 글이 좋았지만, 특히 소설가 신경숙씨의 글은 타지에서 생활하는 사람의 고향에 대한 향수가 녹아 있는 것 같아 왠지 아련한 마음과 함께 고향말의 존재감을 새삼 느낄 수 있어 좋았다.
타지에서 활동하는 우리지역 출신의 작가의 글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은 지역매체라는 문화저널의 한계를 넘는데도 커다란 도움이 된 것 같다. 앞으로도 서정적이면서 지역적인 그러면서도 지역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테마기획을 볼 수 있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