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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9 | [문화저널]
김규남의 전라도 푸진 사투리
김규남(2004-09-14 07:21:22)
“대애한민국 짜작작 작작” 오늘은, 자가용 타고 드나들며 아무렇게나 바라봄 직한 이 들녘에, 호랑이 떨어져 죽은 자리에 솟아오르는, 핏물 든 수수깡 같은 이야기들 몇 토막으로 이 땅의 수난사를 방언을 통해 들여다보기로 한다. 이야기 하나 아이고, 공출은 말도 못 혀. 저 삼베질, 베 모다 짜고 옷 맹글라고 근디 삼 공출 헤라, 미영 공출 헤라, 산이가 굉이 따다 공출 헤라, 아주까리 공출 헤라, 유기 공출 헤라, 공출 안 헌 것이 없지. 수량을 채와 주먼 몰라도 수량을 조매 채울 수가 있가니, 수량을 못 채우머는 자꼬 멘에서 멫 멩이 밟고 댕김선 여근 면 사람은 인자 사정본다고 생곈면 가서 뒤고, 하, 그냥 막, 매질을 허고 무섰소 그 지낸 난리도, 이장 담:에 반장이란 거이 있는디, 한 번 썩 반을 짜가지고, 요 반써 이 사램이 밭일을 보고, 그서 그 때는 반장을 내. 이반 삼반 이반 요롷게 히서 한 동네서, 그먼 양, 반장 그이가 그거 안 냈다고 못 걷었다고 막 꿇어 앉혀 놓고 막 뚜드리고 그리요 막. 하, 왜놈들이 시긴게 여근 뇜이. 여근 뇜인디, 고약헌 뇜이 있어. 새터 방위, 방위 아조 이 방위라고 헌 사람 아이고 그놈, 일찌감치 살:도 못허고 죽등만.... 이야기 둘 비행기가 어찌게 잡아 돌든지. 근게 어찌서 그맀등가 몰라. 여긋 비행깅갭인디. 저 뒤에다가 굴을 파 놓고 막 비행기 공습헌게 야단인게 굴속으로 들으가라고 어치게 막 사방서 소리가 나고 야단인지. 우리 시양 쉰 두 살 먹은 딸을, 머 난리가 나먼 자식을 내불고 간다드니 기껏 가 싹 가서 들앉었다가 나와 봉게, 애기는 방으다 뉩혀 놔버맀어. 아, 달이 훤헌디 어치게 끄막헤서 와봉게, 팔월이라 문을 열어 놨는디, 달빛이 뱅이 훤헌디, 달빛이 방으까장 들어왔어. 아, 근디, 애기가, 방으서 자요잉, 그것도 모르고 즈그 몸만 숨었당게. 시상에, 참, 그렇게 정신들이 없이 살았어. 이야기 셋 아, 쩌 짚은 산중에는 동네다 막 불을 질러 부러 갖고는 더그매 위로 올라갔더니 막 둘이다 타져 죽었다고등만. 보통 이런 사람들이 숨은다고 올라갔더니 우리 시앙 오양 더그매 있잔허요. 고런 디로 올라가갖고 엎뎠었더니 양 막 뺑 돌려서 그냥 막 불을 놔 부르고 지키고, 우리 친정으 당질, 당질이라고 헌 이가 둘이나 죽었어요. 이야기 넷 그 때가 인굉이 끝날 때요. 그 때가 더 에룹답디다. 아, 조깨 걸어 가머는 우리 율촌 친구라곤 양반이 산디 한 번 본게, 하:얀 운둥화도 신고 맥끈허게 뀌밌드랑만, 그 때 거리거리 잡아 조사를 헝게 어뜨케 그냥 밤에 개기도 낮에 개기도 무섭고 그맀어, 세생이. 밤이먼 더 활발헌게 더 무섭고. 낮이는 으연허고 갔든갑등만, 하따, 그 막 집에다 모다 불을 놓고 있는디 하:얀 운둥화를 신었드랑만 기양 이 불로 들으가라드라요. 젊드래. 한 이십남 되았겄는디 옷이랑 맥끈허니 입고 하:얀 운둥화를 신었는디 아, 인자, 그리 죽으나 저리 죽으나 기양 막 불로 뛰어 들드래 근디 막 하이고 뜨거라 하이고 뜨거라 뜨거라 뜨거라 그리 쌈서 그맀다고 하이고 지겨워서 막 어서 와 버맀다고 그리여 이야기 다섯 그렇게 무섭게 살았다고 세상. 아이고 말인게 그렇지. 우리가 그전에 쩌 물건네 논이 일곱 마지기가 있었는디 거그 가서 나락을 뭉끈게, 베를 말류아 갖고 인자 뭉끈게 치러디릴라고 헝게, 처 삼계성 모튕이 이라곤 디서 사람 하나가 건정건정 건정건정 허고 와. 고러고 그 때는 함부로 그 사람허고 이얘기도 모더게 허요잉. 천:부다 망을 보고 있응게. 하, 대원들이고 헌 이가 망을 봐. 긍게 인자 함부로 체다보도 못 허고 함부로 이얘기도 못 허고 그런디, 아, 청구숭게숭게숭게 허고 오더니 나락다발 하나 지르르르 끄집어다 놓고 앉어서 요리히서 어디로어디로어디로 어디를 가먼 어디를 가냐고 물어. 그리서 요리요리저리로 가먼 암디로 간다고 그르케만 갈켜줬드니 핑 가등마. 그 사람도 양 피해서 연해 간 사램여. (망을 보는 사람은 여기 동네 사람이에요. 아니면) 아이고, 멘에서 나와서 본 사람들이지. 동네 사람이 아니라 장에 마실 가셨던 할아버지가 돌아오시는 바람에 이야기는 끊기고, 나락다발 지르르르 끄집어다 놓고 앉아서 길을 묻던 사내의 최후는 정녕 알 수 없었으나 정황으로 미루어 보면 결국 어디쯤 가서 잡혀 죽었을 것이다. 해방과 동란의 사연들이 반세기가 지나 영영 실타레를 풀 수 없는 해결불능의 수렁에 감추어 질 수 있는 것처럼 착각하지만, 발 디뎌 닿는 곳마다 억울하게 살아온 시절의 이야기와 참혹하게 죽어간 이웃의 피맺힌 사연들은 오늘도 여전히 황토, 붉은 핏물 되어 되살아나고 있다. 아무 생각 없이 함부로 밟을 땅이, 이 땅 어디에 한 평이라도 있단 말인가. 대애한민국 짜작작 작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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