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9 | [시]
시
유강희
전북 완주 출생. 원광대 국문과 졸업. 198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 「어머니(2004-09-14 07:18:41)
간고등어 장수
잊을만하면 간고등어 장수 마을에 나타나
옛날 두부 장수들이 들고 다니던 주먹 만한 종을 댕그랑 댕그랑 울린다.
그러면 나는 짐바리를 몰고 두부를 팔러 다니던
그 두부 집 아저씨의 군용 작업복이 먼저 생각나고
동네 아이들과 함께 한 웅큼씩 비지를 베어 먹던
그 두부 집의 귀밑 붉은 누나를 닮았던 봉숭아 꽃 마당과
커다란 가마솥에선 연신 콩을 삶아 내느라
비지처럼 하얀 연기를 푸푸 퍼올리던
지붕 위로 솟은 그 시커먼 굴뚝이 문득 생각나고
간고등어 한 손 주세요
금방 굵은 소금을 배에 채운 듯
싱싱하고 살이 통통한 고등어 두 마리를 골라
비닐 봉지에 싸주는 간고등어 장수
그러면 난 다시 그 비닐 봉지를 가만히 열고
옛날 내가 갈 수 없었던 먼 바다 한 토막을 끌어 올리기 위해
간고등어의 푸른 등을 몇 번씩이나 쳐다보고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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