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2004.9 | [특집]
도청사 이전 어떻게 볼 것인가.
김병수 / 전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경실련도시개혁센터 국장대행과 전주환경운동연합(2004-09-14 07:07:49)
도청사 이전 어떻게 볼 것인가. 김병수 / 공공작업소 심심 소장 도 청사가 이전한다고 한다. 적어도 1996년 전라감영 복원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른 이후 우리는 대응 과제를 논의했음이 분명하다. 이전과 관련해서 2001년도 정부 교부세 500억을 수령한 것도 2000년 이전에 이 문제에 대한 검토가 끝나 있었기 때문 아니겠는가. 신축하고 있는 신청사의 준공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보면 청사 이전에 소요되는 예산과 남겨질 청사 건물의 용도에 대한 구체적 계산은 끝난 셈이다. 현 청사 주변이 지방문화제로 설정(전라북도지정 기념물 107호, 부지 4,884평)되고 도시계획상 그 범위가 확정된 사실과, 청사 이전에 소요된 500억의 비용이 이미 지출된 상황이다. 그러나 기 지출된 예산이 청사 신축 공사비인지 전라감영복원 공사비 인지 분명치 않다. 공사가 마무리되고 우리는 신청사를 갖게 되겠지만 언론은 청사이전에 따른 대책을 촉구하고 있고, 시민들의 불안은 좀 채 벗어날 수 없는 혼란으로 치닫고 있다. 도청사 이전에 따른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는 것이 왠지 맥 빠진 느낌이 든다. 이미 끝나 있어야 할 시점에 어떤 합의를 도출해 내자는 것인가. 전라감영 복원이 전제된 것인지, 이전을 둘러싼 논쟁의 시작이 어디쯤에 와 있는 것인지. 도청사 이전이 불가피 한 것이라 받아들인다 해도, 그로부터 너무 오랜 시간을 흘려보낸 것 아닌가. 일차적인 책임은 정치인과 관료가 지게 될 것이지만, 누구라도 그 책망에서 벗어 날 수 없을 것이다. 우리에게 닥친 문제의 현실이 이런 엉성한 구조 아래 놓여 있는 현실이 답답하다. 그리고 우리 앞에 놓인 이 환영의 실체는 무엇인가. 우리는 지금 복원할 전라감영의 실체를 어떻게 구상하고 있는가. 역사공원인가? 기념할 무엇은 분명한가. 현재적 의미를 갖고 시작하는 것인가? 전라감영 복원을 2010년으로 약속할 근거는 정말 타당한 것인가? 흔적도 남겨 있지 않은 감영을 복원하겠다는 비전, 우리가 목말라 하고 있는 도시의 비전은 무엇인가. 전라감영의 의미를 애써 무시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호남과 제주를 관할하던 전라감영의 의미가 현재적으로 계승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무조건 반대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복원하려는 전라감영에 피와 살을 얼마나 준비해 놓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옛 지도를 근거로 감영을 건축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역사 도시 전주의 유적으로 숨쉴 수 있을지 여전히 미지수다. 남겨진 건축과 유기적인 행위들 없이 크고 웅장한 건물을 갖게 되는 것으로 우리가 역사의 계승자임을 자축할 수 있는 것인가? 가상의 놀이를 준비하기 위해 우리는 지난 10년간 무엇을 준비해 왔는가. 전라감영이 동학혁명의 거점으로 집강소가 설치되어 민중통치의 시대를 열었다면, 전주 시민이 그런 혁명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는가? 아니 전라감영 복원과제의 중심이 혁명사에 맞춰 움직이고 있지 않다. 그럼 우리가 보려고 하는 역사는 무엇인가. 전통문화도시 전주의 꿈을 그려 나가는데 우리는 숨결을 불어 넣을 힘을 갖추고 있는가. 모든 불찰이 여기서 시작되었다. 우리 스스로 계획을 수립하고 대응하는 과정을 생략해 온 결과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 문화를 힘차게 돌릴 수 있는 자본과 문화의 자생성을 지켜 나갈 수 있는 긍지다. 도심의 문화벨트를 성공적으로 지켜 나갈 수 있는 것은 관광만으로 되질 않는다. 자연스러운 인간 활동의 중심에서 지켜온 도심 역사와 문화를 도시계획과 개발과정에서 일관되게 담아 내지 못한다면 규모 있는 건축적 실현이 무슨 대안이 될 수 있겠는가. 부도심 개발과 택지개발의 편익을 우선한 개발로 우리는 ‘도심문화’라는 자산 한 귀퉁이가 허물어질 때까지 방치해 둔 셈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내 놓은 감영복원계획은 도심이 그 상업적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지 타당한 근거가 뒷받침 되지 못한다면 실행에 옮기는 것 자체가 재검토 되어야 한다. 오히려 최근 유치에 성공한 고등법원이 감영의 그림을 대신하는 게 더 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법원을 중심으로 중산층이 소화할 수 있는 문화적 토층이 형성되고, 이용자의 증가로 도심 활력을 되찾게 되는 것으로부터 도시와 도심문화의 새로운 축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물론 논의의 활성화를 기대하기 전에 우리가 만들어 놓은 위험한 현실을 재대로 파악하는 것이 순서 아닐까 싶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