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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9 | [특집]
“시대적 요구와 사회적 변화 반영한 복원해야”
윤정란 / 전북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난해에는(2004-09-14 07:06:57)
“시대적 요구와 사회적 변화 반영한 복원해야” 윤정란 / 전주시정발전연구원 현 도청사부지는 1890년대 중반까지 전라도와 제주도를 통괄하던 전라감영터이자, 동학운동 때에는 집강소를 총괄하기 위하여 대도소(大都所)가 설치되었던 곳이다. 이처럼 역사적으로 뜻 깊은 장소를 기념하기 위한 사업인 전라감영의 복원작업은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전라감영의 복원을 논하기에 앞서 신중하게 생각해 봐야 할 점들이 있다. 첫째는 도청사부지를 단순히 역사적인 기념장소로만 인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1952년 전라감영터에 도청이 들어선 이후 주변 시설들 역시 관련 기능으로 재편성되었고, 도청과 주변지역은 하나의 고리처럼 맞물려 성장하여 왔다. 한편, 1990년대 중반이후 도심부의 쇠퇴문제가 심화되면서 이 지역 역시 공동화 현상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도청사마저 이전되면 지역의 침체는 가속화될 것이 자명하다. 기존의 도청사가 새로운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신청사의 건립이 필요했듯이 주변지역 역시 지역을 활성화시킬 매개체가 요구되고 있으며, 이는 도청사이전부지의 활용을 통하여 해결되어야 할 과제일 것이다. 도청사부지는 지리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전통문화중심도시화사업의 거점지역인 한옥마을로부터 태조로~풍남문~감영1길(도청사부지)~객사·걷고싶은거리~영화의거리를 연결하는 매개공간으로, 지금까지 개별적으로 추진되어온 도심활성화사업들과 전통문화중심도시화사업을 연계하여 시너지효과를 창출시키는 핵심지역이 될 것이다. 따라서, 도청사부지의 활용방안은 단순히 부지 자체의 활용뿐만이 아닌 주변 지역에의 파급효과, 더 나아가 전주시의 도심 전반에 미칠 영향까지도 고려하여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는, 전통문화를 보존하고 기념하는 방식으로 지금까지 우리는 원형복원을 고집해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원형복원은 역사를 기념하는 방법의 하나일 뿐이다. 최근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는 기념방식들을 볼 때 우리의 복원방식은 너무 고루한 것이 아닌가 싶다. 전주시에는 이미 이러한 고루한 사고에서 벗어나 전통을 새롭게 해석하고 기념한 선례가 있다. 바로 전주한옥마을이 그 예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옥이란 단어에 아흔 아홉 칸의 전통한옥을 상상한다. 이 때문에, 한옥마을을 처음 방문한 이들은 실망의 눈빛을 보이기도 하고 코웃음을 치기도 한다. 반면에, 새로운 전통에 대한 해석과 기념방식에 찬사들 보내는 이도 적지 않다. 학계에서는 한옥마을에 산재되어 있는 한옥들을 도시한옥(도시형한옥)이라 칭하고 있다. 도시한옥이란 1900년대 초반에 도시의 협소한 대지여건과 생활양식의 변화에 대응하고, 새로운 건축 재료와 기술의 도입으로 만들어진 변형된 한옥이다. 따라서 도시한옥에 대한 인정은 변화된 전통을 또 하나의 전통으로서 인정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한옥마을을 한옥보존지구로 지정·관리되었던 과거처럼 박제된 문화재로만 보았다면 도시한옥은 전통으로 받아들여지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주민들 역시 그들의 집과 함께 박제로 남겨졌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한옥마을을 전시용 문화재가 아닌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자 생활공간으로서 받아들이고, 특정시대에 멈춰버린 옛 것 그대로의 원형만을 고집하지 않고 시대적 요구나 사회적 변화에 의해 변모되어온 모습을 인정하였기에 그 빛을 발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역사적 장소를 복원하는 목적이 전통문화의 중요성을 전달하고 역사를 기념하는 것이라면 도시한옥을 인정했던 것처럼 전라감영의 복원방법에 대해서도 시각을 달리해 보면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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