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9 | [문화가 정보]
전북민예총 기지개 펴다
최정학 기자(2004-09-14 07:03:35)
제 1회 통일예술제 ‘동학에서 통일로’
“흥보가 중에 돈타령 쪼깐만 해볼라요.”
“아, 많이 해도 되아~”
땅거미가 가라앉은 저녁, 경기전 앞에 흥겨운 무대가 열렸다. 무더위를 식히기 위해 거리로 나온 시민들이 무대에 오른 이애자 명창에게 흥을 북돋는다.
지난 8월 7일부터 14일까지 경기전과 태조로 일대에서 제 1회 8?15예술제가 열렸다. 지난 해 9월 지역 예술인 1백 83명이 참여해 10개 분과로 창립한 전북 민예총이 그들의 역량을 결집해 내보이는 첫 행사다. 이번 행사의 슬로건은 ‘동학에서 통일로’. “지역의 역사성을 대표하는 것이 동학혁명이고, 민족사적으로 현재 우리의 가장 큰 목적이 통일이다. 이번 행사를 통해 지역의 역사성과 민족사적 과제를 함께 되짚어보고 싶었다”는 것이 최동현 전북민예총 회장의 설명. 행사 첫날인 8월 7일, ‘지역 주민들은 문화예술 활동의 수동적 타자가 아니라 진정한 주인이다. 지역문화예술 발전의 토대는 지역문화예술인들의 창조적 활동에 있다. 지역문화예술은 우리 민족예술의 뿌리임을 선언한다. 지역문화예술의 발전은 예술단체나 예술인의 독자적인 활동만으로는 효과적으로 담보될 수 없다. 우리민족의 절대 절명의 과제는 남과 북의 평화적 통일에 있다’를 내용으로 천명한 ‘전북문화예술선언’은 전북민예총의 활동방향을 보다 구체적으로 가늠케 해주는 나침반이었다.
전북민예총은 그동안 창립 백일기념행사 ‘평화통일기원 장승굿’을 비롯해, 문화예술지역 소외지역 찾아가기 순회공연 ‘소통과 향유 아름다운 전북 예술’ 등 분과위주의 행사는 진행해 왔지만, 10분과의 역량을 모두 결집한 행사는 없었다. 때문에 “이번 행사는 그동안 쌓아왔던 전북민예총의 역량과 한계를 가늠해보고, 이를 토대로 본격적인 걸음을 내딛는 ‘첫걸음’으로서의 의미도 있다”는 것이 김선태 사무처장의 설명. 이번 행사에는 전북민예총 산하 10개 분과가 박제화(?)된 무대나 전시공간을 벗어나 ‘시민들 속’으로 뛰어들었다.
이번 행사의 백미는 8월 12일 저녁에 펼쳐진 ‘통일한마당’이었다. 경기전 앞에서 열린 이날 행사에는 전북민예총 소속 5개 풍물단체 회원들과 통일연대 소속의 풍물패, 완주군 농민회 풍물패, 학생 풍물패 등 전국에서 400여 명에 달하는 풍물패가 모여 통일기(旗)싸움과 대동놀이를 연출해, 장관을 이뤘다.
경기전 안에서는 다채로운 전시와 체험행사가 열려 시민들의 발걸음을 이끌었다. 특히 분단의 아픔을 표현한 사진전은 이번 행사의 슬로건에 가장 부합한 행사였다는 평가다. 김정우 중부대학교 사진영상학과 교수는 ‘반세기... 분단의 풍경’을 주제로, 점점 익숙해져만 가는 분단풍경들의 아이러니를 보여줬다. 류상수 다큐멘터리 사진가는 6?25 한국전쟁당시 중공군으로 참전했던 중국 조선족들의 비극을 흑백 사진 속에 담담하게 담아냈고, 김락현 순수창작 사진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하나의 상품가치로 변해버린 통일공원이나 통일 전망대 같은 공간의 애매모호한 풍경을 보여줬다. 전북민예총 사진분과 회원들인 이무재, 최원철, 서영주, 김창배, 김정우 등의 작가가 참여한 ‘전라북도의 분단 풍경전’은 우리지역에 산재해 있는 반공호, 해안초소 등을 기록적이면서 풍경적 색채로 그려내, 우리주위에 존재하는 분단의 상처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이밖에 경기전안에서 펼쳐진 다양한 전시와 체험행사 외에, 다채로운 상설공연 등이 일주일동안 시민들에게 문화 향유 욕구를 충족시켰다. 특히, 8월 9일과 11일 이틀간에 걸쳐 진행된 ‘시낭송’에는 박남준, 복효근, 오용기, 박성우, 김형미 등 우리지역을 대표하는 시인들이 함께해, 잊지 못할 아주 특별한 여름밤을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다채롭고 풍성한 행사에도 불구하고 아쉬움도 적지 않다. 이번 행사의 장소가 문화재로 지정된 경기전 일대라는 점 때문에 공연 등을 하는데 있어 제약이 따랐던 것. ‘시민들의 문화예술 향유권’을 이번 행사의 주된 목적으로 삼긴 했지만, 한옥마을 주변 주민들이라는 관객의 한정성도 아쉬움으로 남는 대목이다.
전북민예총은 오는 10월, 한?러수교 140주년을 맞아 대대적으로 열릴 ‘고구려인의 날’ 행사에 참여할 예정이다. “국제교류사업의 일환으로 우리 전통 공예품 홍보와 함께 춤과 판소리 등을 통해 교류의 물꼬를 틀 생각”이라는 것이 김선태 사무처장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