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6 | [저널초점]
[저널초점]
민간위탁, 자생력 키울 제도적 장치와 여건이 우선
전북도립국악원 민간위탁
황경신 문화저널 기자(2003-04-07 13:49:24)
전북도립국악원 민간위탁 문제로 극단을 향해 치닫던 전북도와 전북도립국악원이 절충안을 마련해 합의점을 이끌어내는 등 정상화를 위한 움직임이 가시화 되고 있다.
전북도립국악원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5일로 도의 '국악원의 발전적 해체안' 등에 맞서 계획했던 시위와 철야농성 등을 철회하고 업무 복귀 및 정상적 예술활동에 돌입하기도 결정했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도립국악원 비상대책위원회와 전북도는 예술단 및 교수부 등 단체행동에 따른 사후 보복성 인사 및 징계조치 금지, 집단행동과정에서 발생한 예술단원 8명에 대해 복직 선처, 민간위탁 절차 이행시 예술단 대표가 참여하는 대화창구 개설 운영, 민간위탁시 현 예술단 및 관련부서 정원 및 징계조치 금지, 전직원에 대한 공무원 수준의 처우개선 등의 사항에 합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애초 전북도에서는 도립국악원을 예술단과 교육연구부문으로 분리 위탁할 계획이었으나 분리위탁의 명분 부재와 소리문화의 전당 우선협약대상자로 선정된 단체의 적법성 여부의 문제로 인해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민간위탁대상기관 선정 승인안'과 '도립국악원 설치 및 운영조례안', '예술단 설치 및 운영조례안' 등을 의회에서 자진 철회, 소리문화의 전당 시설 운영만을 이달말까지 위탁자를 선정, 기본 계획대로 오는 7월 1일부터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을 민간에게 위탁하는 계획으로 방향을 틀었다.
민간위탁 문제가 원점으로 돌아간 상황에서 국악원측을 비롯해 지역문화예술계에서는 도립국악원이 현재의 사업소 체제 운영아래 유예기간을 갖게 되면서 민간위탁에 관한 문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도에서는 도립국악원 향후 운영방안에 대해 '민간위탁', '독립법인화'와 함께 '발전적 해체안'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많은 반발을 샀던 발전적 해체안의 경우 도에 '국악지원계'를 신설해 '국악육성지원기금' 등 기금을 조성해 국악 관련 사업이나 단체에게 민간보조 형식으로 사업을 신청받아 지원하는 것이라고 설명. 도의 이같은 방안은 '국악원 해체안'을 시사함으로써 민간위탁을 수월하게 추진하기 위한 일종의 포석이라는 해석이 따르고 있다.
전북도는 '해체안'은 제 3의 방안일 뿐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도의 이같은 방안 발표는 전라북도의 문화예술정책의 주요부문인 국악의 육성 발전에 관한 기본인식이 어떠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며, 소리문화의 전당 건립에서 표방되고 있는 '국악의 본향, 세계 소리의 메카'라는 전북도 지향의 국악정책과는 상치되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전북도립국악원이 사업소 형태의 유예기간동안 향후 운영방안을 어떤 식으로 풀어나가느냐는 비단 도립국악원뿐만 아니라 지역문화예술계 전체의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민간위탁 자체를 공식적인 논의나 충실한 고민없이 수용했다는 것이 현 사태의 야기한 가장 큰 문제이자 딜레마. 민간위탁의 대의와 절차에 관한 구체적인 고민과 논의의 장이 전혀 없이 극단의 상황만을 생산해내며 현재에 이르고 있다.
도립국악원 측도 집회기간을 비롯해 현재까지 '민간위탁 찬성, 재단법인 설립'을 주장하고 있지만 본질에 대한 논의 부족으로 구체적인 대응방안이나 운영방안이 나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북도의 민간위탁 수탁자에 대한 문제가 일단락 됨과 동시에 모든 문제에 대해서는 앞으로 갈 길이 더욱 험난하고 멀다는 것이 국악원 측과 문화예술계 안팎의 중론이다.
지금까지 벌어진 일련의 사태가 전북도의 부실한 행정을 필두로 한 '싸움'이었다면 이제는 '민간위탁'이라는 대세에 대해 문화예술계 전체의 중지가 모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문예기관이나 관립 문화예술단체에 대한 민간위탁 시점, 위탁 기관과 단체에 대한 경쟁력 점검 등 경쟁력 개념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 민간위탁의 본질에 대한 논의가 전무한 실정이었기 때문이다.
전북도와 도립국악원 양쪽 모두 민간위탁에 대한 정당성, 시기, 절차, 과정에 관한 접근이나 준비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 이번 사태가 던져준 가장 큰 교훈인 셈이다. 문화계에 불어닥친 민간위탁의 바람에 맞서서 진정한 의미에서의 문화적 경쟁력에 관한 제고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은 현 시점에서 더욱 간과할 수 없는 점이다. 민간위탁에 대해 기본적인 논의나 토대마련이 되어있지 않은 시점에서 민간위탁 시행을 전제로 이번 문제를 풀어갈 경우 장기적으로 지역문화예술계에 불어닥칠 위험과 파장은 더욱 클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전혀 아무런 예측없이 지금까지 이런 상황이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개관을 앞두고 전북도에서는 국악원 인력을 포함한 개관준비팀을 꾸려 개관준비와 아울러 도립국악원 차후 운영방안에 대해 고민했었지만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한 것이 사실.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개관이 바짝 다가와 있는데다 재단법인 설립을 내세운 준비팀과의 마찰로 업무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팀은 해체되기에 이르렀고, 결국 전북도는 내용과 절차는 빠져있는 '민간위탁을 해야 한다'는 결론적인 전제만을 가진채 문제에 접근해 왔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도에서는 국악원 민간위탁에 대해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외에는 구체적 계획이 나오지 못하고 있으며, 도립국악원 측은 재단법인 설립을 위한 자체적 방안마련을 통해 도와 이야기를 풀어나갈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재단법인 설치의 경우에도 '자체 독립'을 추진했던 예술의 전당이나 정동극장 등이 비교적 후한 점수를 얻고 있지만 이들 단체는 '서울'이라는 '시장'을 무대로 하고 있어 전주와는 또다른 차이가 있음을 감안할 때 더더욱 신중한 접근과 장기적 계획이 필요한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전북도립국악원의 경우 예술의 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 정동극장과는 달리 문예시설이 빠진 상황이기 때문에 문제는 더욱 간단치 않다.
이와 함께 도립국악원측에서 예술단과 교수연구부의 '분리'위탁을 반대함으로써 국악원 전체의 운영방안은 심각한 고민을 안게 되었다. 위촉직으로 계약직 공무원인 예술단원들과 교수연구부의 신분상 차이가 그것.
예술단원의 경우 민간위탁이나 독립법인 설치할 경우 좀더 자유로운 예술활동을 보장받을 수 있는 측면이 있지만 현재 국악원의 경우 예술단과 교수연구부의 유기적 관계를 들어 분리위탁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의 문예시설과 예술단이 함께 운영되는 민간위탁이나 독립법인이 아닌 새로운 유형의 운영방안을 강구해야 될 위치에 놓인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현재 정상가동이 되지 못하고 있는 국악원 내부 전체의 원만한 의견 조율이 최우선의 관건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전북도나 도립국악원 양쪽 모두 어떤 방안을 내세울 지에 대해서는 민간위탁이라는 '대세'속에 처해 있더라도 예술이나 예술단체 모두 그 중요성을 경제성의 측면이 아닌 예술자체에 내재된 가치의 측면에서 찾아야 한다는 본질을 놓쳐서는 안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적 논리를 내세워 예술지원을 줄이려는 정부와 예술의 내재적 가치를 내세운 예술계의 반발과 대응논리가 주종을 이루고 있으며 대형예술기관에 대한 '이익경영', '법인화와 독립경영'이란 측면에서 민영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작업들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있는 것이 사실이나 관객층이 두텁지 않은 '국악'을 중심으로 한 전북도립국악원의 경우 좀더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아무런 절차나 논의구조, 점검없이 민간위탁이나 독립법인이 추진될 경우 시장성이 얕은 현재의 도립국악원을 시장경제에 전적으로 맡기게 되고마는 위험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민간위탁이나 재단법인 설치에 대해서는 전북도와 도립국악원 양쪽 모두 큰 부담을 안고 있는 현재, 이에 앞서 지원은 계속하되 대체재원 마련을 위한 제도적 장치 및 제반여건 조성 등 자생력을 키워갈 수 있는 구조마련을 위해 전북도와 문화예술계가 힘을 기울여야 할 때. 지난 일련의 사태나 현재 도립국악원이 안고 있는 모든 문제의 해결 방향은 결국 민영화라는 대세속에서 앞으로 문화예술계가 나아가야 할 과제와 방향을 제시하게 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