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8 | [새책 및 새비디오]
새책과 새비디오
문화저널(2004-08-12 06:25:15)
『싸이코가 뜬다』 (권리 지음, 한겨레 신문사 펴냄)
2002년 『나의 아름다운 정원』, 2003년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등 새롭고 역량 있는 작가를 발굴해온 한겨레 문학상 제9회 수상작. 탈출구가 없어 질식할 것 같지만 그럼에도 끊임없이 출구를 찾아 헤매는 20대의 자화상을 그린 소설로 ‘표준’이나 ‘정답’만을 강요하는 현대사회에 대해 날선 비판을 하고 있다. 낯설고 새로운 감각의 언어가 눈에 띄며, 기성세대에 대한 빈정거림과 잡학 다식한 풍자적 대화, 곳곳에 등장하는 인용구 등 경쾌하고 신선한 글쓰기를 보여준다.
이 소설은 20대 주인공 오난이가 일본에 유학가 만난 소케대학 퀴즈 연구회 친구들과의 이야기와 기숙사 친구 사이코와 함께 떠난 ‘우리들의 오답사회’로의 여행, 이 두 가지 이야기가 교차하며 전개된다.
『몽십야』 (나쓰메 소세키 지음, 노재명 옮김, 하늘연못 펴냄)
20세기 초 근대문명의 명암을 탁월한 시각으로 꿰뚫어본 나쓰메 소세키가 근대적 주체와 삶의 불안한 내면 풍경을 담아냈다. 그의 소설은 한 세기 전에 쓰여 진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강한 문학적 자장을 형성하고 있다.
『몽십야』는 소세키의 중단편을 모은 소설 전집. 동양적 근대를 창출한 한 위대한 작가의 내면 풍경을 통독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결벽과 순수성, 지식인으로서의 풍부한 교양과 윤리관, 리얼한 묘사와 치열한 감정표현, 간결 명료한 문장과 번뜩이는 재담 등이 돋보인다.
책의 말미에는 소세키의 문학세계 전반과 행로를 고찰한 평론가 이봉일, 고운기의 작품해설이 실려 있어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이번에 초역된 ‘회상’, ‘런던 소식’, ‘만한’ 등을 포함해 총 24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한국 고대문화의 비밀』(이형구 지음, 김영사 펴냄)
지은이가 1990년대부터 중국과 북한을 오가며 수집한 유적유물 답사의 현장과 원색도판 300여장을 수록한 책.
지은이는 이 책을 통해 “한민족의 문화는 시베리아나 중국 등 외래문화의 영향으로 형성된 것이 아니라, 발해 연안에서 자체적으로 발생하여 고구려 시기 동북아시아문화의 황금기를 구가했다는 것”을 일관되게 주장한다. 발해 연안이란 한반도를 포함한 중국 산둥반도, 서부 허베이성, 북부의 동북 3성을 뜻하는 지역으로, 이 지역에서 발견되는 구석기부터 철기시대의 유적, 유물이 문화적 동질성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지은이 이형구는 홍익대학교를 졸업하고 국립대만대학교 고고인류학과에서 석사학위를, 역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선문대학교 역사학과 교수로 있으면서 대학원장을 맡고 있다.
『목수들아, 대들보를 높이 올려라』(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지음, 정영목 옮김, 문학동네 펴냄)
『호밀밭의 파수꾼』의 작가 J.D. 샐린저의 소설. 그가 평생의 프로젝트로 삼았던 ‘글래스’라는 성(姓)을 지닌 뉴욕의 한 가족 이야기다.
주인공 버디 글래스는 형 시모어 글래스의 결혼식에 참석한다. 하지만 신랑은 나타나지 않고, 소동 중에 버디는 시모어의 심경이 담긴 일기장을 발견하면서, 시모어의 고결하고 순수한 심성과 뒤틀린 유머감각이 신랄하게 묘사된다. 세월이 지나 이제는 중년의 교수가 된 버디 글래스의 1인칭 회상으로 서술된다. 그 사이 글래스 가족은 시모어의 자살이라는 비극을 경험했고, 버디는 형 시모어가 어떤 사람이었고, 자신들에게 어떤 존재였으며, 왜 그를 잊지 못하는지 독백한다. 형을 죽음으로 몰아간 세상에 대한 버디의 절망은 회상을 통해 다시 치유되고, 그는 다시 세상으로 나갈 희망을 얻는다.
<실미도>
1968년 국가가 우리를 불렀다. 1971년 국가가 우리를 버렸다. 하지만, 우리는 국가를 버리지 않았다. “주석궁 침투, 김일성 목을 따 오는 것이 너희의 임무다!”
영문도 모르고 군인이 된 31명의 훈련병들, 그들에게 나타난 김재현 준위(안성기)는 어리둥절한 그들에게 “주석궁 침투, 김일성 목을 따오는 것이 너희들의 임무다”는 말을 하고, 이 말을 시작으로 냉철한 조중사(허준호)의 인솔 하에 31명 훈련병에 대한 혹독한 지옥훈련이 시작된다.
‘684 주석궁 폭파부대’라 불리는 계급도 소속도 없는 훈련병과 그들의 감시와 훈련을 맡은 기간병들, ‘낙오자는 죽인다, 체포되면 자폭하라!’는 구호아래 실미도엔 인간은 없고 ‘김일성 모가지 따기’라는 분명한 목적만이 존재해간다.
한국 영화 사상 최초 1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2004 백상 예술대장 영화부문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빅피쉬>
2001년 <혹성탈출>이후, 팀버튼의 신작. <가위손>, <베트맨>에서 보여줬던 화려한 화면구성과 색채감, 그리고 기발한 캐릭터 창조력을 십분 보여준 작품이다.
윌리엄 블룸은 아버지 에드워드 블룸의 병세가 위독하다는 전달을 받고 고향으로 돌아온다. 평생 모험을 즐겼던 허풍쟁이 아버지는 “왕년에~”로 시작하는 모험담을 늘어놓는데... 젊은 에드워드 블룸은 태어나자마자 온 병원을 헤집고 다녔고, 원인불명의 ‘성장병’을 앓아 남보다 성장이 빨랐으며 만능 스포츠맨에, 발명왕이자 해결사였다. 유명해진 그는 더 큰 세상을 만나기 위해 여행을 시작했고, 수많은 친구들을 사귀면서 영웅적인 모험과 로맨스를 경험했다는데...
하지만 지금의 에드워드는 병상의 초라한 노인일 뿐,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아버지 곁에서 진짜 아버지의 모습이 궁금해진 윌은 창고 깊숙한 곳에서 아버지의 거짓말 속에 등장하는 문서를 하나 찾아내고, 아버지의 거짓과 진실을 가르기 위한 추적을 시작한다.
<디아이2>
기혼남을 사랑한 조이는 이룰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절망감에 충동적으로 수면제를 털어 넣지만, 누군가의 장난처럼 죽음은 그녀를 비껴간다. 의식을 놓친 춘간, 침대 주위를 에워싸고 있던 ‘그들’은 왜 하필 조이의 곁으로 모여든 것일까.
임신 12주. 누구도 원하지 않는 아기가 조이의 뱃속에서 자라고 있다. 뱃속의 아기와의 첫 대면, 산부인과의 초음파 기기가 반사하는 영상이 심상치 않다. 태아의 움직임을 바라보다가 정신을 잃고 마는 조이. 임신 24주. 그녀는 초대받지 않은 혼령들이 자신의 주위에 머문다는 걸 알게 된다. 그들이 뱃속 자신의 아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승을 떠돌고 있던 원혼들이 필요로 하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산모 조이에게 그들이 바라는 것은 태아의 온전한 몸. 조이는 9개월간 지속된 괴롭고 끔찍한 태교를 매듭짓기 위해, 또 다시 자살을 시도한다.
<브라더 베어>
초대형 애니메이션 <라이언 킹>이후 10년 만에 디즈니가 대자연으로 눈을 돌려 야심차게 완성한 애니메이션 블록버스터. 빙하기 말기를 배경으로 한 인디언 청년과 꼬마 곰의 모험을 통해 인간과 대자연의 교감을 그렸다.
아득히 먼 옛날, 빙하기 말기 인디언 삼형제 시트카, 데나히, 그리고 키나이가 살고 있다. 토템의식을 앞두고 한창 들떠있던 막내 키나이. 내심 용감한 호랑이 토템을 기대하지만, 자기에게 ‘사랑’을 의미하는 곰 토템이 주어지자 실망을 금치 못한다. 화가 난 키나이는 곰 사냥에 나서지만, 오히려 큰형 싯카만 목숨을 잃고, 그로 인해 곰에 대한 키나이의 원한은 깊어만 간다. 큰형의 원수를 갚기 위해 또 다시 곰 사냥에 나선 키나이. 천신만고 끝에 간신히 원수 곰을 죽이기는 하는데, 바로 그 순간 하늘에서 오색찬란한 빛이 내려오더니 그의 몸을 곰으로 바꾸어 버렸다. 인간으로 돌아가고 싶다면 ‘빛과 산이 만나는 곳’으로 시트카를 찾아가라고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