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8 | [시]
적 상 산
이 선 옥: 대구출생. <창조문학>으로 등단.
무주작가회의 사무국장. (2004-08-12 05:57:07)
이제 비로소 알았네
적상산 아래 마을로 시집오던 날
어둠에 갇혀 있는 한 마리 짐승 같아 보이던 산
밤마다 울어대던 그것이 미처 산인 줄 모르고
문턱에 내려앉아 그 짐승과 눈이 마주 치면
아침안개가 되어 그 속에 녹아 있었네
나를 받아 주던 그 아름다운 자태
절망을 덮고 외로움을 덮고
조금씩 나를 이끌어 가고 있었네
젖어 들고만 싶었네
미친 듯이 이 세상 살아가면서
아무 말 없이 등뒤를 채찍질하며
그렇게 사는 거라고 속삭이며
어머니와 아버지가 살다간 마을
어둠이 내리고 등불 같은 별들 쏟아질 때
버리고 온 것 아른하게 나를 붙잡아
멀어지지 않기 위해 떠밀리지 않기 위해
상처 입은 희망 무작정 헤아리고 있었네
한 몇 년 살다보면 먼지 같은 쓸쓸함
영혼의 뿌리같이 내리리라 믿었네
생애 꼭 한 번
너를 만나 깊은 속내 다 드러내고
맑은 영혼 가진 겨울나무로 견뎌 볼 작정이었네
아무것도 남지 않을 때까지 살아온 날
조용히 되 삭여 볼 작정이네
그리고 생의 한 자락 네 곁에 누일 작정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