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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8 | [문화가 정보]
세상의 절반, 여성들의 외침
최정학(2004-08-12 05:53:01)
2004년 현재, ‘페미니즘’이라는 용어는 더 이상 우리에게 낯선 단어가 아니다. ‘페미니스트’라는 용어도 더 이상 불순한(?) 무리라는 뜻과 등가로 치환되지 않는다. 세상의 절반, 여성들의 권리 찾기 운동이 한창이다. 여성들은 스스로 권리를 찾기 위해 수많은 여성단체들을 만들었고, 이제 그렇게 만들어진 단체들이 여성운동의 핵심이 되고 있다. 스스로 일어서지 않는 한, 제도권이 그들의 권리를 지켜주는 일은 없을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덕분에 여성의 권리 향상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많이 좋아지고 그동안 여성들을 억압해 오던 많은 제도적 불합리들도 상당부분 개선되었다. 얼마 전, 일상화 된 여성 차별의 상징이던 가정폭력이 법적 구속력을 갖게 되고, 성매매 방지법이 공표된 것은 이들의 노력이 맺은 커다란 열매중 하나다. 하지만, 여성들의 권리 찾기 운동이 활발하다는 것은 아직도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반증이기도 하다. 지난 7월 6일 전주전통문화센터에서 열린 전북여성한마당(사단법인 전북여성단체연합)도 여전히 힘들기만 한, 이 땅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에 대한 작은 외침이었다. 양성평등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매년 7월 1일부터 7일까지 열리는 ‘여성주간’에 맞춰 행사를 시작한 것이 올해로 일곱 해째. 3회부터 5회까지 계속된 ‘양성평등 열린 가족 문화 만들기’시리즈와 작년 ‘박찬숙의 여성노래 이야기’에 이어 올해는 ‘I love 여성운동 - 여성이 만드는 평등이야기’를 주제로 다양한 행사를 펼쳤다. 이날 행사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끈 것은 1회 때부터 꾸준히 이어온 ‘전북여성운동상’과 ‘전북여성의 디딤돌’, ‘전북여성의 걸림돌’ 시상식. 올해 ‘전북여성운동상’은 1983년 카톨릭농민회 활동을 시작으로 정읍시 태인면 신기마을에서 여성농민들의 모임인 태양분회를 만들어 여성농민의 정치, 경제, 사회적 지위향상과 인간다운 삶을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펴온 김금엽씨가 받았다. 순박한 농부의 웃음으로 무대에 오른 김씨는 “우리 농촌의 상황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데, 노인들 밖에 없어 더 힘들다”며 도시의 젊은 사람들에게 농촌에 대한 관심을 부탁하기도 했다. ‘전북여성의 디딤돌’상에는 부안반행운동 여성 활동가들과 유급산전후휴가 및 대체인력 확보를 보장받은 전국여성노동조합 전북지부, 정신대 할머니들의 삶을 그린 연극 ‘반쪽 날개로 날아온 새’를 공연하고 그들을 돕기 위한 성금모금 운동을 한 창작극회, 여성사안에 대한 법률적 자문과 변론으로 지역 여성인권 옹호에 큰 기여를 한 법무법인 백제종합법률사무소, 부안반핵집회 당시 경찰의 연행과정에서 성적 수치심을 당했지만 알몸시위로 책임자 처벌을 요구해 인권탄압에 대한 여론의 관심을 높인 배정자?김성녀씨가 선정됐다. 여성운동의 걸림돌에는 개봉동 사건에 국가배상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린 판사와 미성년자 성매매를 한 군산 경찰 4명, 그리고 이들에게 집행유예 판결을 내린 판사가 선정되었다. 이날 행사에는 6명의 여성단체 상근 활동가들이 특별상을 받기도 했다. 이들에게 주어진 상품은 산부인과 진료권. 약간은 쑥스러운 듯 무대에 오른 수상자들에게 참석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환호와 박수를 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고, 수상자들도 곧 손을 흔들며 화답, 경직된 성 담론을 뛰어넘은 여성운동의 힘을 보여줬다. 이 밖에 이날 본 행사가 끝난 후에는 우리마당 모듬북의 성 평등한 세상을 위한 두드림 공연, 전북 여성노동자회의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차별 철폐 노래공연, 소리꽃 노래공연, 고을무용단의 성 평등한 세상을 위한 몸짓 공연 등이 이어졌다. interview 이강실(전북여성단체연합 상임의장) “약 10여년 사이에 여성들에게 불리하게 돼있던 법이 개정되거나 제정된 숫자만 해도 20여개 정도 돼요. 법이나 제도적 측면에서만 봤을 때는 상당한 수준에 올라온 거죠. 하지만 문제는 아직까지 시민들의 의식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가정폭력방지법이 생겼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가정폭력을 단순한 가정문제로 치부해 버리기 일쑤죠” 전주 고백교회에서 목회 일을 하며 다양한 사회개혁 운동뿐만 아니라 여성운동에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이강실 목사. 그가 여성운동을 하며 가장 아쉬워하는 것은 여성운동의 성과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의 인식이다. 일반 시민들에게는 소수의 운동으로 취급받고, 더 급진적인 영페미니스트들에게는 보수주의적이라는 비판 앞에서 균형을 잡는 일도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10년 사이 20여개의 법을 고치고, 17대 국회에 여성의원 비율이 헌정사상 처음으로 13%까지 올라간 것은 그냥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올해 가장 시급한 문제는 성매매 집결지를 해체하는 것이에요. 동시에 포주들을 법적으로 처벌하고, 여성들을 피해자로 구제하는 방안도 노력중입니다. 남성중심의 복지체계와 여성의 비정규직 문제 등으로 IMF사태 이후 더욱 심해지고 있는 여성의 빈곤문제도 하루빨리 개선해야 할 문제점이구요” 하지만, 그가 결국 꿈꾸는 세상은 여성 의원의 50% 달성 같은 수치의 평등은 아니다. 양성이 평등한 사회, 그래서 그가 더 이상 여성 운동을 할 필요도 없는 사회, 그것이 그가 결국 추구하는 것들이다. 비단 그것은 그 뿐만이 아니라 모든 여성들이 꿈꾸는 사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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