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2004.7 | [문화가 정보]
오색고깔 꽃밭에 열 두발 상모 나부끼니
최정학(2004-08-09 11:33:00)
열세 번째 전라도의 춤 전라도의 가락 ‘한바탕 신명으로 풀어내는 전라 좌우도 풍물 굿의 만남’ 화사한 오색고깔 꽃밭에 하얀 열 두발 상모가 흰나비처럼 너울거리니 덩실덩실 어깨 짓하던 관객들의 입에선 ‘아’하는 탄성이 터져 나온다. 화사한 고깔소고춤 맛이 일품인 고창농악과 수려한 웃놀음이 발달한 진안 중평굿의 만남. 전라도 좌도와 우도의 풍물 굿이 함께 어우러지는 흔치 않는 무대가 열렸다. 마당(이사장 정웅기)이 기획하는 ‘전라도의 춤 전라도의 가락.’ 지난 6월 18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열세 번째를 맞이하며 열린 올해는 전라 좌도 굿과 우도 굿을 함께 무대에 올렸다. 전라 좌우도 풍물굿의 진수를 간직하고 있는 진안중평굿보존회(회장 이승철)와 고창농악보존회(회장 이명훈)가 한 자리에 선다는 것만으로 공연 전부터 술렁거리던 무대다. “이번 공연의 가장 큰 컨셉은 전라 좌우도의 굿을 한 무대에서 동시에 만난다는 것이었다. 이 무대를 통해 각각 따로 봤을 때보다 이들 굿이 갖고 있는 특성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이번 공연을 연출한 김정수 도립국악원 공연기획실장의 말이다. 먼저 무대에 오른 것은 진안중평굿이다. 진안중평굿은 동부 산간 지역에서 이루어진 좌도굿의 한 맥을 고스란히 마을굿 형태로 잇고 있어, 힘을 바탕으로 하는 굵고 남성적인 가락이 특징. 모든 치배가 상모를 쓰고 있어 웃놀음과 쇠가락이 발달 하였다. 이날 공연에서도 굵고 남성적인 가락에 맞춰 움직이는 치배들의 역동적인 몸놀림과 화려하면서도 힘 있는 상모놀음을 보여줘, 관객들을 굿판 속에 절로 빠져들게 했다. 이어 무대에 오른 고창농악은 상쇠의 지휘아래 전 치배가 자유롭게 가락에 맞추어 노는 여유 속에서도 일사분란하게 호흡하는, 살아있는 농악의 참맛을 보여줬다. 예로부터 호남 우도농악 중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아 ‘간이 가장 맞다’는 영무장농악의 전통적 계보를 이어오는 고창농악의 특징은 화려한 장구가락과 고깔소고춤 그리고 잡색놀이. 이번 공연에서는 10여 명의 소고잽이 외에도 중광대, 양반, 참봉, 각시, 조리중, 창부 등 11명의 독특한 개성을 가진 잡색꾼이 등장하여 화려하고 풍성한 고창농악의 진수를 무대 위에 고스란히 담았다. 특히 박성근씨와 김만식씨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구성진 쇠가락 장단에 맞춘 소고춤은 고깔소고의 맛을 제대로 보여주었다는 평이다.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진안중평굿과 고창농악이 함께 무대에 오른 ‘합굿’이었다.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는 진안중평굿과 고창농악은 때로는 같이 어우러지고, 또 때로는 ‘품앗이’하듯 서로의 가락에 채상모 놀이와 고깔소고 놀이를 하면서 우리 풍물굿의 새로운 맛을 보여줬다. 이날 공연이 끝난 후에는 풍물패와 관객이 함께 놀이마당에 모여 채 가시지 않는 흥을 이어나갔다. 인터뷰 고창농악 상쇠 이명훈씨 신선한 기회, 좌우도의 만남 계속 됐으면 “풍물엔 가락과 몸짓만 있는 것이 아니에요. 5개 악기 이외에도 깃발, 태평소, 나발, 잡색 등 많은 것들이 함께 어우러져 신명을 만들어 내는 것이죠. 이번 공연이 비록 무대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하는 것이긴 했지만, 풍물의 모든 요소들을 다 갖추려고 노력했어요. 상쇠나 장고잽이, 소고잽이 등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잡색들도 나름대로의 역할이 있고 또 모든 치배들이 각자의 역할을 잘해주어야 풍물의 맛이 살아나거든요.” 고창농악 상쇠 이명훈(고창농악전수관 관장)씨. 그는 이번 공연에서 풍물판의 모든 것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실제로 고창농악은 중광대, 양반, 참봉, 각시, 창부 조리중 등 11명의 잡색을 올려놓아 화려하고 볼거리 넘치는 무대를 꾸몄다. “그전에 마당판에서 할 때는 그저 우리들끼리 신명나게 놀기 위해 하는 것이었는데, 처음 무대에 올라서 그런지 우리 풍물을 제대로 보여주기 힘들었던 것 같아요. 다음에 또 이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때는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좀더 무대에 맞는 풍물굿을 고민해보고 싶어요” 하지만 이번 공연에 아쉬움이 남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만큼 실컷 놀았고, 배운 것도 많았다는 것. 특히 처음 갖는 좌도굿과의 ‘합굿’은 그에게 많은 것을 남겼다. “좌도굿과 우도굿은 가락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처음에는 과연 잘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것 때문에 공연 전에 진안중평굿과 함께 ‘합굿’연습도 많이 했고요. 하지만, 서로 조금씩 맞춰가면서 하다보니까 좋은 공연이 된 것 같아요. 특히, 우리 농악에 채상모가 놀고, 진안 영상가락에 우리 고깔소고가 놀았던 것은 아주 신선했다고 생각해요. 이번 공연을 기회로 앞으로도 계속 좌도굿과 우도굿이 서로 바라봐주고, 관심을 갖고 지켜봤으면 좋겠어요.” 진안중평굿 상쇠 이승철씨 “시간이 한정돼 있어서 좌도굿이 갖고 있는 빠르기와 힘을 깔끔하게 보여주려고 했어요. 1시간 정도는 해야 좌도굿이 갖고 있는 깊이를 어느 정도는 보여줄 수 있는데 좀 아쉽죠. 좌도굿이 자랑하는 영산가락의 힘과 빠르기도 완전히 보여주지 못한 것 같고요. 하지만 웬만큼은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진안중평굿 상쇠 이승철(진안중평굿 보존회 회장)씨의 설명이다. 진안중평굿은 이번 공연에서 담백하면서도 힘과 깊이를 갖고 있는 좌도굿의 가락위에 화려하면서도 힘이 넘치는 웃놀음을 얹어 보여주었다. “우도굿과 좌도굿은 가락이 좀 달라요. 좌도는 단백하지만 힘 있게 치고 올라가는 것이 특징인데 반해, 우도굿은 화려한 잔가락이 특징이거든요. 하지만, 어디나 삼채가락을 많이 쓰기 때문에, ‘합굿’맞추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었어요. 가락의 강함과 부드러움의 차이는 있지만, 장단은 별 차이가 없거든요.” 그에게도 이번 전라좌우도 ‘합굿’공연은 새로운 자극제였다. 고창의 판굿과 진안중평의 쇠가락이 생각보다 잘 어울리고 조화됐었다는 설명이다. “꼭 자기 굿만을 고집할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번 공연에서 ‘합굿’은 자기 굿을 가지고 남의 놀이를 함께 할 수 있고, 또 남의 굿을 가지고 우리 놀이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바로 이것이 우리나라 전통 굿이 갖고 있는 가장 큰 특징이 아닐까요. 같이 할 수 있다는 것, 서로 안아주고 보듬어 줄 수 있다는 것 말이에요. 앞으로도 우도굿 좌도굿을 떠나 다 함께 신명나게 놀 수 있는 이런 판이 자주 있었으면 좋겠네요.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