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7 | [시]
가을
최영오 / 1975년 충북 청원에서 태어나 협성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 현재 원광대 대학원(2004-08-09 11:31:44)
가을
한입 베어물었을 때
나는 바람과 만났다. 또
한입 베어물었을 때
깊은 수심에만 산다는, 이름 모를 사람들이 방생한 물고기들과 만났다.
나는 무엇이든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유치원 버스가 떠나고 마을길로 들어서는
아이들이 노란 모자를 던지며 다시
받으러 뛰어가고 있었다.
땅을 박차고 하늘로 오르려는 아이들의 작은 발에는 풀뿌리들이 보였다.
바람이 노란 모자를 더 멀리 날릴 때 아이들의 이마에는 한 줌 햇빛이 머물렀다.
멀리 선착순 분양의 애드벌룬 낮은 구릉에 걸려 있고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듯 천공기가 땅을 때리는 소리 가득했지만
입안 가득 씹히고 있는 과육,
과수원의 사과들은 우리들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알려주었다.
아이들은 이제
노랗게 익은 벼포기 옆
물둠벙에서 송사리를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