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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7 | [문화저널]
양심적 병역거부, 진짜 양심적인가?
문화저널(2004-08-09 11:17:44)
서울 남부지법이 지난 5월 21일 집총과 국기에 대한 경례거부를 이유로 군 입대를 거부한 여호와의 신도에게 처음으로 무죄판결을 내렸다. 판결이 내려지자마자 인터넷을 비롯한 여러 공론장은 이번 판결에 대한 찬반 논란으로 뜨거워졌다. 그 만큼 ‘양심적 병역거부’문제는 우리사회의 뜨거운 감자다. 비록 재판부가 양심적 병역거부가 인정되는 한 명에게만 무죄판결을 내리고 단순한 병역기피로 인정되는 두 명에 대해서는 중형을 내림으로써, 개인의 양심을 어떻게 법률로 재단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은 계속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번 판결이 그동안 ‘신성한 국방의 의무’ 앞에 움츠려 있던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를 더 이상은 미룰 수 없다는 사회적 인식을 확산시켰다는 점이다. 우리 헌법은 누구에게나 양심에 따른 자유를 가질 권리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 대한민국에서 이 ‘양심의 자유’는 그냥 한낱 구호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번 호 사이버 난타에서는 이번 판결이 헌법이 명시한 양심의 자유를 보장한 진보적 판결인지, 병역기피를 확신시킬 수 있는 불평등한 판결인지를 짚어보고, 양심적 병역거부로 인한 ‘전과자’ 양산을 막을 방법은 없는지에 대한 대안을 찾아보았다. 김승환 (전북대학교 법학대 교수) 문윤걸 (전북대학교 사회학 강사) 임수영 (이벤트 기획회사) 이세명 (취업준비생) 진행?정리 : 최정학 기자 최정학: 이제 다들 들어오셨네요. 먼저 소개부터 하고 시작해요. 김승환: 안녕하세요. 저는 전북대 법학과 김승환입니다. 헌법 전공이고요. 이세명: 저는 얼마 전에 졸업한 이세명입니다. 문윤걸: 저는 문화저널 편집위원이며 사회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물론 군대는 현역으로 다녀왔고요. 임수영: 임수영이구여. 올해 30입니다. 전주 이벤트 기획회사 다니고 있고요. 최정학: 네. 김승환 선생님은 평화와 인권연대에서도 활동 중이시죠? 김승환: 네. 문규현 신부님과 함께 공동대표로 일하고 있습니다. 최정학: 네... 자, 이제 서로가 누군지에 대해서는 대충 알고들 계시겠죠? 최정학: 아시다시피 오늘의 주제는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한 것입니다. 양심적 병역거부는 인정해 줘야 하는 것인지, 또 인정해줘야 한다면, 과연 대안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최정학: 특히나 지난 5월 21일에는 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여호와의 증인 신도 3명이 무죄판결을 받았는데요. 이 판결이 갖는 의미부터 말해보는 것이 어떨까요?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문윤걸: 글쎄요, 그 판결이 법률적으로 옳은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얘기할 자격이 없고요. 다만 그 판결이 갖는 사회적 의미는 크다고 생각해요. 최정학: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신다면요. 문윤걸: 그동안 일방적으로 사회가 모든 문제를 결정하고 재단해 왔다면, 이제 개인들의 의견도 상대적으로 중요하다는 의미를 주었거든요. 이세명: 금기의 영역인 국방의 의무에 개인의 양심의 문제를 대비했다는 점 김승환: 그 사건을 담당했던 이정렬 판사는 입영기피죄 피고인 3명에 대해 판결을 선고했었지요. 한 명의 피고인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나머지 2명의 피고인에 대해서는 법정최고형인 징역 3년을 선고했습니다. 김승환: 그러니까 입영기피의 사유가 진정한 의미의 양심인지 아닌지에 관하여 엄밀하게 심리를 했다는 것이고, 유죄판결을 선고받은 2명은 양심을 빙자해서 병역을 기피했다는 죄를 인정한 것입니다. 김승환: 이정렬 판사는 이러한 판결이 법리상 약간의 무리가 있다는 점도 각오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문윤걸: 아, 그렇군요. 그런 의미에서 더더욱 우리 사회가 그동안 개별 개인의 특수한 사정을 일방적으로 재단해 왔었는데 이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고 생각해요. 김승환: 이러한 무리를 알면서도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한 이유가 있습니다. 이미 2년 전에 양심적 병역거부를 처벌하는 것에 관한 헌법소원이 헌법재판소에 제기되었습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에 대한 심리를 외면해 왔습니다. 이정렬 판사는 바로 그 부분에 대해서 질타를 한 것입니다. 더 이상 재판기피를 하지 말라는 메시지인 셈이지요. 김승환: 여기에서 우리는 인간에게 있어서 양심은 무엇인가, 그것은 어떻게 보장되어야 하고, 그것이 국가권력에 의해서 어떻게 침해되고 있는가에 관한 진지한 토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세명: 제 생각에 이번 판결은 그동안 안보의 논리에 또는 사람들의 감정적인 본전심리로 인해 외면 받아왔던 문제를 표면으로 떠오르게 한점이 성과라면 성과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문윤걸: 대체로 그동안 일방적으로 무시해 온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한 토론이 필요하다는 점은 찬반 모두에게서 공감대를 얻고 있지 않을까요. 이번 판결은 이런 공감을 끌어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돼요. 이세명: 그런데 공감을 얻었느냐에 대하서는 좀 의문이 듭니다. 의외로 절대 안 된다는 사람이나, 무슨 소리냐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은 것이 현실인 듯 합니다. 문윤걸: 여기서 공감이란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자는 공감이 아니라 이제 이 문제를 사회가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는 점에 대한 공감입니다. 이세명: 네. 딜레마, 개인이냐 사회냐 최정학: 그럼, 좀더 깊이 있는 논의를 하기 전에요. 국방의 의무 앞에 개인의 양심은 보장받아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를 잠깐 짚고 넘어갈까요. 임수영씨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임수영: 전 기본적으로 이사회는 서로 어울리면서 살아가는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같이 서로 어울리기 위해선. 개인적인 면이 우선 되어야겠지만, 기본적으로 지켜야할 의무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병역도 그 일부고요. 문윤걸: 따지고 보면 병역의 의무를 더 중시해야 한다는 사람들의 주장도 전혀 일리 없는 건 아니거든요. 간혹 논리보다는 감정이 앞서 있는 게 문제지만요. 임수영: 개인적 양심이나 개인, 물론 중요하지만 같이 어울러져서 살아가기 위해선 사회를 위해 어느 정도 의무감을 가져야한다고 생각하는데, 양심적 병역거부는 우리라는 개념보다, 자신을 우선시한 개인주의적 사고의 발상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김승환: 국방의 의무는 국민의 기본의무이고, 양심의 자유는 기본적 인권입니다. 양자는 상호 긴장관계에 서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일방이 다른 일방에 대하여 일방적 희생을 요구하는 그런 관계는 아닙니다. 양자의 조화로운 해석이 매우 중요하다는 뜻이지요. 김승환: 국가는 기본적으로 개인을 위해 존재하느냐, 아니면 개인이 국가를 위해 존재하느냐 라는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문제도 역시 조화로운 해석이 필요하지요. 이세명: 양심은 국가 이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닐 런지요. 문윤걸: 저는 이 문제의 논의가 지나친 이분법에 기초하고 있으며, 또 병역에 대한 편견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김승환: 그래서 우리 헌법을 해석할 때, 국가와 국민의 관계에 관하여 집단주의도 아니고 개인주의도 아니라고 해석하는 것입니다. 개인은 공동체와 관계를 맺으며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국방의 의무도 바로 이런 관점에서 나오는 것이지요. 양심은 인간이 누리는 가장 고귀한 가치입니다. 김승환: 때문에 국가권력은 개인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거나 덜 침해하는 방법을 꾸준히 찾아내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문윤걸: 병역의 중요성을 얘기하는 사람들은 그런 양심을 지키기 위해서 병역이 필요하다고 보는데요? 김승환: 분단국가인 독일이 헌법에서 명문으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했던 전례를 생각해 보십시오.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집총 자체가 사람을 죽이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서, 이것은 자신의 진지한 내심의 소리에 반한다고 보는 것입니다. 문윤걸: 이를테면 종교를 지키기 위해 모두 순교할 순 없잖아요? 김승환: 양심적 병역거부는 유엔에서도 이를 인정할 것을 권고할 정도로 점차 국제화의 경향을 띠고 있습니다. 종교를 지키기 위해서 순교할 수 있는지의 문제는 신앙인의 개인적 판단의 문제입니다. 얼마 전 병무청에서 여론 주도 층에게 의견을 물은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이세명: 어떤 결과가 나왔나요? 김승환: 그 내용은,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대체용어를 찾는다는 것입니다.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용어는 이미 학술적으로,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용어이거든요. 문윤걸: 저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닙니다. 문제는 그것을 쉽게 받아들여주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현실적으로 그것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때때로 그 양심이라는 말이 마치 도덕적 우위처럼 느껴진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더더욱 사회적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건 아닐까요? 김승환: 이것을 인정하든 안하든 상관없이 병무청의 의식이 참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한다고 해서, 입영하는 사람들에게는 양심이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문윤걸: 그런데 실제로 많은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들린다는 거지요. 이세명: 사회적 합의는 감정적인 면이 크다고 봅니다. 양심은 윤리의 문제 김승환: 양심은 무엇이 옳고 그른가에 대한 내심의 소리입니다. 그런 양심은 오로지 하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걸 양심 다원주의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이런 다양한 양심에 대해서 중립적 태도를 취해야 합니다. 또한 사회적 다수의 양심은 소수의 양심에 대해서 관용의 자세를 보여야 합니다. 김승환: 오늘의 소수의 양심은 내일의 다수의 양심으로 변할 가능성이 언제나 있는 것입니다. 이세명: 그렇습니다. 김승환: 군대에 가는 것이 자신의 양심에 맞는다고 해서 가는 사람들도 매우 많습니다. 그들의 양심을 가리켜 누가 감히 잘못된 양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이 쉽게 매도되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아닙니다. 양심은 끊임없는 토론을 요구하는 소재입니다. 그 동안 우리 사회는 바로 이런 논의를 거부해 왔던 것입니다. 임수영: 여기서하나 양심적 병역 거부의 직접적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는지요. 김승환: 입영과 집총이 자신의 양심에 반한다는 것입니다. 살상을 목적으로 하는 일은 할 수 없다는 것이 자신의 양심입니다. 문윤걸: 맞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병역의 의무가 누구에게나 귀찮고 피해를 주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이지요. 김승환: 그것은 여호와의 증인들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여호와의 증인만이 양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양심적 병역거부는 종교상의 문제만도 아닙니다. 비종교인도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세명: 기피와 거부가 구별 되지 않습니다. 윤리적 문제도 포함되고요. 김승환: 네, 그렇습니다. 양심의 문제는 윤리의 문제입니다. 이 점에서 우리나라 보수적 기독교 지도자들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비판하는 것은 비 신앙적인 것입니다. 이세명: 양심의 자유란 그것을 지키려는 실천도 포함된다고 합니다. 김승환: 양심의 자유에 양심실현의 자유가 포함되는가에 관하여 헌법재판소는 이를 긍정했습니다. 그것이 곧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한다는 뜻은 아니고요. 최정학: 네, 이 논의는 이정도로 하구요. 문제는 이런 양심적 병역거부라 불리는 일들이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것이라는 점인데요. 그렇다고 이들을 계속 감옥에 보낼 수만도 없고, 또 사회적 분위기가 또 그걸 용납할 것 같지도 않고요. 그래서 요즘 대체병역이라던가 하는 대안들이 하나둘씩 거론되고 있는데... 김승환: 사회적 분위기가 용납하지 않는 이유가 있지요. 그것은 우리 사회의 정보통로가 너무 일방적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하나의 소리만 듣게 하는 정보통로 말이지요. 문윤걸: 문제는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이 문제는 병역의 의무가 무엇이며 어떠해야 하는 가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김승환: 모르면 모르는 말을 하게 되는 것 아닙니까? 병역의 의무는 징집제에서 나오는 의무입니다. 모병제에서는 나오지 않는 의무이지요. 국가권력은 국민의 양심과 법질서의 충돌을 가능한 한 최소화시킬 의무가 있습니다. 문윤걸: 병역이 국민의 귀찮은 의무이고, 또 병역을 수행하는 과정에서의 불평등이 존재하는 한 우리 사회에서 양심과 병역의무간의 충돌은 계속될 겁니다. 최정학: 그러니까요. 지금부터는 국민의 양심과 법질서의 충돌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얘기해보기로 하죠. 양심적 병역거부, 방법은 있다. 김승환: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는 변형된 국방의 의무를 부과할 필요가 있습니다. 징집제하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나라들은 거의 예외 없이 대체역무 또는 대체복무를 규정합니다. 기간, 내용, 조건 등을 병역의무 못지않게 규정하는 것이지요. 문윤걸: 저는 병역의무가 지금처럼 국가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국민이 의무를 기거이 수행하도록 병역에 관한 제도개선이 필요하겠지요. 입영자들도 인정할 만한 그런 대체복무를 부과하는 것입니다. 문윤걸: 그렇습니다. 우선 병역의무로부터 자유로운 사람들의 폭을 대폭 줄여내는 게 필요합니다. 이른 바 형평성의 확보이지요. 이세명: 꼭 총을 들지 않고도 병역의 의무를 지는 방법이 마련되어야 하고요. 김승환: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한다고 해서, 그것이 그렇게 쉽게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심사기구가 설치될 것이고, 그곳에서 인정을 받을 정도가 되어야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받는 것입니다. 양심을 빌미로 병역을 기피하는 사례들을 철저히 걸러내는 장치가 중요합니다. 이세명: 엄격한 기준과 심사가 있어야 다른 입영자들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으니까요. 김승환: 지금 이 문제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우려하는 그런 사태는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문윤걸: 이건 양심적 거부자에게만 해당되는 문제는 아니고요.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병역의무의 형평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거지요. 지금 우리 사회에서 병역의무가 평등하게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단 한명도 없을 겁니다. 김승환: 네,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사람과 양심적 병역거부로 대체복무를 하는 사람 사이에는 형평성이 유지되어야 합니다. 나아가서 이런 저런 사유로 병역을 기피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것도 잘 압니다. 임수영: 음 대체복무가 다른 일반적인 병역의무를 하는 사람들도 인정할 만한수준으로 형평성을 맞춘다면 문제가 상당부분 해결되지 않을까요? 문윤걸: 물론 보두 현역으로 입대해야 한다는 건 아닙니다. 다양한 의무수행유형을 개발하되 모두 의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겁니다. 임수영: 음. 좋으신 의견입니다. 김승환: 대체복무를 인정하면, 현역병에게도 긍정적인 효과가 돌아갈 겁니다. 군복무 환경의 개선은 명약관화하다는 것입니다. 문윤걸: 모든 국민은 의무를 수행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개인의 상황을 고려한 역할을 부여한다는 거지요. 김승환: 그래서 군대에 가는 사람들이 군대에 갈만하다는 말을 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문윤걸: 맞습니다. 그리고 현역병에 대한 처우는 대폭 개선되어야 합니다. 현 시점에서 대한민국 군대조직에 대해서 교정을 해야 할 부분이 한 두 곳이 아니라는 점 정도는 군대에 갔다 온 사람들은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군에 다녀 온 사람들은 누구나 공감하지만 현역병의 수준이 현재와 같다면 군대에 가는 건 죽기보다 싫은 일이 될 테고, 그 상황에서는 피해의식만 커질 뿐이겠지요. 이세명: 군대에 대한 안 좋은 추억이 많나봐요. ㅎㅎ 김승환: 문 선생님께서 복무하던 시절보다는 많이 좋아졌을 것입니다. 아직 만족스런 수준은 아니지만요. 그 군대문화가 고스란히 사회로 넘어 왔고요. 문윤걸: ㅎㅎㅎ 그렇겠지요. 이세명: 그러나 장기간 축척된 군대문화는 쉽게 바뀌지 않죠. 문윤걸: 그래도 아무리 좋은 곳에 있었어도 자기가 제일 고생했다고 말하는 게 군대경험이니까. 요즘 군인들도 자기가 젤 고생했다고 할 겁니다. 이세명: 군인뿐만 아니라, 공익들도 다 자기 근문지가 가장 힘들다고. 임수영: ^^ 김승환: 그러면서도 자신이 국가를 위해 자랑스럽게 군대생활을 했다는 자부심으로 사는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문윤걸: 맞아요. 더 힘든 걸 못 봐서 그렇지요. 최정학: 그런데 말이죠. 아주 유치한 질문일수도 있지만 모든 입영대상자들이 군대대신, 대체복무를 원하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어떻게 해야 하죠? 김승환: 그런 사태는 없을 겁니다. 이세명: 아까도 말했듯이 엄격한 심사에서 걸러지겠죠. 김승환: 양심적 병역거부가 인정된다고 해서 병역법상의 입영 기피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형평성을 갖춰라 문윤걸: 현역병과 대체복무간의 형평성을 유지해야죠. 현역병의 처우를 개선하고 대체복무의 수준이나 기간 등을 고려해서 누구나 공감할만한 형평성을 갖추면 되죠. 이세명: 맞습니다. 문윤걸: 대체복무라면 무조건 편하고 좋다. 그렇게 하면 곤란하지요. 임수영: 그렇지요.^^ 이세명: 대만 같은 경우 오히려 신청자가 줄었다고 합니다. 김승환: 대체복무에 대한 사회의 감시망은 그렇게 만만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최정학: 현역병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다양한 대체복무의 형태 들을 개발하고, 사회적 의식을 바꾸는 작업이 그리 만만할 것 같진 않네요. 김승환: 그리고 양심을 빙자하여 병역을 거부하는 자에 대해 법원은 엄벌하는 태도로 나갈 것입니다. 문윤걸: 예를 들면 저 같은 경우 대학원 마치고 장교로 군에 갈까했는데 여러 가지로 이롭지만 기간이 3년 4개월이더라고요. 사병으로 가면 2년 2개월인데. 결국 고민 끝에 나이를 무시하고 사병으로 갔다 왔어요. 친구는 그래도 나이 먹어 쪽팔려 사병 못 간다고 장교 갔고요. 예를 들면 이런 식의 형평성. 김승환: 저도 문 선생님과 같은 케이스예요. 이세명: 네……. 김승환: 저는 그걸 형평성의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는데요. 문윤걸: 물론 기간만 말하는 건 아닙니다. 복무의 형태나 틀. 우리 사회의 창의력이면 얼마든지 개발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세명: 인력을 좀 더 효율적으로 쓰는 쪽으로. 임수영: 정말 중요한건 단순히 의무를 지고 안지고가 아니라. 정말 개인보다 우리의 중요성에 대해서 알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줘야한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김승환: 양심적 병역 거부자를 이단자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세명: 반역자도 아닙니다. 김승환: 군대에 갔다 온 사람들에 대한 경외심도 중요하고요. 이세명: 경외심과 함께 신의 아들에 대한 동경심도 있지요. 최정학: ㅋㅋ 최정학: 이건 좀 미진하다든지, 좀더 구체적으로 말해봤으면 좋겠다, 아니면 이거한번 얘기해봤음 좋겠다 싶은 것 있나요? 문윤걸: 이 주제와는 관련이 없는데요. 여성의 병역의무는 어떻게 하죠? 이세명: 저는 여성인데요. 여성도 해야 한다면 단기간은 이행할 뜻이 있습니다. 최정학: 기왕에 할 거라면, 남자들이랑 똑같이 해야죠. ^^;; 이세명: 남자들도 줄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자까지 하면 그 인력을 유지하기 위해 장기간으로 하면 재원이 더 많이 들지 않을 까요. 문윤걸: 저도 사실 무슨 깊은 뜻이 있는 건 아니고요. 간혹 여성의 면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어서 그냥 물어본 겁니다. 이세명: 네. 문윤걸: 만약 사회가 대체 복무를 개발한다면 여성에게도 의무수행이 요구되지 않을까 해서요. 사고의 유연성이 필요 김승환: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중요한 것은 사고의 유연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추구하는 가치, 양심, 이데올로기 등은 다양합니다. 법철학자 구스타프 라드브루흐는 '내 것이 소중하기 때문에 네 것도 소중하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걸 가리켜 가치상대주의의 에티켓이라고 한다는군요.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이런 에티켓을 길렀으면 좋겠습니다. 이세명: 민주주의는 소수의견도 존중하는 사회가 되어야합니다. 문윤걸: 이 문제가 언제가지나 잠수해 있지는 않을 겁니다. 아마도 가까운 시간 내에 여성의 병역의무수행에 관해서 한번쯤 논란이 있을 듯해요. 이미 일부 페미니스트들은 병역의무 수행을 기꺼이 주장하기 시작했거든요. 다만 현역병으로서의 수행보다는 대체복무의 형태로서 말이죠. 이세명: 그렇다면 그냥 현역병으로 가는 게 낫다는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문윤걸: 이를테면 병역의무의 개념이 확대되는 거지요. 사회에 대한 일정기간의 봉사의무로. 이세명: 그렇게 해서 사회복지 서비스부분도 개선하고요. 문윤걸: 이 문제는 이번 주제는 아니고 다들 바쁘실 테니까. 담에 기회가 되면 더 논의해보기로 하죠. 최정학: 약속했던 시간도 다 되어 가네요. 그럼 이제 마무리 멘트 한마디씩 하고 마치는 것으로 할까요? 김승환: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오늘 토론이 이 점에서 매우 유익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세명: 선생님들께서 법적으로 사회학적으로 살펴주셔서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넓혀주셔서 감사하구요. 이 문제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기를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큰 인식의 전환이 필요할 것입니다. 문윤걸: 오늘 주제와 관련해서 저는 양심적 병역거부자 문제는 병역의 의무에 대한 우리 사회의 피해의식과 연관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은 하지만 쉽게 동의하지 못하는 것은 스스로를 병역의무의 피해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닌가 해요. 따라서 우리 사회가 이런 문제의 개선을 위해 병역의무의 형평성을 유지할 수 있는 다양한 복무형태를 개발한다면 합의에 이르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문윤걸: 채팅이라 정신은 좀 없었지만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좋은 말씀 많이 들었고요 이세명: 네. 저도 유익했습니다. 김승환: 감사합니다. 임수영: 저도 많이 배우고, 또 생각하고 갑니다. 최정학: 오늘 정말 수고들 많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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