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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7 | [특집]
우리는 어릴 때부터 만화방에서 만화를 읽었다
박성필 / 만화가. 2002년부터 ‘문화저널’에 삽화와 만평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올해는 (2004-08-09 11:09:08)
<우리는 어릴 때부터 만화방에서 만화를 읽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만화방이라는 곳에서 자연스럽게 만화라는 것을 접했다. 요즘도 어린이들은 자연스럽게 만화를 접하게 된다. 만화. 만화하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가? 재미있고, 시간가는 줄 몰랐고, 친구들과 재미있게 읽은 만화에 대해서 이야기하거나, 만화 속의 주인공이 되어서 악당들과 힘을 겨루었고, 순정만화 주인공과 아름다운 사랑에도 빠져보았던 상상들도 떠오를 것이다. 마치, 그 옛날 할머님께서 들려주시던 옛날이야기처럼 말이다. ‘그랬던 만화가 어느 순간 값싼 “풍선껌의 부록”으로 전락한 것에는 이유가 있다.’ 고층건물 숲 사이로 지나가는 아이들의 입술엔 주먹만한 “빨간 풍선껌”이 찰싹 달라 붙어있다. 그리고, 아이들의 고사리 같은 손에는 한결같이 작은 만화(약4cm정도)가 들려있는데, 그 작은 ‘만화’는 어디서 왔는가? 그것은 풍선껌 속에 포함되어있었다. 쉽게 말하자면, 부록과도 같은 것이다. 부록.... 무관심하게 스쳐지나갈 수도 있겠으나, 그냥 고(go)하시지 말고, 스톱(stop)하시라!! 풍선껌 속에 왜? 만화가 들어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풍선껌과 만화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런데, 왜? 만화를 집어넣은 것일까? 누구라도 어릴 때 풍선껌을 불어본 사람들은 안다. 풍선껌 속에 조그만 만화를 집어넣는 것이 매우 힘들다는 사실 말이다! 그런데도 왜?? 혹시, 그 속엔 우리들이 모르는 풍선껌 회사의 거대한 음모 같은 것이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닐까? 풍선껌과 만화에는 보이지 않는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풍선껌은 하나의 “상품”이다. 만화는 풍선껌이라는 상품에 포함된 “부록”이다. 경제학적으로 보자면, 껌이라는 상품은 “일회성 상품”이다. 그런가 하면, 만화는 “교환가치”가 성립하는 상품이다. “교환가치”가 있는 만화는 “일회성”풍선껌보다 훌륭한 상품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만화는 풍선껌의 부록이었고, 상품이 아니었다. 만화는 다른 소설책처럼 돈 주고 사는 것이 아까웠다. 왜? 그 저변에는 만화란 “돈 주고 사는 것” 대신 “빌려보는 것”이라는 인식 때문이었다. 그 인식은 뿌리 깊은 대여 문화에서 대중들도 모르는 사이 뇌리 속에 각인되었다. 대여점과 만화가 사이에는 깊은 골이 있다. 필자도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대여하는 문화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만화가로 성장하면서 그 문제가 몹시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음을 통감하였다. 대여하는 문화가 한국만화를 죽이는 일이라는 사실이다. 아래 글은 요즘 거세게 일어나고 있는 “한국만화 안 보기”운동에 관한 성명이다. <한국영상음반유통업협회> 모두 서명에 참여하여 우리의 권리를 찾읍시다 !! ① 문화관광부는 만화 및 DVD 대여권료 법제화를 위한 저작권법 개정을 즉각 중단하라! ② 만화?출판계는 소수의 이익에 집착하여 국부유출과 대여점 생존권을 위협하는 대여권 법제화 추진을 즉각 중지하라! ③ 정부와 만화?출판계가 우리의 요구를 거부하고 대여권 법제화를 즉각 중단하지 않을 경우, 우리는 한국만화 구매 거부에 즉각 돌입한다! ④ 우리는 독자들과 연대하여 ?한국만화 안 보기 운동?에 돌입한다! ⑤ 우리는 정부와 만화?출판계가 대여권료 징수 법제화 추진을 중단한다는 공식선언이 있을 때까지 상기 결의사항을 중단 없이 추진한다! 위 성명은 아이러니하게도 “만화 대여점”이 아닌 “비디오 대여업계”에서 나왔다. 왜? 왜 “만화 대여점”이 아닌, “비디오 대여업계”에서 이런 주장을 들고 나왔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비디오 대여점”이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 것이다. 점차 경제가 IMF보다 힘들어지자, 줄어든 수익을 보충하기 위해 만화까지 대여하는 형식으로 진화했다는데 그 원인이 있다 하겠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수익악화를 우려한 비디오 대여점들의 단체에서 성명서를 발표한 것이다. 작가의 피와 땀으로 일구어낸 창작물에 관한 권리는 저작권이다. 저작권 침해를 막기 위한 대안책으로 나온 것이 “대여권료”이다. 그것은 책을 대여할 때, 저자들에게 창작물에 대한 권리를 돌려주는 것이다. 설령 대여권료가 이뤄진다고 해도, 작가는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다. 이미 “대여권료”란 단어에는 대여를 인정한다는 뜻이 담겨있고, 인정한다는 것은 만화를 상품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만화는 “도서상품”이다. 상품을 상품으로 인정하지 않는 한, 더 이상 한국만화의 발전은 없다. 한국의 기업들이 오랫동안 사람들의 입 속으로 들어가는 “불량만두”를 만들어도 처벌규정이 약했던 것처럼. 저작권이 보호되지 않는 나라에서는 더 이상의 창작도 예술도 없다! 이제 더 이상 만화가 풍선껌의 “부록”으로 취급받아지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이만 펜을 놓을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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