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7 | [삶이담긴 옷이야기]
웰빙은 나 혼자만 잘 살자는게 아니다
문화저널(2004-08-09 10:57:28)
우리 집 근처에는 작은 늪지가 있다. 언제부터인지 아침마다 사람들이 모여서 북적인다.
며칠을 두고 출근길에 보다가 한번은 내려서 물어봤다. 미나리가 좋다고 해서 남들보다 먼저 뜯는단다. 별로 크지도 않은 늪지에 사람이 미나리보다 더 많아 보였다.
또 일전에 산에서 보니 찔레가 무참하게 꺾여 있었다. 이유인즉 찔레 순이 아이들 키 크는데 좋다고 모 방송에 나왔는데 왠 아줌마들이 몰려와서 이렇게 해놨단다. 거기다 청 보리즙이 좋다고 해서 보리 순이 자랄 때 마구 잘라간단다.
고급 부틱을 운영하는 친구의 말에 따르면 이제는 부를 상징하는 것이 명품 가방이나 신발이 아니라 그것을 능가하는 어떤 통합적인 스타일이라고 한다.
한동안 퓨전이니 젠 스타일이니 하더니 이번에는 웰빙 바람이 불어서 요즘 이 단어를 빼고는 제품을 만들 수 없다. 아파트에서 에어컨, 냉장고, 운동기구, 음식, 옷 무엇 하나 무관한 것이 없는 듯 보인다. 평범한 물건도 웰빙이 붙으면 가격이 1.5배는 비싸진다.
그래서 상류사회 사람들의 또 다른 차별화 방식이라는 비난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웰빙은 과시가 아니라 자신의 방식을 확립하는 것이다.
유행이라는 천편일률적인 방식에서 벗어나는 것, 문명이 주는 편안함보다는 소박하지만 자연에서 얻어진 것, 빠르고 화려한 것 보다는 원만하고 단순한 것을 지향하는 것이 바로 웰빙이며 인간 역시 자연이며 자연과 어우러져 사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 웰빙일 것이다.
웰빙 이라는 단어가 어디서 유래했는지 정확하지 않지만 서구의 70년대 히피즘과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 과도한 물질문명의 지배를 거부하고 인간 본성을 되찾고 명상과 요가 등을 통한 정신적인 수양과 안정, 공동체 생활을 지향하여 서구의 지극히 개인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고자 했었다.
90년대 보보스 족은 모든 보편적인 판단기준보다 개인의 중요성을 깨닫고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하고 안락한 삶을 지향하는 그룹을 말했었다.
원래의 웰빙은 생명과 자연의 가치를 중시하고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며 행복을 위해 환경을 개조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개성적으로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뜻하는 것이며 자본주의에 대한 강한 비판의식을 가지고 있다.
묘하게도 이것은 하나의 유행이 되어 물질적 풍요, 지나친 건강과 미용에의 집착, 상업적 고급화로 치닫고 있다. 70년대 우리나라가 새마을 운동을 하면서 부르던 ‘잘살아 보세’ 라는 노래가 있었다. 그것이 기본적인 생존에 관한 것 이였다면 지금의 잘살아 보세는 물질의 풍요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우리가 하는 잘 먹고 잘 살자는 운동은 오염과 지나친 풍요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삶을 통제하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적극적인 하나의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