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7 | [문화저널]
남형두 변호사의 저작권 길라잡이/ 누이도 좋고 매부도 좋다
남형두(2004-08-09 10:55:11)
저작권 분쟁조정 제도
최근 어떤 고객으로부터 자신이 다른 사람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 같은데, 그 사실을 인정하고 합리적인 수준에서 배상할 의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은 수억 원대의 배상을 하지 않으면 고소하겠다고 하더니, 며칠 후 경찰로부터 소환통지가 왔더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저작권침해에 이르게 된 사정에 충분히 공감할 만한 사유가 있었다.
대기업 총무과 직원인 그는 어느 날 회사로 온 우편물 중 일일일언(一日一言) 형식의 명언집이 있어 이를 회사 내 화장실마다 붙여 놓았다고 한다. 그런데, 얼마 안 있어 그 우편물을 보낸 업자가 찾아와서 그 책자는 자신의 저작물이며 판촉용으로 보냈을 뿐인데, 이를 허락 없이 이용하였으므로 저작권침해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하였다고 한다. 기업체에 자신의 저작물을 판촉용으로 보낸 것이 바로 저작권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저작권자로부터 별도로 사용 승낙을 받지 않은 이상, 저작권침해의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이와 같이 저작권침해가 되면, 민사상 사용금지 및 손해배상책임 뿐만 아니라, 형사책임까지 져야 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저작권법은 이러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직원은 형사법정과 민사법정에 서는 것 외에 달리 방도가 없겠는가? 이와 같은 경우 필자는 저작권심의조정제도를 이용하라고 권하고 싶다. 재판과 별도로 권리자 또는 침해자가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하는 경우 전문가 3인(변호사 1인 포함)으로 구성된 조정부는 당사자들을 출석시켜 대화와 타협을 통하여, 때로는 적극적인 조정력을 발휘하여 합의에 이르게 하고 있다. 조정이 성립된 경우 조정조서는 법원의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어서, 침해자로서는 같은 건으로 인하여 소송을 당하지 않아도 되고, 형사고소도 취하될 것이 분명하므로(저작권침해죄는 친고죄), 직원이 우려하는 두 가지 문제가 모두 해결될 수 있다.
권리자 입장에서도 좋은 점이 많다. 소송의 경우 다액의 인지대(소가의 0.5%)를 부담하여야 하나, 조정의 경우 10만 원 이하의 수수료만 부담하면 된다. 무엇보다도 소송의 경우 1심 재판이 보통 1년 가까이 걸리고, 진 쪽이 불복하면 최종 확정까지 수년이 소요됨에 반해, 조정의 경우 3개월 내 처리하여야 하므로 신속하다. 또한, 공개로 진행되는 재판과 달리 비공개로 진행되므로, 자신의 저작인격권(명예, 사생활) 침해사실이 언론에 공표되는 것을 피하고자 할 경우에 조정제도는 큰 장점이 있다. 대부분 재판의 경우 본인출석이 원칙이고 소송대리는 변호사만이 가능하지만, 조정의 경우에는 가족이나 회사직원들도 조정부의 허가를 얻어 쉽게 대리할 수 있으므로, 바쁘거나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편리하다.
다만, 조정신청을 받은 상대방이 조정절차를 통한 분쟁해결에 동의하지 아니하여 출석을 거절하는 경우, 조정위원회로서는 출석을 강제할 수 없고, 조정이 성립되지 않은 경우 조정부가 직권으로 조정결정을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신속간편성, 전문성, 비용 저렴 등의 장점에 비추어보면, 저작권자나 침해자 모두에게 저작권분쟁 발생시 재판 이전에 이용해볼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제도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