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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7 | [서평]
폴 오스터의 미궁 속을 즐겨라!
이휘현 / 자유기고가(2004-08-09 10:43:56)
무분별한 개발과 성장 지상주의에 맞서 환경을 지키는 녹색의 길을 걸어 온 전북환경연합이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지난 6월 5일 ‘환경의 날’ 열린 10주년 기념행사는 지난 활동의 반성과 평가를 통해 비판과 견제를 넘어 체계적이고 대안을 제시하는 환경운동으로 나아갈 준비와 각오를 다지는 자리. 전북환경운동연합의 10년사를 함께한 최형재 사무처장을 만나보았다. “1993년 환경을 생각하는 시민모임으로 처음 시작한 뒤, 1994년 전북환경운동연합으로 정식 출범할 당시만해도 시민사회에서는 환경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었다고 볼 수 있어요. 그때만해도 시민사회의 주요화두는 개발과 성장이었고, 진보진영의 주요화두는 민주주의의 정착이었거든요. 우선 ‘배고픔’과 ‘민주주의 완성’이 시급했다는 거죠.” 그래서 초창기 전북환경운동연합은 뜻 맞는 몇몇 사람들이 모여 환경교육활동을 펼치거나 회원모집 활동 수준에 그쳤었다.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거나 하천에서 세차를 하는 것에 아무런 ‘죄의식’이 없던 시절, 그들의 활동 폭은 그만큼 좁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소극적 활동은 ‘1995년 환경운동연합이 새만금 사업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이것이 전국민적 ’의제‘로 떠오르면서 새로운 국면의 전환’을 맞이한다. “새만금 사업은 전북도민들의 열망을 담고 있는 사업이다. 전북도민들이 지금까지의 정치경제적 소외를 새만금 사업 하나로 일거에 해소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장밋빛 미래’에 대한 정보는 정부나 언론 등에서 일방적으로 퍼트린 정보일 뿐이지 과학적으로 검증된 것이 아니다. 새만금 사업은 자칫 ‘장미빛 미래’가 아니라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이들의 활동으로 1998년 공동조사단이 꾸려지고 새만금 사업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이루어지는 등 커다란 성과를 이루기도 했지만, 이 시기는 시련의 시기이기도 했다. 전북도민들의 ‘염원’이 담긴 사업에 대한 ‘반대’로 인해 그들은 어느덧 전북발전의 ‘음해세력(?)’이 되어버리고 만 것이다. 심지어 일가친척들에게마저 핀잔을 들어야했던 것은 이들에게도 고통이었다. 이 와중에 600여명까지 늘어났던 회원 중 200여 명이 떠나기도 했다. 하지만 새만금 사업의 지속여부를 떠나 그들의 활동은 시민사회와 국가정책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새만금이 성사된다고 해도 이 사업과 관련해 ‘친환경’이라는 화두가 중요하게 떠오른 점은 무시할 수 없는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환경운동이 없었더라면 새만금은 아마 제 2의 시화호가 되었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할 겁니다. 새만금 사업 이후로 정부가 이제 더 이상 간척사업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중요한 성과겠죠. 이제 정부도 기업도 어떤 사업을 하기 전에 ‘친환경’이라는 용어를 꼭 쓸 만큼 우리시민사회의 환경에 대한 관심도 한층 높아졌고요.” 이들이 활동한지 10년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시민사회의 환경에 대한 인식은 깊어졌지만, 그렇다고 이들의 활동이 전보다 수월해진 것은 아니다. 시민들 대다수가 총론에서의 환경에 대한 중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이해관계’가 얽힌 개별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매우 조직적이고 구체적으로 반발해오고 있고, 이런 현상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 부족도 아쉬운 부분이다. 환경관련 민원이나 고발 신고전화는 하루 3건 이상 꾸준히 들어오고 있지만, 대부분의 시민들이 ‘민원인’이나 ‘고발인’이상의 의식을 갖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시민운동은 ‘제보자’와 ‘해결자’의 역할 분담이 아니라, 문제의식을 느낀 사람들이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사회는 아직까지 ‘제보’에 대한 ‘해결자’ 역할만을 기대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아쉽습니다.” 시민사회운동의 주체는 바로 ‘시민’ 자신이고, 단체는 단지 보조하는 역할이 되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지금까지는 정부와 기업들이 개발과 성장만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기 때문에 전투적으로 ‘투쟁’하고 ‘대항’하는 운동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지금은 시민의식도 성숙했고, 우리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만한 사회적 분위기도 어느 정도 형성되었다. 때문에 앞으로는 정부와 협의할 것은 협의하고 대안을 내놓을 수 있는 것은 내놓는, ‘대항’에서 ‘대안’을 중심으로 하는 활동을 펼쳐나가겠다.” 이를 위해 ‘전문성’과 ‘체계성’을 갖추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들 시민운동활동 활성화의 가장 중요한 요건은 바로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느냐는 것. 이것이 이들에게 관심과 지지를 보내주는 많은 시민들에게 ‘참여’를 부탁하는 이유이다. 『신탁의 밤』(폴오스터 지음, 2004, 열린책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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