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7 | [문화칼럼]
전라북도 지역혁신 어떻게 할 것인가
지방분권운동전북본부 사무처장 최두현(2004-08-09 10:37:37)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지방분권특별법>,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등 소위 지방화 3대 법안이 제정되면서, 지방분권이 국가정책의 새로운 방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제 지방은 과거 정부주도형 정책에서 벗어나 스스로 일어서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이르렀고, 여기에 맞춰 스스로 일어서기 위한 몸부림이 한창이다.
지방 분권화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각 지방이 핵심적으로 펼치고 있는 것이 ‘지역혁신’. 지역의 인적자원개발과 과학기술, 산업생산, 기업지원 등의 분야에서 그 지역의 여건과 특성에 따라 발전역량을 창출하고 활용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지역혁신’의 개념과 내용을 놓고 아직도 많은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정부들은 아직 중앙의존형 행태와 지역혁신에 대한 능력 부족 등으로 갈팡질팡하고 있다. 지역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한 건실한 토대 구축보다는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정책 성과에만 집착하고 있는 것이다.
전라북도도 ‘지역혁신’을 내세우며 ‘자동차부품 및 기계산업’, ‘생물?생명산업’, ‘방사선 융합기술 및 대체에너지산업’, ‘전통문화?영상?관광산업’, ‘물류산업’이라는 5대 전략산업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문제제기도 끊이질 않고 있다. 지역 내 여론 수렴은 배제한 채, 선정방법과 과정이 불투명하게 이루어졌다는 지적과 ‘지역 특성화’에 대한 이해 없이 가능한 모든 분야를 나열해 놓았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지난 6월 9일 전주영상진흥원에서 열린 제 17회 마당수요포럼은 ‘전라북도 지역혁신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지역혁신의 개념과 방향을 짚어 보았다. 이날 포럼에서는 최두현 지방분권운동전북본부 사무처장이 발제를, 이종민 전북대 교수가 사회를 맡아 진행되었다.
지난 2003년 12월 29일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이 국회에서 제정되고 지방분권이 현실화됨에 따라 ‘지역혁신’을 어떻게 시킬 것인가에 대해 많은 관심들이 쏠리고 있다. 지역혁신이란 지역의 인적자원개발?과학기술?산업생산?기업지원 등의 분야에서 지역별 여건과 특성에 따라 지역의 발전역량을 창출하고 확산시키는 것. 하지만 지역의 산업발전을 균형발전의 핵심으로 파악하는 잘못된 생각이 널리 퍼져있다. 이 생각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이는 혁신의 개념을 ‘산업발전’이라는 협소한 개념으로 이끄는 위험부담이 있다. 또 이런 생각은 결국 지역혁신을 지역전략산업?지역특화산업 발전으로 오해하게 하여, 결국 과거식의 중앙 의존형 발전전략 및 예산 따오기식 사업방식을 고수하는 우를 범하게 한다.
현재 지방의 위기는 중앙집권화와 지역의 혁신능력 부족에서 오는 것이다. 지방 정부들은 예산 따오기 경쟁, 기업유치와 외자도입 경쟁, 세수 증대를 위한 지역개발 경쟁, 지역기업 제품 판매경쟁을 벌이는 등 지역의 장기발전을 위한 건실한 토대 구축보다는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정책성과에 집착하고 있다. 여기에 혁신할 의지와 능력이 없는 기득권층의 낡은 패러다임이 지역사회를 지배함으로써 지역혁신은 더 어려운 상태다.
지역혁신은 지압 분권이 실현되지 않고는 불가능한 꿈이다. 지방이 결정권을 가지지 못하면 독자적인 지역혁신 시스템을 구축할 수 없다. 지방의 자주성이 없이는 혁신능력이 함양될 수 없고, 지방에 인적?물적 자원이 모이지 않으면 지역혁신을 추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라북도의 혁신협의회 및 전략산업 선정에도 많은 문제점이 있다. 일단 전북도는 혁신협의회를 일방적으로 구성했다. 이것은 지역 내 여론수렴을 배제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발전전략(지역전략산업, 특화산업)의 선정방법과 과정도 불투명하다. 지역혁신전략에 따른 특화산업이라기 보다는 도청 각 실과에서 한 가지씩 아이디어를 내는 차원에서 진행되어, 가능한 모든 분야가 나열됨으로써 특화 및 특성을 찾기도 어렵게 되었다. 핵심 전략으로 선정한 <자동차부품 및 기계 산업>분야는 타 지역에 비해 경쟁력이 약하고, 생물?생명산업은 경제적 산업화가 불투명한 상태다. 방사선 융합기술 및 대체에너지 사업은 지역 내 갈등 유발과 관련 인프라가 미흡한 실정이고, 전통문화?영상?관광산업은 나름대로 장점은 있지만 타 지역과 유사한 수준이다. 물류 산업도 현재 관련 사업과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비슷한 상태다.
진정한 지역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지역혁신의 개념과 범위, 주체, 전략, 방향이 지역주체들 간에 합의되고 토론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산업발전을 통해 지역을 혁신하자는 패러다임에 벗어나 종합적인 지역 혁신 패러다임도 절실하다.
이를 위해 협치(공치?Governance)의 개념을 도입한 혁신협의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이미 선정된 특화 산업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특화산업과 관련해서는 우리지역이 지나치게 ‘산업화’만을 비교 대상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뒤졌다고 자조할 필요 없이 전통문화나 농업분야를 선정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발효식품엑스포는 이미 우리지역의 농업과 산업을 연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이었다. 이밖에 지방분권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중앙의존형 발전 전략을 수정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이날 포럼의 핵심 쟁점은 ‘지역혁신’이라는 개념이 무엇인가에 대한 것이었다. 지방분권이 현실화됨에 따라 각 지방정부는 나름대로 ‘지역혁신’을 내세우며 많은 청사진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지역혁신’에 대한 명확한 개념이나 방향설정은 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전라북도가 5대 전략으로 내세운 ‘자동차부품 및 기계산업’, ‘생물?생명산업’, ‘방사선 융합기술 및 대체에너지산업’, ‘전통문화?영상?관광산업’, ‘물류산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선정과정의 문제점도 불거져 나왔다.
먼저 전북도가 내놓은 ‘지역혁신안’을 비판한 것은 이날 사회를 맡은 이종민 전북대 교수. 그는 “타지방은 지역혁신 전략에 대한 논의가 이미 활발하게 이루어졌고 현재는 구체적인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지역은 이에 대한 움직임이 매우 미온적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지역혁신관련 기획안들도 타 지역에서는 이미 2,3년 전부터 준비해왔었던 것에 비해, 전북은 올해서야 급조했다. 그러다보니 중앙에서 선정되지 못하고 전북은 이제 와서 지역 소외론을 들고 나오는 실정이다”고 전북의 무사안일을 비판했다.
발제를 맡았던 최두현 지방분권운동전북본부 사무처장의 인식도 비슷했다. 그는 “군장산업단지가 국가의 산업클러스터 정책에서 유일하게 제외되었다고 해서 지금 난리가난 상태다. 왜 떨어졌는지에 대해서는 관심 없이, 단지 떨어졌다는 사실 자체에 대해서만 관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과연 산업클러스터를 이끌어나갈 역량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평가 없이 단지 소외론 만을 말했을 때, 이것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구체적으로 우지 지역에 빠진 이유를 알아내고 이를 고쳐나가는데 노력해야지, 계속해서 소외론만을 얘기하면서 뭔가 하나라도 얻어내려고 하는 것은 현 정부의 스타일에 비추어 아무것도 이루어 낼 수 없는 것이다”며 “지금 우리 지역의 논의는 새만금이 있기 때문에 농업기반 공사가 들어와야 한다는 지, 부안에 핵폐기장이 들어서면 한전이 함께 들어와야 한다는 주장, 지금까지 전북의 농업 중심화를 부끄러워하던 사람이 전북이 ‘농도’이기 때문에 농업관련 정부기관이 들어와야 한다는 등의 ‘무조건적인 주장’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전북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지역혁신’관련 정책이나 논의가 매우 초보적인 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참가자 대부분이 인식을 공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날 가장 치열한 논의의 대상이 된 ‘지역혁신’이라는 말의 개념에 대해 본격적인 논쟁의 물꼬를 튼 사람은 이종민 교수. 그는 “지역혁신을 산자부의 개념으로만 따를 것인가. 아니면 그 지역혁신의 개념 자체도 전북지역에서 고유하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그 정책 방향이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면 지역혁신에 대한 개념의 차이에 따라 전통문화를 가지고 지역혁신을 이룰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는 반면, 산업자원부의 입장에서 ‘전통문화’는 전혀 논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는 시각이 있다”며 “지역혁신이라는 개념은 지금 막 걸음마 단계에 있어서, 심지어 지방분권을 주도하고 있는 참여정부의 인사들조차 이것에 대한 개념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지역혁신’의 개념은 참가자들 대부분이 어려워하는 부분이었다.
정웅기 마당 이사장은 “지역혁신이 무엇을 혁신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 혁신이라는 것이 현재 전북이 갖고 있는 것을 혁신하자고 하는 것인지, 아니면 없는 것을 새로 만들자는 것인지, 전북의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것인지,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하지만, 요즘 이루어지고 있는 혁신에 대한 논의를 보면, 혁신하자는 것보다 뭘 따오자는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든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두현 사무처장은 “지역혁신의 핵심은 지역의 균형 발전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산업발전 시스템만을 갖고는 안 되고, 새로운 발전 시스템과 패러다임을 가졌을 때에만 성장 가능성을 갖게 될 것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며 “하지만 지역혁신을 위해 무엇을 하자고 했을 때, 그것이 중앙에서 예산을 따오는 것으로 변질되어 버렸다”고 덧붙였다.
김은정 전북일보 국장은 좀더 분명한 인식을 제시했다. 그는 “지역 혁신의 개념에 대한 논의가 분분한데, 지역혁신의 목적이 어디에 있는 지를 생각한다면 그 답을 좀더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지역혁신의 핵심은 지역의 자생력을 키우는 것이다. 그 자생력은 어디서 찾을 수 있는가. 그것은 바로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다”며 “지금까지 국가 중심의 산업정책을 통해서는 지방의 자생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지역혁신을 하는 것인데, 이것을 자꾸 국가 정책산업과 연결시키는 것은 모순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큰 문제는 지역혁신이라고 하면서도 실상은 중앙의존적 발전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는 기존의 산업에서만 경쟁력과 가치를 찾으려고 했지, 문화를 산업으로 연결하는 것에 대해서는 굉장히 불안해했다. 하지만, ‘문화’도 분명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 한다”고 덧붙였다.
이종민 교수는 지역혁신의 개념에 가장 근접한 것으로 『열린전북』5월호에 기고한 김영정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의 글을 인용했다.
‘정치적 분권, 경제적 분업, 그리고 사회적 분산이라는 국가차원의 제도적 조건의 구비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이들이 자립적 지방화의 달성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자립적 지방화의 달성을 위해서는 제도적 조건의 구비와 더불어 내부적으로 이를 추동해 낼 수 있는 충분조건이 필요하다. 이러한 조건이 곧 지역 문제를 지역 스스로 결정하고 집행하는 내생적 시스템, 즉 지역혁신 시스템의 구축이다’(열린전북 5월호, 김영정 교수의 ‘자립적 지방화의 사회제도적 조건에서 인용)
이종민 교수는 이어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결정한다면 그 다음 문제는 우리가 어떻게 하면 그 잠재력을 최대치로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고 그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는 것이다”며 각 기초단체간의 네트워크를 강조한 뒤 “하지만 현재 전북은 지역 내 각 주체들끼리 어떻게 하면 네트워크를 제대로 구성할 것인지는 신경 쓰지 않고, 중앙정부에서 무엇을 따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졌다. 즉 지역혁신에 대해 전혀 이해를 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다음으로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른 것은 5대 전략 산업의 선정 과정이었다. 여론 수렴과정이 배제된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5대 전략 산업이 선정되었다는 비판이 그것.
김은정 전북일보 국장은 “5대 전략 산업 선정과정에 시민사회와의 인프라와 여론수렴과정이 충분이 있었는가하는 의구심이 든다”며 선정과정을 문제 삼았다.
이에 대해 김완자 전 도의원은 “이번 5대 전략 사업의 선정뿐만 아니라 전북의 예산배정 과정도 진정한 여론 수렴과 토론의 과정 없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대부분 후속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아 예산만 낭비하는 경우가 많다”며 “꼭 혁신전략과 관계가 없더라도 어떤 정책을 수립할 때는 많은 시민들과 학계 등이 참석해서 여론을 수렴하는 시스템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전혀 전문성도 없는 구성원의 구색만 갖춰놓고 거수기 역할만 시키는 조직을 갖고 서는 어떤 일도 제대로 해나갈 수 없다”고, 지역혁신협의회를 꼬집었다.
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해나가야 할 것인가에 모아졌다.
이근영 군산시민연대 운영위원은 “지역 혁신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역량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어떤 전략 산업을 채택한다 해도 어렵기는 마찬가지 일 것이다. 지역혁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군단위의 역량을 끌어오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처음 포럼에 참가한 토지공사 국토개발단 이유진씨는 “전략 산업을 채택하는데,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것만이 절대적인 조건이 될 수 있는지에는 의문이 든다. 예를 들어, 문화와 자동차 중 우리가 문화를 더 잘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어느 것이 지역경제 발전에 더 큰 파급효과를 가지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좀더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며 전략산업 채택에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배 김제자활후견기관 관장은 지금은 다음 5년 후를 준비해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그는 “오늘 많은 문제점들이 나왔지만, 기왕에 이미 정해진 것이니 흔들기 보다는 대안이나 보완할 수 있는 것들을 지적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 한다”며 “이제부터 5년 후를 준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서 준비해나가자”고 말했다.
전략산업 5개년은 이미 전북에서 산자부에 기획안을 올리는 것으로 마무리가 된 상태, 실제로 앞으로 작업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는 산자부의 결정에 따라 상당부분 변화가 예상되긴 하지만 지역혁신 문제는 이번 한번으로 끝나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이루어 질 것이다. 이날 포럼은 이번 일을 반성하고, 미래를 준비하자는 결론으로 마무리 되었다. 그냥 한숨만 쉬고 있을 때가 아니라 좀더 적극적인 마인드와 참여의식을 갖고 주민들이 스스로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