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 전해드렸던 '문화중심도시'에 적지 않은 독자들이 의견을 주셨습니다. 대체로 정부의 문화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였지만 내부적인 자성의 소리도 높았습니다. 전주를 정부가 추진하는 문화중심도시로 입성시키지 못하면 우리 스스로 전통문화중심도시를 가꾸어가자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문화에 관한 한 양보할 수 없는 자긍심이 그대로 읽혀지는 대목이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문화적 자긍심이 그냥 얻어 진 것이 아니라는 것 쯤은 다 아실겁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일이 또 있습니다. 전라북도의 지역혁신을 위한 전략산업 선정과 관련한 일입니다. 지역혁신체계(RIS)를 들어보셨을 겁니다. 지역혁신은 자립적 지방화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한, 다시 말하자면 지방의 자생력을 강화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입니다. 중앙정부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모든 권력과 권한을 지방으로 분산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이른바 지방분권으로 가는 핵심이랄 수 도 있겠습니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국가균형발전을 향한 정책이 구체적으로 실현되고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사활을 걸고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되었지요. 문제는 이 혁신 시스템 구축을 위해 자치단체가 어떤 전략을 선택하느냐에 있습니다.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전략산업을 선택하는 것이 최선이겠지요. 전북도도 지난 3월, 제 1차 전라북도 지역혁신발전 5개년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전북의 전략산업은 다섯 개. 자동차부품과 기계산업, 생물과 생명산업이 '핵심 전략산업'으로, 방사선융합기술 및 대체에너지산업, 전통문화와 영상 관광산업, 물류산업이 '준 전략산업'으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이쯤 되면 선정의 근거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작업을 진행한 전북발전연구원이 펴낸 공청회 자료집에 따르면 지역혁신 비전과 목표를 달성하는데 가장 적합한 산업으로 고용 및 창출에 크게 기여할 수 있고, 개발과 환경이 조화되는 모범적 지역발전 모형의 구축에 적합한 산업이 그 기준이랍니다. '전통문화와 영상관광산업'이 일단 핵심전략산업에서 빗겨나 준 전략산업으로 배치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중장기적으로 지역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고양시킬 수 있는 산업이거나 타 지역에 비해 경쟁력 우위를 가질 수 있는 분야로서 장점은 있으나 고용 및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정도가 낮은 평가를 받았다는 추측이 가능해집니다. 안타까운 대목은 여기 있습니다. 문화산업은 지금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산업입니다. 문화관광부가 2003년에 펴낸 '2002문화백서'에 따르면 2001년 세계문화산업시장 규모는 1조 630억달러, 향후 2006년까지 6% 내외 성장을 통해 1조 37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1999년부터 문화산업시장의 성장률은 연평균 21'1% 윗선을 유지하고 있고 2002년 한해만해도 국내문화산업 시장 규모는 39조원을 넘어섰습니다. 그럼에도 아직도 문화의 산업적 가치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것은 십중팔구, 미래를 내다 보지 못하는 산업적 마인드 부재이거나 아니면, 산업화의 도도한 흐름을 애써 무시하려는 자가당착의 시행착오에 빠져있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지역혁신체계는 이른바 지역마다의 특성과 강점을 살리는 특성화 프로젝트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전북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산업은 무엇일까요. 굳이 고민하지 않아도 될 답이 각종 여론조사로 나와 있습니다. 지역주민의 절반 이상이 공업화 전략보다 문화예술분야의 전략을 꼽고 있고, 이 지역을 다녀간 많은 전문가들도 전북을 문화로 발전하는 도시로 가장 적합하다고 꼽습니다. 주민들의 문화수요도 전국적으로 가장 높고 문화적 자긍심 또한 높으니 이래 저래 지역혁신의 전략산업으로서의 요건은 제대로 갖추고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도 전북의 전략산업에서는 후순위로 밀렸습니다. 산업적 부가가치를 평가 받지 못한 때문입니다. 세계가 주목하고 있고, 전문가들도 확신을 갖고 산업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미래의 산업화 동력으로 ‘문화산업’을 꼽고 있지만 우리 지역은 문화산업의 미래를 여전히 의심합니다. 의심을 풀게 하는 방법 없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