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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6 | [문화가 정보]
끝나지 않은 황토현의 함성
최정학기자(2004-06-12 12:21:43)
정읍시 덕천면 하학리에 위치한 황토현(사적 295)에 모처럼만에 수천을 헤아리는 군중들이 모였다. 황토현은 100여 년 전 태인과 고부를 연결했던 교통의 요지, 동학혁명 때 농민군이 관군과 처음으로 싸워 대승을 거둔 장소다. 농민군이 대승을 거둔 그날의 함성을 기억하려는 듯 황토현에 모여든 수많은 사람들은 뜨거운 뙤약볕을 고스란히 머리에 이면서도 역사의 현장 곳곳을 둘러보았다. 올해는 동학혁명과 관련해서 특별한 해다. 동학농민혁명이 일어난 지 110주년이 된 해이면서, 오랜 숙원이던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등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제정과 ‘동학기념관’이 개관했기 때문이다. 37회를 맞이하는 ‘동학농민혁명기념제’도 지난해보다 다양한 프로그램과 하루 늘린 일정으로 시민들의 발걸음을 유도하며, 한층 높아진 동학혁명의 위상을 축하했다. 특히 올해 기념제 마지막 날인 11일 열린 동학농민혁명 기념관 개관식에는 이창동 문화관광부장관이 참석해 동학의 달라진 역사적 위상을 짐작케 했다.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을 대신해 기념제에 참석한 이창동 장관은 “제폭구민과 척양척왜를 외치며 들불처럼 일어난 동학농민혁명은 근대민주주의 운동의 씨앗이자 등불이었다”면서 “앞으로 정부는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맡는 동학농민혁명 특별 기구를 만들어 혁명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동학농민혁명 기념관은 243억원을 들여 착공 4년 만에 개관한 국내 동학관련 기념관 가운데 최대 규모의 기념관. 부지 10만여 평에 연건평 1천 871평 규모로, 본관인 전시관과 세미나실 등을 갖춘 교육관이 건립되었다. 동학농민혁명관련 유물을 전시해 혁명의 시대적 배경과 전개 과정을 시민들에게 알려주고, 교육관에선 시민과 학생들에게 각종 교육프로그램 운용과 토론?학술 대회 장소 등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2층 건물로 이루어진 전시관은 그동안 수집된 동학농민혁명관련 유물 가운데 160여점이 전시되었다. 전시관에는 동학혁명에 참여한 농민군들이 화살이나 총에 맞지 않기를 기원하면서 몸에 지니고 다녔던 부족의 일종인 <팔도좌서부>, 동학농민군 간부 20여 명이 ‘고부성을 격파하고 포악한 군수와 아전들을 제거하며 전주감영을 함락시킨 후 서울로 진격할 것’을 결의하면서 작성한 <사발통문>(사발통문이란 주모자가 드러나지 않도록 참가자의 이름을 사발모양으로 빙 둘러가며 적은 통문을 말한다) 등 역사적인 유물들 외에 당시 전투에서 쓰였던 <소포>, <화약통>, <나팔>, <모>(날이 없어 찌르기만 하는 창) 등이 전시되어 그날의 함성을 전해주었다. 특히 동학 2대 교주인 최시형의 친각 인장과 흥선 대원군이 농민혁명군에게 보낸 효유문, 전봉준 장군의 재판 기록인 공초록과 판결문 사본 등 접하기 힘들었던 자료가 공개되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기념관에 대한 아쉬움도 적지 않다. 동학농민혁명의 발상지인 이평면 두지리(말목장터가 있던 곳)에서 나고 자란 탓에 어른들로부터 당시의 상황에 대해 전해들은 것도 많고 관심도 많은 김순곤(72)할아버지는 커다란 기대를 갖고 기념관을 찾았다가 아쉬운 마음으로 돌아가야 했다. “마을 어른들한테 전해 들었던 말들을 확인해볼 수 있을까 해서 와봤더니 읽어야 할 것들만 많고 보고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적어서 뭐가 뭔지 잘 모르겠어. 물론 꼼꼼히 읽어보면 동학 내용들이 다 있긴 하겠지. 근데 나 같은 노인네가 어디 그런 글씨가 보이나. 다음에 올 땐 돋보기라도 갖고와봐야겠어” 전시장이 활동적이지 못하고 너무 정적이라 웬만큼 신경 쓰지 않고서는 내용을 알기 힘들다는 김할아버지의 지적이다. 110주년 기념제를 주최한 갑오농민혁명계승사업회의 김운기(44) 사업처장도 “기념관이 좀더 살아있는 공간이 되지 못해 아쉽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어 “앞으로는 좀더 활동적인 문화와 편안한 쉼터가 가능한 공간이 되도록 꾸준히 개선해 나가, 좀더 많은 시민들과 학생들에게 사랑받는 곳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5월 8일 ‘농민대동굿 한마당’을 시작으로 막을 올린 동학농민혁명 110주년 기념제는 11일 민족예술단 우금치의 ‘쪽빛 황혼’ 공연을 끝으로 4일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기념제를 주최한 갑오농민혁명계승사업회는 올해 전국의 동학농민혁명기념 사업회 측과 힘을 합해 동학혁명관련 유족들을 찾아내는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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