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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6 | [문화저널]
취재후기
문화저널(2004-06-12 12:05:24)
전주시가 문화산업의 핵심전략으로 전통문화도시화 방안을 선정하면서 한옥마을에 대한 관 심이 높아져가고 있다. 1977년부터 한옥보존지구로 지정, 지금까지 지역 주민들의 개발에 대한 열망과 보존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을 겪어왔던 한옥마을은 이로써 다시 한번 예전 의 활기를 되찾을 기회를 잡았다. 육성계획과 구체적인 방안을 명시한 ‘마스터 플랜’이 완성되고, 한옥생활 체험관이나 공예품 전시관 등 한옥마을의 문화 거점이 될 건축물들이 속속들이 문을 열면서 지역주민들 사이 에는 한옥마을에 새바람이 불 것이라는 술렁임이 일고 있다. 그것은 핑크빛 청사진만 정처 없는 유령처럼 떠돌고, 정작 아무런 후속 대책은 없었던 지금까지의 것과는 분명히 다른 것이다. 하지만 장명수 전 우석대 총장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단지 백여 채가 넘는 한옥 들이 모여 있다는 것 외에는 그 안에 담고 있는 것들이 너무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한옥 마을 안에 소리나 공예, 음식 같은 소프트웨어를 집어넣자는 말 이상의 것을 의미한다. 역사적 맥락 안에서 가치를 갖고 있지 않는 한옥마을에 그것을 부여해 주자는 말이다. 전주에서 국제영화제가 열린지 어느 덧 다섯 해가 지났지만, 사실 아직까지 전주에서 어떻 게 국제영화제가 열릴 수 있는지 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전주는 1950년 대 한국영 화생산에서 없어서는 안 될 곳이었고 이런 역사적 맥락에서 지금 국제영화제를 치르고 있지 만 이것을 모르는 사람에게 있어 국제 영화제는 어느 날 갑자기 뚝딱 하고 만들어낸 도깨 비 같은 존재에 불과할 뿐이다. 한옥마을 또한 이런 역사적 맥락이 없다면, 장명수 전 총장의 말처럼 ‘계속 까 나가다보면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는 양파’와 같은 것이 되어버릴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한옥마을 육성계획에는 정작 한옥마을을 어떻게 역사적 맥락 안에 위치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 은 없다. 그래서 그가 제안하는 것은 ‘조선왕조의 뿌리’에 한옥마을을 연관시키는 것이다. 한옥마을에 위치한 오목대와 이목대가 이씨 왕조의 설화가 깃들여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이런 문화산업 정책들을 전주가 갖고 있는 역사 문화적인 큰 틀에 아우르려는 노력이 없다면, 또 다른 문화 산업도 뿌리를 갖지 못한 체 떠돌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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