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6 | [문화저널]
취재현장에서
김회경 기자(2004-06-12 12:04:34)
시인의 말, 그리고 핑계
‘거미’의 시인 박성우를 전북작가회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너무나도 일상적인 것들이 박성우 시인에게는 그렇지가 않다. 사람을 만나는 일이 그렇고,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 것은 더더욱 그렇다.
누구든 그가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임을 단박에 눈치챌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아주 일상적이고 쉬운 일이 그에게는 그렇지가 못하다. 그래서 가끔 당혹스러워하고, 지독하다고 느껴질 땐 ‘장애’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시를 쓴다. 세상을 향해 말을 걸고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밖으로 알리는 창구가 바로 ‘시’이기 때문이다. 가난하게 자랐고, 지금도 역시 가난한 그에게 ‘밥 굶기 딱 좋은’ 시 쓰기는 천형과도 같다. 그래도 그는 시를 쓴다. 시에 의지하고 시를 통해 존재감을 느끼는 그에게 ‘시’는 당연히 살아가기 위한 물이고 햇빛일 것이기 때문이다.
야간대학을 다니며 낮에는 봉제공장에서 일했던 그의 서럽던 날들과 가난한 생활은 이제 세상 사람들을 안도케 하고 위로하는 시 구절이 되었다. 등단한지 4년, ‘묵직한 시인’이라는 평은 아직 이르다. 하지만 기분 좋게 전이되는 그의 열정에서 충분한 기대가 인다.
누구나 누군가에게 이해받고 싶은 핑계들이 있다. 그러나 그것이 자기 성찰을 게을리 하는 ‘핑계거리’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말이 많은 세상이고 보면, 사람들에게 핑계거리가 많은 세상인 모양이다.
핑계댈 일 투성이일 것 같은 박성우는 그런데 그렇지가 않았다. 말에서도 그랬고 시에서도 그랬다. 오랫동안 공그려져 단단해진 듯한 슬픔이 시에서 묻어났고, 그래서 신뢰가 갔다. 가난이 핑계가 아니라, 성찰을 통해 단단한 메시지가 됐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우리는 얼마나 핑계 속에 안주하려 하는지, 그것을 삶의 힘으로 만드는 열정은 얼마나 간직하고 있는지, 그와의 만남 뒤에 잔잔한 파장이 시 구절처럼 온 몸을 간지럽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