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6 | [문화저널]
<사이버 난타> 교육이민 어떻게 볼 것인가
김회경기자(2004-06-12 10:44:20)
과열 경쟁…의식과 제도 변화로 진화하자
한국사회의 교육열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높고 뜨겁다. 한국사회를 지탱해오고 고속성장을 가능케 했던 원동력이 바로 높은 교육열에 있다는 진단도 있다. 그러나 널뛰기 하듯 어지럽게 변덕을 부려온 교육정책이나 자녀의 출세와 성공만을 위해 내달리는 학부모들의 지나친 욕심은 ‘교육이민’이나 ‘기러기 아빠’라는 우리사회의 신 풍속도를 만들어 내고 있다.
여러 불안정한 교육여건을 회의하며 한국을 떠나 이민을 선택하는 사람들, 그리고 아내와 아이들을 해외로 보내고 홀로 경제적 뒷받침을 해주는 이른바 ‘기러기 아빠’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번 사이버 난타를 통해 한국을 등지고 자녀교육을 위해 이민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우리사회의 교육병폐를 진단하고, 구조적 문제와 더불어 지나친 출세지향적 가치관을 뒤돌아보는 기회를 가졌다.
실제 ‘기러기 아빠’로 생활하고 있는 대학 교수와 교육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교사, 자녀교육에 대한 묵직한 고민을 안고 있는 주부, 그리고 이제 막 ‘초보 부모’에 입문한 새내기 주부가 함께 참여했다. 참석자들은 과열 경쟁과 입시위주의 교육, 학벌사회의 비뚤어진 교육시스템과 ‘내 아이만’이라는 이기적인 가족주의가 함께 개선될 때, 우리사회의 희망이 있다고 진단한다. 진행이 어려울 만큼 참석자들의 의견개진은 뜨겁고 활발했다. 우리 모두의 문제이고 관심사이자, 누구나의 문제가 될 ‘교육’. 그 교육문제에 관한한 모두가 전문가임을 실감하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일시 : 5월 20일 목요일
참석자 : 황치형(기전중학교 교사)
윤정모(전북대학교 교수)
장윤화(주부)
진명숙(주부)
진행?정리/김회경 기자
김회경: 다들 모이셨네요.
진명숙: 안녕하세요...
김회경: 안녕하세요. 아침 일찍부터 참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모이신 분들 소개부터 해 드릴께요. 전북대 윤정모 교수님, 기전중 황치형 교감선생님, 그리고 주부 장윤화 선생님, 진명숙 선생님 모이셨습니다.
진명숙: 반갑습니다.
김회경: 오늘 주제는 말씀드린대로 교육이민입니다. 문서를 거칠게나마 보내드렸는데, 자유롭게 이야기 나눠볼께요.
진명숙: 네...
교육시스템 불만족이 아이들을 내몬다?
김회경: 중간중간 제안하시고 싶은 주제가 있으시면 기탄없이 말씀해 주세요. 우선 사람들이 교육이민을 생각하는 이유는 뭘까요?
윤정모: 저 같은 경우는 교육제도 시스템에 만족하지 못하고, 학교 교육의 내용과 방향이 대학입시만을 위한 교육이 되기 때문에 아이들이 자기들이 노력한 것에 비하면(과목수 과다, 필요없다고 생각되는 과목분야에 많은 시간 낭비) 대학진학도 어렵고, 진학 후 사회에 나와도 직장잡기가 어렵기 때문이었습니다.
황치형: 자녀의 미래가 어떻게 확보되느냐가 관심이겠죠.
진명숙: 교육이민은 유학이나 요즘 유행한다는 원정출산과는 다른 형태라고 생각해요.
장윤화: 저도 윤 선생님과 비슷한 이유로 교육이민을 한번씩 생각해 봅니다. 하지만 그런 고민은 국내에서도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실행하지는 않죠.
진명숙: 교육이민이 현재 사회 구조의 모순 때문에, 그 구조를 벗어나고픈 욕망에서 선택하는 것이라면, 유학이나 원정출산은 일종의 사회적 성공을 향한 발판을 마련하려고 하는 게 아닐지...
황치형: 교육 때문에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이민도 가는 마당에 기러기 아빠나 교육이민 못 가랴 하는 생각인 것 같습니다.
김회경: 오늘 기러기 아빠가 한 분 참여하고 계신데요. 윤정모 선생님... 결정 내리실 때 갈등도 있으셨을 것 같아요.
윤정모: 가족개념에서 본다면....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혼, 탈선 등등) 또한 자녀가 아빠 없이 자유롭게 성장하면 거기에 따른 부작용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김회경: 그런 우려를 감수하시고 결정을 내리신 건데...
윤정모: 저의 경우는... 일년 후에 교환교수로 나가기 위해 미리 자녀를 외국에 보낸 경우 입니다.
김회경: 아, 교환교수 끝나시면, 다시 한국으로 다들 들어오시나요?
윤정모: 자녀를 보내기 전에 많은 준비와 노력(영어준비, 경제적인 준비)을 해야 할 것입니다. 돌아오지만.... 자녀가 동의할지는 미지수입니다. ^^;
장윤화: 저의 주변에 가까운 친척이 교육이민을 온 가족이 떠난 경우가 있습니다. 간지 3년 정도 된 것 같은데 많이 힘들다고 그래요. 힘든 가운데 얻는 이득이 아이 교육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독특한 부모상이 빚은 결과라 생각해요. 그들은 또 거기에서 넉넉한 가정의 조기 유학을 보고 상대적으로 괴리를 느껴서 더 힘들다고 해요.
황치형: 교환교수 등의 기회가 주어지는 아이들에 비해서 학원에도 제대로 보내지 못하는 상황의 현실 속에서 자괴감이 들기도 합니다.
김회경: 교육기회 불평등 말씀이시군요...
입시교육에서 해방될 수만 있다면…
진명숙: 그런데 경제적, 사회적 지위가 안정되어 보내는 경우도 있겠지만, 자녀에게 뭔가를 해주고픈 욕심이 가장 클 겁니다.
윤정모: 자녀에게 물려주는 게 경제적인 돈보다는.... 노력하는 자녀에게 넓은 교육의 기회를 주고 싶고, 또 주변에서 많이 보내기 때문에 결정한 것 같습니다.
김회경: 무리를 해서라도 말이죠?
진명숙: 그렇죠... 무리를 하면 할수록 후에 돌아올 사회적 성공이 크다고 생각하니까요.
황치형: 아직 전주 지역의 학교에서는 한 해에 두어 명의 학생이 유학을 떠나고 있다는데, 학부모들이 점점 유학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 같습니다.
장윤화: 비정상적이다시피한 경쟁심을 다스리고 정정당당한 경쟁이 아름답다는 걸 자녀에게 가르쳐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황치형: 부모 자신은 고달프고 배고파도 자식에게 하나라도 더 주고 싶은 마음이 현실을 감내하면서 아이들에게 투자하는 바탕이 되는 것 같습니다.
장윤화: 하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역효과가 많지 않을까 두려움도 생깁니다.
김회경: 외국의 교육환경이 우리와 다르다는 전제가 있는 것 같은데요. 해외에서는 아이들에게 어떤 기회가 어떻게 주어질 거라고 기대하는 걸까요?
진명숙: 한국의 입시가 낳은 현재의 모순에서는 일단 해방된다고 생각하죠.
장윤화: 해외의 장점이라면 과다한 경쟁심이 없다, 과다한 학습량을 강요하기보다는 심도 있는 교육이 이뤄진다 등등... 아닐까요?
윤정모: 미국의 교육은... 부님보다는 본인 스스로 해결하려는 능력을 키워주고, 자신감을 얻게 해주는데 매력이 있다고 봅니다.
장윤화: 한마디로 여유가 아닐까요?
윤정모: 과목수가 적고, 수준별 단계학습을 인정하는 것 같습니다.
황치형: 획일적인 한국의 교육제도와는 다른 다양화 된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영어를 생활화 할 수 있음이 유인의 골자이겠지요. 아이들의 능력과 적성을 고려하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윤정모: 외국은 정상적으로 수업을 받고, 졸업을 하면 좋은 대학에 갈수 있는 여건이 되는 거죠.
김회경: 우리 사회는 너무 출세지향적이고, 그 통로가 절대적으로 학벌중심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윤정모: 제가 판단해 본다면... 본인의 의욕과 경제적인 뒷받침에 있다면... 미국의 아이비리그도 누구나 가능하다고 봅니다.
황치형: 글짓기 잘하는 아이는 글을 통해 행복을 느끼고, 미술 하는 아이는 붓을 들고 있으면 행복합니다. 우리 교육은 다양한 학생 수요자에게 즐거움을 주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김회경: 요즘은 부모의 뒷받침이 없으면 힘드니까요. 그게 우선은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거죠.
장윤화: 정말 학교에서 학생에 소질에 맞는 교육을 해줄 수만 있다면..
윤정모: 본인의 적성과 성격 그리고 관심분야를 찾아주는 교육과 부모의 관심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자녀를 만들 수 있다고 판단합니다.
황치형: 일류 대학을 나오면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조화로움을 이룰 수 있는 사람을 만드는 교육을 해야 합니다.
장윤화: 전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가지고만 있어도 행복한 일이라 생각입니다. 그 길로 밀어주면 되니까요.
윤정모: 실제로 교육이란... 사회에 적응하고,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사는 데 목적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너무 조급하고 경제적인 것을 중요시 하는 것 같습니다.
좋은 학벌, 좋은 직업 종용하는 부모 중심 아닌가
김회경: 우리나라 부모들이 아이가 정말로 저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되길 바라는 건지, 아니면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 출세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길 원하는 건지... 아이보다는 부모 중심 아닌가, 그런 생각 들거든요.
진명숙: 맞아요... 부모중심이 크죠..
황치형: 부모들의 관심은 직업이겠지요.
윤정모: 아무리 부모가 노력을 해도 안되는 것이 자녀교육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자녀가 가진 능력을 빨리 발견할 수 있다면 좋겠죠~
진명숙: 부모가 노력을 한다는 것이 자녀를 성공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 아닐까요? 자녀를 성공시키는 방향으로, 쉽게 말하면 좋은 학벌과 좋은 직업 말이죠.
장윤화: 전 아이에게 직종을 가리진 않겠지만, 전문인이 되라고 늘 말합니다. 미용사도 좋다, 너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찾으라고 말이에요. 그게 안 되면 제일 쉬운 게 공부다, 누군가에게 인정받을 수 있고, 존경받을 수 있는 지름길이 공부다 라고 말이죠. 좀 야비한 자극이라 생각합니다만... ^^
황치형: 지성과 인성의 조화를 이루는 인간이 삶을 적극적이고 행복하게 꾸려나갈 수 있겠지요.
윤정모: 본인이 재미있고 흥미있는 분야를 계속 칭찬해주고, 그 분야로 가도록 유도하는 게 좋다고 생각을 합니다.
김회경: 우리나라에서도 대안학교라고 있잖아요? 좋은 대안학교도 많은데... 사회적 인식 때문에 망설이는 경우도 많은 것 같은데요.
진명숙: 우리에게 대안학교는 보통 학교 부적응자가 가는 곳이라는 편견이 강하지 않은가요?
윤정모: 아직은... 일부 현실도피적(문제아 등등)인 학교가 많은 것 같습니다.
김회경: 아, 처음엔 그렇게 시작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은데요...
장윤화: 전 저희 큰 아이를 도시형 대안학교에 보내려 하고 있습니다. 경쟁이 세다는군요.
황치형: 대안학교를 통해 만족을 얻는 아이들도 많기는 합니다.
윤정모: 이 대안학교는 교육부의 제도와 사회분위기가 변하면 시각도 변하리라 생각됩니다.
황치형: 대안학교가 실력 있는 학교로 인식되는 풍토도 문제가 있습니다.
진명숙: 물론 요즘은 대안학교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는 것 같긴 해요.
황치형: 다양성을 수용하는 그야말로 대안이 되어야 합니다. 한국에서도 다양하고 질 좋은 교육을 통해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다면, 유학은 조금 밀쳐놓을 수 있겠지요.
장윤화: 전 대안학교가 기본적으로 외국에서 누리고 싶은 것의 대안이라 생각하고 있고, 외국보다 가까이 있기도 해서 좋다고 생각합니다. 가족간의 생이별도 없구요.
윤정모: 충분한 교육시설과 학부모의 노력이 따른다면, 대안학교도 좋은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김회경: 교육이민도 계층간 위화감 조성이다, 이 부분은 어떻게들 보시나요? 대부분 중상류층이잖아요.
황치형: 입시의 중압감이 있는 학교에서 다양한 측면으로 새로운 교육방법을 찾고 있는데, 정형의 교육과정의 한계를 극복하는 대안이 될 수도 있겠지요.
진명숙: 전 이민, 유학의 문제 중 하나가 가족간의 생이별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 가족의 해체 등으로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김회경: 이런, 사회자 말을 무시하는 분위기잖아. 우엉.
진명숙: 쏘리..
황치형: 교육이민을 생각하는 층은 어느 정도 경제적 능력을 갖춘 집단이지요.
윤정모: 실제로 사회분위기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 같고, ‘기러기 아빠’라는 표현을 하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김회경: 사회분위기에 나쁜 영향이라면...?
장윤화: 돈 없이 갈수는 없는 곳이죠. 돈 가진 사람이 어찌보면 비효율적 돈 낭비를 할 수도 있는데, 그 사람은 그냥 그래라 하고 생각해 버리기도 해요.
윤정모: 사회분위기에 나쁜 영향이라면.... 주변 사람에게 경제적인 부를 과시하는 것 같기도 하고... 등등...
진명숙: 실제로 과시를 위해 보내는 부류도 있어요.
황치형: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욕구와 그러지 못하는 층의 골이 깊어지는 것 같습니다.
단순한 선민의식, 과시욕이 이민을 부른다?
김회경: 그리고 또 한가지, 대부분 해외라고 하면 미국이나 영어권 나라를 많이 선택하잖아요. 약간의 선민의식 같은 게 있는 것 같아요.
장윤화: 저 아는 친척은 캐나다에 갔는데 거기서 엄마, 아이들만 와서 소비하는 문제로 교포사회에서 인식이 좀 좋지 않은가 봐요.
윤정모: 요즘 유학을 보낼 수 있는 계층은 의사, 변호사, 사업가 등인데, 자녀에 대한 부의 대물림과 교육열 때문이겠지요.
김회경: 정말로 이 나라 교육현실에 회의가 들었고, 아이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면 이해와 수용의 범위가 넓겠지만, 단순한 선민의식이나(영어권 나라) 과시라면, 좀 천박하지 않나 싶어요.
너무 과격한 단어였나?
진명숙: 개인적으로 아이들 교육과 여러 현실 때문에 보낸 것이지만, 그게 사회적인 파장이 커지니...
윤정모: 영어권 어디를 가든 부모의 관심과 노력이 따른다면 잘 해결할 수 있으리라 생각을 합니다.
황치형: 문제는 교육이민 후에 국내로 복귀하느냐 교육국에 남아 정착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인데 국내 학교나 사회로 들어왔을 때 적응도와 취업률이 떨어지는 것도 생각해 봐야할 요소이고 그래서 꼭 이민을 통해서만 영어교육이나 적성을 살릴 수 있느냐 하는 점을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윤정모: 무조건 돈으로 보내는 유학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윤화: 저 아는 사람 중에는 5년 정도 외국에 있던 아이가 도로 간다고 울고 불고 그러더라구요... 그래서 결국 국내 외국인 학교로 들여보냈다구요.
김회경: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인생을 거는 것 같아요. 가족주의가 너무 완고하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장윤화: 맞아요. 부모의 인생은 어디에 있는지...
황치형: 아이를 자신의 분신으로 보는 것이지요.
장윤화: 그 이유로 저는 교육이민이나 기러기 아빠를 반대합니다! ^^
황치형: 사회 전체의 체계를 먼저 바로잡아야 하는데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하는 셈이죠.
김회경: 요즘 기러기 아빠들, 개인적인 문제로만 볼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자살하는 경우, 딴 살림 차리는 경우... 한마디로 이탈인 셈인데요. 죄송합니다, 윤정모 선생님을 앞에 두고... 그게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니까요.
장윤화: 심각한 문제지요. 전 제도의 문제보다 교육이 이기주의로 더 망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명숙: 교육이민에는 다양한 형태와 목적이 있다고 봐염.. 제가 아는 교수님은 아이들 셋을 모두 미국에 보내놓고, 아이들은 거기서 학교 다니고, 거기서 결혼하고, 거기서 직장 다니고, 그래서 그곳에서 인생을 정주하게 놔두고, 자신은 한국에서 계속 사는 거고.. 그런 형태는 자녀를 성공시켜서 곧 가족의 성공까지를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죠.. 오히려 우리가 볼 때는 가족 맞아? 할 정도로 일년에 한 두번만 만나고... 그러나 그것도 하나의 가족 유형이고...
김회경 : 명숙씨 이야긴... 그건 좀 다른 경우네요.
황치형: 경제 정치 체제의 불안함 때문에 자식에게 모든 것을 거는 것 같습니다.
윤정모: 사실 교육이민이니 기러기 아빠니, 사회와 국가의 힘을 빼는 일 같습니다. 국내에 모든 고교생을 둔 아빠가 학생 ‘배달’과 과외로 직장에서 멍들어 가고 있습니다.
황치형: 이민을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도 먹고 살 수 있는 경제구조가 현재 상황에서 우선되어야 합니다.
장윤화: 자식 그렇게 자기만 알게 키우면 나중에 그 다음세대 가정이 원활하지 못할 거예요. 저도 먹물 좀 먹었다고 자식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너무 힘들었거든요.
‘기러기 아빠’…나는 아이들의 거름이요 껍질
김회경: 기러기 아빠들은... 너무 부정적인 시각인지 모르겠지만, 미래를 위해서 현재를 포기하는 사람들 같아요. 그 미래는 아이들이고, 자기는 없잖아요.
윤정모: 기러기 아빠는 국내에 기여하기보다는 돈을 송금하기 위한 위치인 것 같습니다...
진명숙: 그런데 그 기러기 아빠들, 다시 돌아와 언젠가는 함께 행복한 생활을 하게 될거야, 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윤정모: 착각이겠지요? ^^;;
김회경: 아이들이 행복해지는 게 최우선이겠죠. 우리는 구체적인 현실을 사는 사람들인데, 왜 아이들 미래에 자신의 현실을 담보로 거는 건지, 저로서는 참 이해가 안 되거든요. 아이가 없어서 그런가? ^^
황치형: 기러기 아빠는 자기는 껍질이고 거름이다는 생각을 하겠지요.
김회경: 감동적이고도 슬프다.... 윤정모 선생님은 아이들 보내신 지 얼마나 되셨어요?
윤정모: 1년이 넘었는데요.... 국가경제를 멍들게 하는 교육제도는 빨리 시정되어야 할 겁니다. 황치형: 유교적이고 출세 지향적인 사고가 기러기 아빠나 교육이민까지도 마다하지 않는 것이지요.
윤정모: 가정이 멍들기 전에 올 6월에 미국에 갑니다....^^;;;
김회경: ㅋㅋ
진명숙: ^^
황치형: 한국의 현실에서 유학가지 않고도 유학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정책이 입안되어야 겠지요.
진명숙: 그런데 다들 경제적 부분만 뒷받침되면, 언제든 '외국'으로~ 라는 생각 들지 않을까요?
황치형: 맞아요. 저변에는 그런 생각들이지요.
진명숙: 그게 여행이 되었든, 유학이 되었든, 이민이 되었든..
황치형: 한 번씩은 미국에 보내고 싶어하지요.
진명숙: 특히 미국, 유럽은 우리에게 희망의, 상상의... 좋은 이미지들로 각인되잖아요..
김회경: 우리나라는 복지수준은 낮고, 경쟁은 치열하고, 계층간 위화감은 커지고... 한번쯤 도피처로 생각해 본적 있을 것 같아요. 저도 그렇구요.
장윤화: 외국, 특히 미국은 글쎄... 과연 평등한 사회인가요?
윤정모: 돈이 많고 성적이 낮은 학생은 현실 도피처지요....
김회경: ^^ 그러게요... 정말로 거길 가면 밑바닥부터 시작해야 한다는데...
황치형: 하지만 모든 학생이 다 외국으로 나갈 수도 없고, 나가서 성공할 수도 없으니 현실의 대안을 찾아야겠지요.
윤정모: 미국은 노력하지 않으면 살수가 없는 나라입니다.. 그러나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기회도 있습니다.
장윤화: 전 우리를 너무 낮추고 비정상적 경쟁에만 살길이 있는 듯 여기는 우리의 가치가 변해야한다고 생각해요.
황치형: 맞아요. 우선적 가치를 무엇에 두느냐도 중요하지요.
김회경: 우리나라 학력위주 사회잖아요.
진명숙: 언젠가 학교 선배가 내년엔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는데, 다른 부모들이 모두 촌지를 주면, 자기도 아무 문제의식 없이 줄 거라고 당당하게 얘기하는 모습 보고 놀랐거든요..
김회경: 아이 때문에 가치가 흔들리는구나.
진명숙: 그렇죠!!!
윤정모: 부에 관계없이 사람을 인격적으로 대하는 사회적 풍토 조성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황치형: 궁극적 관심은 잘 먹고 잘 사는 것이지요. 조화로운 인간형성...
진명숙: 매우 합리적이고 똑똑한 선배였는데, 너무 자연스럽게 그런 얘기를 하니 놀랐어요. 자기 아이만 선생에게 왕따 당하고, 그런 생각을 하면 자연스럽게 촌지를 줄 수도 있을 것 같대요.
제도와 의식 변화가 맞물려야 한다
윤정모: 부모의 지나친 교육열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게 있을까요?
황치형: 영어문화권역을 만드는 방안도 나오더군요.
윤정모: 억척부모의 반성과 학교선생님의 노력!
장윤화: 부모교육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진명숙: 제도의 문제, 의식의 문제, 구조의 문제.. 등등
윤정모: 제일 중요한 것은 교육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하다 생각하는데요....
황치형: 학교에서는 교육상품의 질을 높이기 위해 개개의 선생님들이 노력을 기울이고는 있습니다.
윤정모: 초중고 대학으로 갈수록 더 열심히 하는 제도, 과외가 필요 없는 대학입학 등등요.
장윤화: 전두환이 가장 예뻤을 때... 과외금지 했을때!
김회경: 하하...
황치형: 학부모, 학생의 기대치를 조사하여 매년 문제점을 찾아 반영하려 한답니다.
진명숙: 전 지금 6개월 된 딸을 두고 있는데, 벌써부터 주위에서 왜 책을 안 읽히느냐 하며 난리예요..
황치형: 너무 조급하지요.
진명숙: 그리고 왜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다들 한글을 깨우쳐야 하는 거죠?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한글배우는 게 아닌가요? 라고 얘기했더니 주위에서, 나를 완전 원시인 취급.
윤정모: 학부모의 간섭이 없는 학교교육도 중요하지요.
김회경: 이렇게 말씀이 많으신 참석자들은 첨이에요. ^^ 당황... 진땀.
진명숙: ㅋㅋ
김회경: 오늘은 정신이 없어요. 발언 순서를 정해야 할까 봐요. <꽃들에게 희망을> 이라는 책에서 보면... 애벌레들이 정신없이 탑을 쌓아가잖아요. 짓밟고 뭉개면서... 그런데 막상 정상에 섰는데 아무것도 없었잖아요.
진명숙: 네..
김회경: 저는 지나친 교육열이나 교육시스템 개선이 반드시 교육부나 정부에만 있다고 생각 안 해요. 학부모들도 반성하고 토론하고 한 목소리를 내고 노력해야 한다고 봐요. 그렇게 쌍두마차가 움직여야 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 보거든요.
윤정모: 우리나라는 교육정책이 중요합니다.
황치형: 과정은 중요하지 않고 자신의 결과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고가 문제지요. 거시적 차원의 정책의 틀이 바로 짜여져야 합니다.
윤정모: 교육정책으로 인한 교육방향이 좌우를 많이 합니다.
김회경: 늘 수동적으로 끌려 다니지 않으려면 학부모 노력도 필요할 것 같은데요. 일종의 압력집단으로...
진명숙: 거대한 교육시스템도 개혁을 해야 하고, 의식도 개혁을 해야 하지요..
황치형: 유학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이 나와야 합니다.
김회경: 아니, 저는 제도보다 학부모 한사람 한사람의 인식의 전환과 노력이 제도와 정책을 바꿀 수 있다고 보는데요!! 우리나라 학부모들 솔직히 너무 지나쳐요.
윤정모: 네...
장윤화: 교육정책은 나쁘나 좋으나 어쨌든 공평하게 던져진 규칙이라 생각합니다.
윤정모: 요즘 시대에 맞지 않는 제도는 고쳐야 합니다.
황치형: 시대의 흐름을 개인의 도덕심이나 법으로 막을 수는 없구요. 좋은 교육상품 개발을 위한 정부와 학교 학부모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윤정모: 네, 맞습니다.~
진명숙: 월드컵, 광장문화, 촛불시위 등 시민의식은 성장했다고 하는데, 왜 교육에 대한 의식은 쉽게 개혁되지 않는지 모르겠네염...
장윤화: 이기심이 들어 있으니까요.
윤정모: 황금만능시대이니까요! 그럼.. 우리의 앞날은?
황치형: 적성과 실력 경제 수준에 맞는 다양한 학교 설립과 욕구를 만족시킬 만한 외국어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합니다.
진명숙: 제도, 시스템 등의 사회구조와 그에 맞추어 시민들의 의식을 개혁하려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겠죠.
황치형: 우리의 정체성을 세우며 ^^
김회경: 종반쯤 온 것 같은데요. 대안에 대한 의견들을 짤막하게, 혹은 정리 멘트 하시고 끝낼까요?
황치형: 다양한 사회계층이 섞여서 교육을 받도록 틀이 유지되어야 합니다. 사립학교에 보내지 않아도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정책과 인프라 구축이 필요합니다.
장윤화: 문제는 발생한 그곳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도피는 안 됩니다.제도와 변화를 우리 안에서 찾아야죠.
윤정모: 사회구조가 만들어낸 이민이나 유학, 대학진학만을 위한 교육 등은 사회구성원 개개인의 노력과 정부(교육부)의 시스템변화에 의해서 점진적으로 가능하리라 봅니다. 서로 노력합시다!
황치형: 교사들의 업무를 경감하는 행정직 사무원의 대폭적 증원과 수업에 충실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 진다면 우리나라의 교사들은 학생과 수업에 대한 질적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많은 학생들 욕구에 맞춘 수업을 진행할 수도 있겠지요.
진명숙: 교육이민의 증가현상은 한국 교육현실이 낳은 각종 병폐와 모순이 내 자식만은~ 이라는 생각으로 굳어지고, 그래서 점차 사람들의 인식이 굴절되고, 왜곡되어 자꾸만 모순된 방향으로 나아가는 듯 합니다. 자녀에게 새로운 기회와 욕망을 만들어줄 수 있는 순기능도 있으나, 역기능도 만만치 않잖아요. 일단 그 시발이 한국교육의 문제에서 왔으니,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과 개혁이 매우 절실하고, 이는 사회구조의 변혁과 인식의 변혁이 병행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황치형: 다양성을 확보하는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고 어울려 살 수 있는 조화로운 인간을 만드는 것이 필요한 사회입니다.
김회경: 진행자가 말이 많아서 죄송한데요... 저희집은 그리 넉넉치 못했거든요. 그런데 초등학교 때 음악수업을 조금만 충실히 해주고, 악기 제공도 해줬으면... 저는 지금쯤 꽤 유명한 음악가가 돼 있었을 거란 웃기는 생각을 가끔 해봐요. ^^
진명숙: ^^ 우리때는 특히 예술분야는 있는 집 애들이 하는 그런 분야로 인식됐었죠.
김회경: 제도권 교육에서 제 능력을 키워내지 못해서 정말로 안타깝다, 그런... ^^ 그래서 교육기회평등이나 위화감 이야길 많이 드렸는데요. 죄송하구요. 학교공교육, 제도권 교육만으로도 평등하게 교육기회가 주어지는 쪽으로 시스템이 변화되길 바라고, 우리나라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서 조금은 자유로워지길 바래요.
황치형: 교육이민에 대한 정리가 되어 감사합니다.
진명숙: 오늘 정말 반가웠습니다.
윤정모: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장윤화: 수고하셨습니다
김회경: 모두 귀한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