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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8 | [클릭! 사이버월드]
[PC칼럼] '3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
정동철 우석대 교수 정보통신컴퓨터공학부(2003-04-07 11:03:19)
달포 전에 세계대전이 끝났다는 말을 하면 이 글을 읽는 문화저널 독자들은 어리둥절할 것이다. 전쟁 참가국은 중국, 한국, 일본, 인도네시아를 한 축으로 하는 아시아 국가와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파키스탄, 인도, 브라질을 축으로 하는 두 진영 간의 싸움이었다. 사건의 발발은 지난 4월 1일 미 해군 정찰기와 중국 미그기가 충돌하면서였다. 현실 세계에서는 미국의 완패였다. 규탄 성명에서 시작하여 사과성명으로 다시 반 사죄성명으로 이어지는 설전에서 미국은 속된 말로 완전히 스타일 구긴 것으로만 알려졌다. 그러나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사실이겠지만 사이버 상에서는 두 나라 웹 사이트들 수백 곳이 양진영 해커들의 공격으로 무장해제를 당하다시피 했다. 특히 중국 국경일인 5·4 청년절을 계기로 미국 정부기관과 거대 기업의 중앙 컴퓨터들은 중국 해커들의 공격에 속수무책이었다. 중국 해커들은 미 하원 웹 사이트와 미 내무부 산하 국립비즈니스센터, 지질조사국, 백악관 등의 사이트들까지 공격했다. 이에 질세라 미국 해커들은 장시, 이춘, 샤쥔, 베이징 등 지방정부와 덩샤오핑 경찰대학, 칭화 대학, 신장 대학 등의 사이트, 삼성 및 대우텔레콤의 한국어 사이트 등을 훼손시켰다. 그런데 십여개의 국가가 참여하는 세계대전으로 발발한 것은 이들 두 나라의 사이버 전쟁에 일부 국가의 해커들이 친미와 반미로 나뉘어 전쟁을 지원하고 나선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현실세계에서 혈맹관계를 자랑하는 한국과 일본의 해커들이 일제히 중국 편을 들었다는 것이고 이에 질세라 일부 중동 국가들과 멀리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해커들이 미국 해커들의 입장에 서 버렸다는 것이다. 양국은 이들 해커들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무지 애를 쓴 모양이다. 그러나 해커들의 치고 빠지는 전술 앞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것 같아 보였다. 한 중국인 해커가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언제든지 미국 정부의 컴퓨터 망을 마비시킬 수 있다. 지금 수행 중인 전쟁은 다만 무력시위 수준일 뿐이다"라고. 사실 이번 사이버 전쟁을 보면서 이 글을 쓰는 사람이 기분이 썩 유쾌한 것만은 아니었다. 구경 중에 '싸움구경'하고 '불구경'이 최고인데 무슨 소리냐고 할지 모르겠다. 이 글을 쓰는 사람이 속상해하는 것은 이번 전쟁에 우리나라 웹사이트들이 알게 모르게, 아니 모르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우리나라 웹사이트들이 임진왜란 때의 정명가도(征明假道)처럼 양국 전쟁에 공격루트로 사용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실제 사이버 전쟁이 우리나라와 중국이나 미국 같은 거대 국가와 벌어진다면 결과 또한 현실세계 만큼이나 참혹할 것이다. 전세계 최고의 인터넷 국가임과 동시에 전 세계 인터넷 국가 중 가장 인터넷 보안이 취약한 국가가 오늘날 우리나라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하루라도 서둘러 인터넷 보안을 서두르지 않으면 머지 않아 제집 드나들 듯이 드나드는 해커 등쌀에 하루라도 편한 날이 없을 것이다. 이것이 이 글을 쓰는 사람의 마음이 편안하지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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