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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6 | [문화저널]
2004 전주국제영화제 / 지역민을 동원의 대상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김영혜 우석대 교수ㆍ연극영화학과(2004-06-12 09:49:58)
<프로그램> ▲전주국제영화제는 대안과 독립, 디지털 영화라는 비주류적 주제들을 지지하며 여타의 영화제와는 차별화 된 모습을 보여 왔습니다. 올해 프로그램이 이러한 전주국제영화제만의 색깔과 내용을 얼마나 충실하게 반영했다고 보십니까. △올해 프로그램은 개인적으로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특히 평소에 보기 힘든 독립, 대안영화를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상영되었다고 봅니다. 전주국제영화제의 특성과 정체성 측면에서 보자면 올해 프로그램은 진일보한 면모를 보여줬고, 전주국제영화제만의 색깔을 성공적으로 살려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시네마 스케이프’와 ‘쿠바영화 특별전’, ‘영화보다 낯선’, ‘플름메이커스포럼’ 등이 주목할 만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시네마 스케이프’가 아시아를 넘어 유럽 등으로까지 시야를 넓힌 것은 부산영화제와의 차별화 면에서도 긍정적이었다고 봅니다. 쿠바영화특별전은 혁명 직후의 선전영화에서부터 최근 영화까지를 보여주며 공산권 국가의 시대흐름을 관통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영화보다 낯선’은 다양한 실험영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였고, ‘필름메이커스포럼’ 역시 의미있는 기획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전주국제영화제가 마니아 선호 프로그램과 대중 프로그램 사이의 적절한 배분이 필요하다고 보시는지, 필요하다면 올해 얼마나 균형있게 진행되었다고 보십니까. △늘 이 문제가 전주국제영화제의 평가 기준이 되어온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문제 자체가 논의의 초점에서 빗나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전주영화제를 기획하면서 대안과 디지털을 내놓았을 때 지역 내에서 어떤 합의가 있었는지 반문해 보고 싶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고려 없이 흥행과 상업화만을 시비 거는 건 문제가 있습니다. 늘 지역민의 소외와 비대중성, 난해함 등을 이유로 너희들만의 잔치라는 비난이 있었습니다. 만일 지역적 합의 없이 전주영화제가 일방적으로 밀어부쳤다면 비도덕적인 처사입니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다시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할 겁니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있었다면, 굉장히 독특하고 좋은 영화제로서의 조건과 면모를 갖추고 있다고 봅니다. <지역과 축제> ▲전주국제영화제가 시민들의 호응과 지지가 없다면 생명력이 길지 못할 거라는 지적이 높습니다. 그래서 대중과 호흡할 수 있는 프로그램 확보도 중요하다는 의견인데요. △물론 그렇습니다. 하지만 대중 프로그램을 이야기할 때 그것이 도대체 뭔지부터 규정하자는 겁니다. 이번 전주영화제가 대중적이고 시민중심 프로그램이라고 내놓은 것이 야외 한국영화상영이었는데, 굳이 영화제가 아니더라도 대부분 영화와 비디오로 볼 수 있는 것들입니다. 안일하게 던져주기만 해서 해결하려는 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영화제의 성격을 견지하면서 대중성을 모색해야 합니다. 이 프로그램 안에서 얼마든지 대중성을 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정교한 섹션 구분과 홍보 등으로 대중성을 확보해야지, 스타나 상업영화로 영화제 성격을 희석시켜서는 안 됩니다. 전주영화제의 성격을 살린 섹션과 상영작 안에서 얼마든지 스타와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전주영화제가 관 주도의 축제여서 기대도 그만큼 높고 한계도 있다고 봅니다. 축제의 주체가 누가 되어야 할 것인지 근본적인 고민도 필요할 것 같은데요. △지역민들의 참여를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이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합의 도출과 치열한 접근방식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영화제를 주가 주도해 나가야 할 것인지도 고민해 봐야 할 문제입니다. 프로그래머는 전문인을 찾다 보니, 밖에서 공수해 올 수 있다고 칠 수 있지만, 전체의 운영이나 영화제를 움직이는 주체는 지역에서 확실한 주도권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관에서는 조직을 구축하고 시스템을 만들어놓는 선에서 그 의무를 끝내야 합니다. 지역민이 주체가 되어 조직운영과 소통, 상시프로젝트를 만드는 조직체계를 시급히 만들어내야 합니다. 영화제의 미래와 전체를 조망하고 움직이는 지역 브레인 집단이나 기획팀이 꾸려져야 한다는 겁니다. 이 팀이 결정권과 운영권을 쥐고 있어야 합니다. ▲영화제 행사진행팀과 전주시 사이에 약간의 의견차이가 있는 게 사실이고, 전주시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이기엔 행사 진행팀들의 심리적 반발이나 불만이 없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관이 지역민의 합의를 이끌어내고 접근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집행위원장과 프로그래머가 적극적으로 판을 꾸리게 해주지도 않아 보입니다. 그리고 행사 끝나고 나서는 팔짱끼고 감독하려고만 드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관이 해줘야 할 측면지원도 잘 이뤄지지 않아 보입니다. 게스트 의전이나 숙소문제 등도 행정의 측면지원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오히려 이런 짐을 프로그래머가 지고 있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장기적으로 볼때 인력 손실입니다. <운영과 홍보> ▲전주국제영화제가 5회를 맞으면서 운영 미숙에 대한 평가들이 보다 냉정해 진 것 같습니다. 무엇이 문제였고, 어떻게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앞서 언급한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보는데, 특히 영화제 조직을 움직이는 중심 주체가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크고 작은 실수를 재빨리 봉합하고 순발력을 발휘해서 일사분란하게 대처할 수 있게 하는 중심 조직이 있어야 합니다. 해외의전이나 게스트 숙소 문제 등 그때그때 문제가 발생했을 때,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조율하고 책임지고 해결하려는 사람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결국은 조직이 얼마나 효율적이고 유기적으로 움직이는가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올해 영화제에서 홍보 전략 부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홍사 상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보십니까. △홍보도 장기 계획과 전략이 필요합니다. 이번 영화제는 영화 상영편수가 대폭 늘어나 홍보가 쉽지 않았다고 하지만, 가까이에서 할 수 있는 실천노력도 부족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외부인은 둘째치고 지역민에게 얼마나 소홀했는지 뒤돌아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역 대학에 연극영화가가 많이 신설됐는데, 포스터 한 장 오지 않았습니다. 지역의 영화인력들에게만이라도 사전 홍보를 충실히 했더라도 훨씬 좋았을 겁니다. 영화제가 시작되기 전에는 전혀 배려하지 않다가, 영화제가 시작되고 나서야 사람이 없다고 학생들을 보내달라고 합니다. 지역민을 왜 동원의 대상으로만 보는지 모르겠습니다. 영화학도들에게 영화제는 아주 중요한 기회입니다. 저 역시 정보가 주어지지 않아 무엇이 중요하고 볼 만한 섹션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지역 영화인력이나 지역민들을 동원의 대상으로만 본다면, 이들은 결국 아웃사이더가 돼서 불쾌감이나 비아냥밖에 가질 수 없을 겁니다. 각 섹션의 특징에 따라 홍보 타깃도 달라져야 합니다. 또 지역민과 국내외 홍보팀을 따로 분리해 전문적인 파트로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축제 산업화가 화두입니다. 전주국제영화제 역시 이런 주문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축제 산업화는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리고 돈을 벌자는 이야기 아닙니까. 영화제는 문화행사인데 이를 산업과 연관지으려 하는 사고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문화사업은 당장 돈벌이가 되는게 아닙니다. 돈 이외에도 여러 가지 효과를 얻을 수 있고, 그것을 볼 수 있는 안목과 마인드가 필요합니다. 그래도 굳이 산업화를 하겠다면, 영화제 자체를 성공시키는데 기본적인 공력을 쏟아붓고, 그 다음 부수적으로 관광자원과 연계하는 사업을 모색해 볼 수는 있을 겁니다. 영화도 보고 전주와 전북지역을 둘러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관광버스를 운영하는 방식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것은 물론 영화제 자체에 대한 성공이 전제 되어야 합니다. / 김회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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