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5 | [문화저널]
<취재현장에서>
김회경(2004-05-23 14:48:56)
막노동꾼들을 보는 시선
이른 아침 6시, 모래내시장 복개도로에 위치한 모 인력공사 앞.
일자리를 찾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인력공사에 나온 일군의 남자들을 찾아갔다. 널찍한 인력공사 사무실 안에는 모자와 마스크를 한 남자들이 무표정하게 TV를 보고 있고, 자리를 잡지 못한 몇몇은 밖을 서성이며 쓴 커피를 홀짝이고 있다.
경계심 많은 이들은 모두 어디로 ‘차출’되어 나갈지 모르는 막노동꾼들이다. 하루하루 일터가 달라지거나, 혹은 일터를 잡지 못하고 공치게 될 이들. 비빌 언덕 없이 몸뚱이 하나가 재산인 이들에겐 구구절절 사연도 다양하다. 사업에 실패하거나 직장에서 쫓겨나 이곳으로 흘러든 사람들, 그리고 10대 후반부터 건설현장을 전전하며 막노동으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다.
테마기획에서 ‘일터’ 이야기를 해 보자고 했을 때만 해도 ‘노동의 신성함’이나 ‘일하는 사람의 건강함’ 등에 초점을 맞춰보려 했었다. 하지만 이들을 직접 대면하는 순간, 당초의 ‘계산’은 허무하게 빗나갔다.
스스로의 일터와 삶을 ‘인간 시장’ ‘하루살이’라고 말하는 이들, 사회에서 밀려나 밑바닥을 전전할 수밖에 없는 박탈감과 좌절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하루 빨리 이곳을 벗어나는 게 목표인 사람들에게 ‘일터의 소중함’이나 ‘노동의 가치’는 삶의 절박한 생존 앞에 놓인 이들에겐 사치에 지나지 않았다. 일터는 그 사람의 가치와 사회적 위치를 가르는 또 하나의 ‘계급’임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누군들 어느 한 순간, 목숨을 다해 열정을 쏟아 일터에 복무하지 않은 적 있었을까 마는, 이들의 ‘일터’는 매일매일 목숨을 위협받으며 ‘실질적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치열한 생존싸움의 전쟁터다. 몸으로 일하고 땀 흘리는 사람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어디쯤에 닿아 있을까. “내가 왜 마스크를 쓰고 모자를 쓰고 나오겠느냐”던 어느 막노동꾼의 한숨만큼만 와 닿아 있는 건 아닐까.
‘노동의 신성함’을 말하면서도 ‘계급’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며 그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주는 우리 사회의 모습은 위선의 허울을 벗어던지지 못한 미성숙의 단면이다. /김회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