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5 | [새책 및 새비디오]
새책소개
문화저널(2004-05-23 14:41:15)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최인호 지음, 여백 펴냄)
소설가 최인호가 어머니를 회상하며 쓴 자전적 가족소설이다. 작가의 성장시절에 있었던 소중한 추억들이나 부끄럽고 감추고 싶은 이야기들까지 솔직히 드러내놓고 있으며 늘그막에 치매에 걸려 온 가족을 안타깝게 했던 어머니와 그가 나누었던 사랑과 반목, 그리움과 용서의 고해성사가 펼쳐진다.
특히 사진작가 구본창이 ‘어머니’를 주제로 찍은 사진들이 함께 실려, 정상급 사진작가와 소설가가 이루어내는 어머니에 관한 이미지 앙상블이 독자로 하여금 아련한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최인호는 1945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서울고 2학년 재학시절 단편 ‘벽구멍으로’가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입선하면서 등단했다. 그 후 장편소설 『별들의 고향』, 『도시의 사냥꾼』등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출간,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여자 만세 1 ? 2』 (앨리슨 피어슨 지음 / 김민희 옮김, 화니북스 펴냄)
잘 나가는 펀드매니저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케이트. 그녀는 다섯 나라에서 걸려온 아홉 통의 전화를 동시에 받을 수 있고, 30분 안에 자신과 두 아이의 외출준비를 마칠 수 있다. 다른 여자들이 칼로리에 관심을 가질 때 그녀는 시간의 노예가 되어 1분 1초를 따져야 하고, 정신없이 일하는 와중에도 머릿속은 갖가지 일들에 관한 생각으로 가득하다. 앨리스 피어슨은 『여자 만세』의 주인공 케이트를 통해 일하는 엄마로 살아가는 현대 여성의 현기증이 날 정도로 심각한 피로감, 절망감 등을 통찰력 있게 포착해 낸다.
노골적으로 가슴만 쳐다보는 직장상사, 착하지만 무른 남편, 엄마 손이 절실히 필요한 두 아이들, 직장생활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시댁식구들, 이메일로 사귄 미국 애인 등. 일상의 관계에서조차 이리저리 치이는 보통 여자들의 일상을 신랄한 풍자와 재기 넘치는 문체로 그려낸다.
『오늘의 SF 걸작선』(브루스 스털링 외 지음 / 정은영?정혜정?최세민 옮김, 황금가지 펴냄)
브루스 스털링, 어슐러 르귄, 그랙 이건 같은 거장의 신작과 재기발랄한 젊은 작가들의 신작을 포함해 2002년 한 해 동안 여러 잡지와 웹진 등에 발표된 단편들 가운데 변화하는 현실과 과학을 가장 잘 반영한 작품 23편을 소개하고 있다.
근 미래의 경쾌한 사랑 이야기, 토성의 가장 큰 위성에서 벌어지는 지적 생명체와의 조우, 우주 정거장에서 펼쳐지는 슬프고도 무서운 연애담, 갈라파고스 제도의 우주 엘리베이터를 둘러싼 생태학자들의 싸움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들어있다.
특히 외계인이 차지한 모네의 걸작을 놓고 펼쳐지는 모험담, 외계 행성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지구인의 경험, 컴퓨터가 만들어낸 지성체 와의 갈등과 공존 등 미지의 세계를 개척하고 정복하는 대신 낯선 이들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이야기들이 주목할 만하다.
『금빛 기쁨의 기억-한국인의 미의식』(강영희 지음, 일빛 펴냄)
이 책은 지금껏 방치된 채 소외되어 온 한국인의 정체성과 미의식의 원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저자 강영희는 지금까지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여왔던 여러 가지 이데올로기에 대해 하나하나 짚어가며 반격을 시도한다. 정선의 <진경산수화> 해석 방식을 둘러싼 사대주의적 논의, ‘백의민족의 표상’에 담긴 식민사관 등 지금까지 이데올로기적 소산은 그에 의해 하나하나 해체된다.
지은이는 이 같은 이데올로기적 시선에 대한 대안으로 ‘취향’을 들고 나온다. 그것은 전체를 휩쓸고 나아가는 이데올로기가 아닌 다양하고 풍요로운 성찰의 계기를 제공하는 개개인의 자유로운 미적 취향이다. 과감하면서도 탄탄한 논의와 주제의식이 돋보이는 책으로, 저자의 다방면에 걸친 문화적 관심과 천착, 온갖 학제적 경계를 허무는 파격적인 비평이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