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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5 | [문화저널]
<사이버난타> 인터넷 상의 표현의 자유와 규제
김회경(2004-05-23 14:18:53)
<사이버난타> 인터넷 상의 표현의 자유와 규제 네티즌 ‘무한 자유’, 자정노력으로 빛내자 17대 총선을 앞두고 인터넷 상에서는 새로운 전쟁이 벌어졌다. 정치인과 수보자들을 놓고 패러디 열풍이 불어닥치면서, 명예훼손과 선거법 위반 등의 명목으로 패러디 작가들이 수사 선상에 오르고, 실제로 구속되는 사례까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뜨거운 공방이 이어졌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정부의 일방적인 규제와 모호한 기준에 대한 성토가 빗발쳤고, 일부에서는 온라인의 파급효과를 감안한다면 선거운동기간만이라도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정부가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해 무책임하고 일방적인 비방이나 모함, 인터넷 범죄를 규제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네티즌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다. 인터넷의 익명성을 국가가 제도적으로 규제한다는 것에 반감이 증폭됐기 때문. ‘인터넷 실명제’에 관한 논란 역시 네티즌들의 ‘표현의 자유’라는 주장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이번 총선 직전의 ‘패러디’ 규제 사안 역시 사이버 상에서의 표현의 자유가 어느 선까지 존중되어야 하는지에 관해 다시 한번 뜨거운 논란을 일으킨 사건이었다. 이번 사이버 난타에서는 사이버 상의 정치 표현과 규제라는 주제를 놓고 토론자들의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표현의 자유’를 국가가 나서 규제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에 공감하면서 책임 있는 발언과 성숙한 토론을 위해서는 네티즌 스스로의 정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신중론이 우세한 가운데 네티즌들의 ‘무한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급진파(?)도 있었다. 인터넷 상에서의 표현의 자유, 어느 선까지 보장되어야 하며 규제는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이뤄져야 할 것인지 논객들의 뜨거운 논란 속으로 들어가보자. 일시 : 4월 20일 화요일 참석자 : 이정현(36?남?전북환경운동연합) 김현상(32?남?인터넷 대안매체 ‘참소리’ 기자)나병재(31?남?만화가) 김현수(29?남?취업준비생) 진행?정리 : 김회경 기자 김회경: 다들 모이셨네요? 바쁘신데 시간 내주셔서 너무 감사하구요. 미리 말씀드린 대로 오늘 주제는 사이버 상에서의 표현의 자유, 어느 선까지 보장돼야 하나, 그리고 규제가 필요하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적절하고 효율적인지를 이야기해 보는 자립니다. 저희가 이 기획을 한건 총선 전인데요. 총선 직전에 ‘하얀 쪽배’라는 패러디 작가가 사이버수사대에 연행되면서 관심을 가진 겁니다. 다들 이 사건 알고 계시죠? 네티즌 사이에 공방이 많았는데, 어떻게들 보셨나요? 김현상: ‘하얀 쪽배’ 아이디 가진 사람이 경찰서에서 조사받는 장면을 보니까 웃음부터 나오던데요. 이정현: 전 사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인터넷 시사 풍자나 패러디에 관심이 없었어요. 김회경: 그럼 한번도 본 적이 없으세요? 이정현: 오마이뉴스나 프레시안 정도를 통해 본 건 있습니다. 김현수: 저도 본 적 있어요. 김회경: 정말 재기발랄에, 날카로운 분석이 빛나던데요. ‘하얀 쪽배’가 구속된 결정적인 이유는 권영길씨를 주인공으로 우호적인 패러디를 해서 사전 선거운동이라는 명목으로 붙잡혀 간 걸로 알고 있어요. 이정현: 민주노동당 약진에 기여한 죄? 김회경: 그렇죠. 이 사건 어떻게 보시는지 이야기 나눠 보죠. ‘하얀 쪽배’ 구속, 말도 안 된다김현수: 사실 실정법상으로 검토해서 구속했다고 하는데 그 기준이 좀 모호한 것 같아요. 김현상: 선거법이 표현의 자유를 막고 있어요. 사전선거운동이라고 해서 선거운동기간 이외의 정치적 표현에 법의 잣대를 들이 될 수도 있거든요. 이정현: 전주에서 찍은 영화 <대한민국 헌법제1조>를 패러디 한 것 같던데... 난 사실 득표에 도움이 안 될 패러디라고 생각했는데. 나병재: 그 사람 말고도 자기 개인 정보를 공개한 후 패러디 작품을 만들었다가 구속된 사람도 있지 않았어요? 김현수: 네, 그렇죠. 구속된 사람들 대부분이 실명으로 하다 구속됐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정현: 경찰의 일 계급 특진 욕심에 따른 실적주의로 여럿 사법 처리 되었죠. 김회경: 이번 토론에 사이버수사대 형사를 섭외하려던 중 안타깝게도 실패하고 말았어요. 흥미 있어는 하던데... 김현수: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그 위반사유 기준이 좀 모호하지 않나요? 나병재: 저는 기본적으로 그분들이 구속됐다는 것에 대해서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만... 김현수: 갖다 붙이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다르게 해석되는 뭐 그런거 아닐까 싶어요. 김현상: 위반사유 자체가 이상하죠. 패러디는 사실에 근거하지만 풍자 해학 같은 요소가 가미되는 장르인데, 차라리 패러디 자체를 수사하던지 해야죠, 그럼. 김회경: 내가 지지하는 정당, 얼마든지 의사표현 할 수 있는 문제인 것 같은데 인터넷이란 게 워낙 파급이 크고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공표’의 성격이 강해서 수사 명목을 끌어대는 것 같아요. 김현수: 맞습니다. 인터넷의 성격상 오프라인보다 더 철저하게 하는 것 같아요. 김현상: 선거기간에는 선거법 위반, 평소에는 명예훼손. 이런 것과 충돌되고 있는 것 같던데요. 김현수: 사실 지금까지 인터넷에서의 순기능보다는 부정적인 기능들이 많이 부각되지 않았나요? 지금 이런 일련의 사태들을 보더라도 말이죠. 김회경: 꼭 그렇진 않은 것 같아요. 네티즌들의 토론 활성화나 촛불시위 등등 긍정적인 네티즌들의 활동도 크게 보도되고 있고, 여론의 동향 역시 네티즌들의 이야기에 많이 의존하려는 경향도 보이구요. 나병재씨는 만화가니까 표현의 자유에 대해 조금 더 깊은 고민이 있으시지 않을까... ^^ 나병재: 저는 그런 창작물에 대한 표현의 자유를 떠나서 인터넷 상에서의 발언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인터넷이라는 익명성 때문에 벌어지는 해악 같은 것에 대해 말이죠. 김회경: 하지만 익명성 자체가 문제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요. 나병재: 네, 익명성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익명성을 갖고 무기를 휘두르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죠. ‘표현의 자유’엔 책임이 따른다 이정현: 인터넷 병폐가 크니까 규제를 하자는 논리로 이어지는 것은 위험한 발상인데요. 김현수: 수개월 전에 인터넷 실명제 논란이 있었죠. 이정현: 실명으로 글을 올리는 사이트가 늘어나고 있는데, 글쓰는 사람들이 부담스러워 해요. 일종의 자기검열이죠. 김현수: 익명성이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는 표현의 자유가 제약을 받는다고 많은 네티즌들이 반대했죠. 김회경: 부담은 좀 가져야 할 듯... 사실 댓글 달아놓은 것 보면 일부 네티즌들, 너무 무책임하고 일방적이고 그렇잖아요. 나병재: 전 진정한 표현의 자유를 위해서라면 자기 자신도 떳떳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김현수: 스스로 정화하도록, 즉 네티즌들이 스스로 적절하게 자기발언을 조절하도록 놔두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할 듯 합니다. 김현상: 사실... 어떤 표현의 자유도 허용한다면 이름을 밝히겠습니다. 나병재: 맞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름을 밝히면서 표현을 해야 하는데 전에 구속되었던 그 사람들도 자기 이름을 밝혔었죠. 자기의 패러디 작품이 떳떳하다고 생각되니까 그랬을테구요... 김회경: 이런 강력한 규제가 있으리라곤 예측하지 못했을 거예요. 나병재: 총선과 관련된 규제였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그 얘기보단 인터넷 상에서의 범죄에 대해 말하고 싶네요. 김회경: 인터넷 범죄요? 그럼 범위가 넓어지는데... 나병재: 뭐... 쉬운 예로 왜 정부에서 인터넷 실명제까지 도입하려 했는가.... 김회경: 예. 해악도 있지만, 긍정적인 효과도 있을 것 같아요. 인터넷은 이제 공공의 영역이 됐구요. 특히 학벌, 성별, 나이 따지는 이런 관료주의 사회의 편견을 깨뜨리면서, 혹은 의식하지 않으면서 내 의사를 마음껏 표현할 수 있다는 게 인터넷의 매력 아닌가요? 그래서... 표현의 자유는 당연히 중요한 덕목이 돼야 할 것 같은데요. 나병재: 표현의 자유는 굳이 인터넷이 아니더라도 낭만주의자들이 항상 외쳐왔던 것이고... 이정현: 사실 풍자는 권위주의에 대한 도전이어서 정치적 위기 상황에 활발했지요. 예를 들어 돈키호테가 패러디 문학의 효시로 당시 유행했던 기사도 소설을 비판한 것처럼 탄핵정국이라는 민주주의의 위기 상황에서 활발해졌다는 것이 이번 선거 과정의 특징인 것 같아요. 김회경: 선관위나 사이버수사대에서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런 인터넷 상에서의 정치 표현, 특히 선거기간 동안의 정치 표현을 어떻게 바라보고 규제할 것인지 스스로도 어떤 해법이나 지향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거죠. 인터넷이 급속도로 발전하다보니까, 오프라인에서의 제도적 판단이 이를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는 거죠... 제도에 의한 자율의지 제약, 문제 있다 이정현: 저는 표현력과 상상력이 21세기 경쟁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충분히 보장되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표현의 자유는 정치적인 의사표현이자 정치적 토론의 영역으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 외의 여러 폐해는 자율적인 자정작용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김회경: 자율적인 자정작용이라 함은... 이정현: 천편일률적이고 일방적인 기준을 적용하는 문제는 이미 여러 곳에서 지적되고 있잖아요. 예를 들어 실명제를 원하는 사이트도 생겨나고 있고 기윤실처럼 운동하는 곳도 있잖아요. 혼돈 속에서 상호작용으로 문제의 해결점을 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김회경: 좋은 말씀인 것 같아요. 그렇다면 정부의 제도적 규제는 문제라는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요? 이정현: 결론적으로 권력과 제도에 의해 인간의 자율의지가 제약되어서는 안된다, 너무 뻔한 결론인가? 나병재: 하지만 인터넷이라는 특성상 자유를 너무 많이 주었다고 해야 할까? 자유에는 책임이 뒤 따르잖아요. 김현수: 그 병폐들이 이미 많이 나와 있잖아요. 나병재: 너무나 많은 발언권이 주어졌죠. 김현수: 지금이 그 과도기가 아닌가요? 이정현: 개인적인 책임을 법과 제도의 문제로 상승시켜서는 안 될것 같네요. 김회경: 아니, 개인 책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사회정서를 해치거나 뭐 그런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은데요. 김현수: 네, 그렇죠. 김현상: 표현의 자유가 범죄를 유발시키는 건가요? 나병재: 그런 뜻이 아니고, 예를 들어... 저는 운전하면서 안전벨트를 안 맬 자유도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교통경찰이 강제적으로(?) 안전벨트 단속을 강화하다보니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률이 떨어졌다고 해요. 하지만 결국은 개인 책임의 문제가 더 크죠. 인터넷 상에서의 문화 의식 문제랄까? 갑자기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인터넷 세상이니 어느 정도 규제를 둘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이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세상에 대해 배워본 적이 없었거든요. 김회경: 규제보다는 네티즌 스스로의 정화노력이 더 중요하단 말씀이신가요? 나병재: 네, 맞습니다. 정화가 안 된다면 규제라도 해야 된다는 그런 뜻... 김현상: 제 느낌은 그냥 쓴소리 듣기 싫은 소리는 많이 할수록 좋다고 보는데요. 김현수: 궁극적인 정화로까지 이어지려면 이런 일련의 규제를 둘러싼 잡음들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김회경: 인터넷이 다각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하다고들 하잖아요. 그런데 정말로 그런가요? 인터넷 안에서도 정보력이나 탐색능력, 활용능력에 따라 계층이 나뉘어지는 것 같아요. 쌍방의 활발한 의사소통이 진정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봐야 할까요? 이정현: 제도권과 비제도권의 문제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김회경: 세대간의 차이도 있을 수 있고... 그것이 진정한 다자간 의사소통이 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미디어 평등권, 인터넷 안에서 얼마나 구현되고 있는지도 살펴봐야 할 것 같은데... 이정현: 새로운 미디어에 대한 기득권층의 반발 경계, 뭐 이런 것들이 끊임없이 인터넷을 규제하겠다고 나서는 것 아닌가 싶어요. 인터넷 ‘고자질’, 성숙한 의식 필요하다 나병재: 익명성이라는 것은 왠지 '고자질'과 느낌이 상통하는데요. 자기 자신의 이익에 맞게 소문이 변질되는 게 고자질 아닙니까. ^^ 이정현: 고자질이나 욕설이나 의사사표현으로 받아들이면 안 되나요. 나병재: 저는 예전에 어느 잡지에서 만화를 연재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 출판사 사이트 게시판에 무분별하게 만화평을 써놓고 가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무분별이라는 표현보다는.... 그저 한 작품을 매도하는 수준? 앞 뒤도 전혀 안 맞는 그런 비방 같은 것... 이정현: 그것 신경 쓰면 열 두번도 더 죽고 싶을텐데... ^^ 그래도 자신의 작품에 대한 평가나 관심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나요? 나병재: 그런 얘기라기 보단 저는 타 출판사 알바(아르바이트 학생)가 썼다라고 생각했는데..^^ 김회경: ㅋㅋ 나병재: 자기 이익을 위해서 누군가를 모함하고 고자질 하는 게 횡행하는 것 같아서, 그래서 인터넷 토론문화가 성숙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김회경: 네티켓 교육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그래서 나오는 것 같은데요. 우선은 인터넷 실명제를 제도적으로 결정한다면, 문제가 있다, 그 의견에 모두 공감하고 계신가요? 이정현: 예.. 나병재: 제도의 일방적 규제에 앞서 보다 성숙한 네티즌들의 토론문화가 뒤따라야 한다, 그거죠. 김현상: 토론문화가 꼭 성숙되어야 하는지... 저는 그냥 지금도 좋은데요. 이정현: 저도 비슷한 의견. 김회경: 상처 입은 사람들도 꽤 있고, 명예를 훼손당한 사람도 많잖아요. 규제 정도는 지금 현재의 수준을 유지하면 될 것 같다는 말씀이신가요? 김현상: 저는 욕먹을 짓을 안해야 된다고 보는 입장이에요. 스스로 켕기는 짓 하지 말자는 거죠. 나병재: 그 욕을... 너무 심하게 한다는 데 문제가 있죠. 자기 자신을 숨긴 채... 김회경: 이야기가 너무 뭐랄까, 단선적으로 흘러가는 느낌. 이정현: 벌떡증이 나네요. 개인적인 이야기 잠깐 괜찮을까요? 나병재: 네네... 중년의 패러디 작가를 보고 싶다 이정현: 제가 인터넷 풍자에 관심을 가진 건 대선 자객시리즈 때문이었어요. 우선 장편이어서 재미있었고 무협지가 주는 정치적 아이콘에 우리의 정치상황을 대비시킨 것이 재미있었어요. 간결한 대사처리와 패러디한 영화적 상황과 정치적 상황의 절묘한 중첩 등... 그런데 사실왜곡이나 감성적인 부분에 치우친 것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다른 분들은 어떠신가요? 나병재: 그것도 하나의 창작물이죠. 김현수: 패러디의 묘미는 시원하고 통렬한 비토에서 나오는 것 아닐까... 나병재: 신문이나 언론보도에서 나오는 '정확한 기사'가 아닌 그저 하나의 패러디 창작물... 그런 것에 대해서는 자유를 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정현: 사실 패스트푸드처럼 가볍지요. 따라서 책임도 가볍다고 봅니다. 김회경: 하지만 이런 감성에 치우친 정치 패러디가 이미지 정치를 더 심화시키는 것 아닐까 하는 우려도 없지 않아요... 내용 없는 이미지 정치는 문제라고 보거든요. 이정현: 이런 문제제기가 활발해지면 스스로 문제를 극복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운동이나 창작물도 활발해질 듯 합니다. 이정현: 패스트푸드가 슬로우푸드 운동을 만들어냈듯이... 문제 해결의 열쇠는 그 안에서 찾을 수 있겠죠. 김회경: 패러디 작가들이 대부분 20대 초반이나, 간혹 30대들이잖아요? 중후한 중년들도 좀 나서야 하는 것 아닌가? 젊은 세대들은 이미지나 감성, 영상 등의 다소... 가벼운 소재들에 이끌리기 쉬우니까 균형을 이룬다는 차원에서. 그건 어찌 보세요? 나병재: 중후한 중년들은 일단 인터넷과 친숙하지 못할걸요? ^^ 이정현: 상당히 어려울 듯... 영상과 언어를 해체하는데 익숙치가 않아서 감각은 있는데 몸이 안 따라주죠. 김회경: 우리는 재기발랄한 중년을 원한다!? ㅋㅋ 나병재: 왠지 감성에 치우치고 가벼울 가능성이 높은 젊은이들의 생각만이 전달되기 쉬운 곳, 인터넷이 그렇지 않나요? 아!! 저도 젊은인데 젊은이를 무시하는 발언은 아니었어요. ^^ 이정현: 인터넷 활용에 관한 세대간의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라는 낙관이 듭니다. 김회경: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말씀인가요? 이정현: 아뇨, 우리 어머니를 예로 들께요. 환갑이 넘으셨는데 한동안 학원에 다니셔서 인터넷과 이메일을 사용하시게 되었는데 얼마 되지 않아 관심이 시들해졌어요. 왜냐, 그들 세상에서 인터넷은 별다른 재미를 주지 못한 것 같아요. 재미로 서로 간에 메일을 보내는 것보단 마실가는 게 더 재미있고 편하니까... 김회경: ㅋㅋ 인터넷이 절대적인 삶의 도구가 되지는 않을 거라는 말씀이신 것 같아요. 이정현: 그 정리를 안했네, 죄송... 나병재: 저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도구가 될 거라고 봐요. 저 개인적 시각에서는 앞으로는 인터넷으로 모든 걸 해결하는 시대가 온다고 생각해요. 그런 데 지금 젊은층이나 중년층, 노년층이나 새로운 문화매체 인터넷 세상에 대해서는 다들 걸음마 수준이 아닐까 싶어요. 김회경: 주어지는 삶의 환경에서 의도치 않게 소외되는 것과 의식적으로 뭔가를 스스로 선택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라는 이야길 했던 건데요. 아무튼, 인터넷 상에서의 정치 표현이 우리 사회 토론의 영역이 되어가는 것 같은데요. 이것 자체의 무게는 어떻게 받아들이시나요? 앞으로의 전망도 좋구요... 쓴 소리?듣기 싫은 소리, 그냥 들어라 이정현: 사실 정치적 위기 상황이나 쟁점이 다양한 상황에서 많은 의견이 개진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보고 적극적인 토론의 영역으로 끌어들여야 합니다. 상상력과 표현력의 빈곤은 우리의 정치 수준을 낮출 것이라고 봐요. 이 과정에서 다소간 무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정치적 관심을 고조시키는 데는 크게 기여할 듯 합니다. 김회경: 네. 특히 젊은이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는 매개가 될 것도 같구요. 현상님과 현수님도 말씀... 거기 계시죠?~~~ 김현상: 네 있는데.. 특별히.. 김회경: 아고, 당황스러워... 토론을 제가 너무 재미없이 진행하나 봐요. 김현상: 이정현님이 말씀을 너무 잘하시니, 할 말이 없어요. ㅠㅠ. 우엉... 김회경: 선거기간동안의 정치표현은 오프라인보다 오히려 더 강한 감시가 필요한 것 아닌가 하는 의견도 있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어찌 보시나요? 다들 ‘하얀 쪽배’ 연행은 문제가 있다고 하셨는데요. 김현수: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우려스러웠던 것은 이번 정치 패러디 사건에서 보여지듯이 이미지 정치에 이번 패러디 파동들이 일조하게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점이에요. 김현상: 제가 볼 때는 ‘하얀 쪽배’ 연행만 보자면, 그럴 만한 사안이 아니던데요. 김현수: 사실 이번 총선에서도 선거법이 바뀌면서 합동연설회나 정당연설회가 사라지면서 사람들은 언론매체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는데요. 그래서 정책과 공약보다는 정당과 인물의 이미지로 판단할 수밖에 없었거든요. 얘기가 좀 다른 데로 흘러갔지만 아울러 그게 이번 총선의 조금 아쉬운 점이에요. 나병재: 이번 17대 총선에서 보여준 인터넷 정치표현은 객관성이 조금 미약한 것 같은... 탄핵의 영향이 너무 큰 탓이라고 봐요. 김회경: 현상씨는 연행해 갈만한 사안이 아니었다고 했는데, 나름의 기준이 있는 것 같아요. 김현상: 정치 패러디는 무한정 제한이 없어야 한다는 게 제 기본적인 생각이에요. 권력이나 대표자에 대한 쓴소리라고 생각하거든요. 패러디를 통한 그런 정치적 표현을 법으로 재단해 연행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봐요. 정치인들의 사생활이 아니고 ‘정치인’에 대한 표현이니까요. 사실 기분 나쁘라고 하는 소리니까요. 정신 차리라는 소리 아닌가요? 패러디가~ 김회경: 네... 우리나라 정치현실에 대한 비토가 패러디를 통해 좀더 적극적이고 활발하게 진행되었다는 성과론인 것 같아요. 이정현: 이미 선거법의 테두리 안에서도 조직적 개입이 아닌 단순 지지는 가능하다고 하는데요. 문제는 퍼 나르는데 있는 것 같아요. 인터넷의 속성을 조금만 이해한다면 퍼 나르는 것을 막는 것은 불가능하잖아요. 오히려 수사기관의 조사나 구속이 사건을 더 확대시키는 것 같아요. 온라인에 대한 견제라고 볼 수 있지요. 이미 오프라인의 풍자 수위를 보면 깜짝 놀랄 정도잖아요. 김회경: 풍자나 해학은 항상 과장이 있어야 재미있는 것 같아요. ^^ 조금씩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 같은데, 그만 정리 할까요? 나병재: 제 입장을 정리하겠습니다. 인터넷 정치 표현은 자유가 주어져야 한다, 대신 인터넷의 영향력이 매우 크기 때문에 책임 있고 수준 있는 정치 표현이 되어야 한다, 또 젊은이들만 참여하지 말고 중년, 노년층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그래야 세대간의 괴리가 생기지 않는다. 뭐... 여기까집니다. 김현상: 저도 네트워크 상에서 표현의 자유는 누가 주는 게 아니라 네티즌 스스로가 권리를 찾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이것이 무한정으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국가가 이를 규제하려고 한다고 봐요. 그렇지만 인터넷 상에서 우리의 권리를 무한히 누려야 된다고 봅니다. 그것을 마음껏 누리는 게, 우리의 책임이라고 봅니다. 규제는 우리가 논할 대상이 아니라 깨야 할 대상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김현수: 저도 정리를 하자면 인터넷에서의 표현의 자유는 폭넓게 누리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봅니다. 다만 지금과 같은 과도기적 시기에서는 적절한 규제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발언과 요구들이 많아지면서 다듬어지고 궁극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보는 거죠. 이정현: 풍자에 관한 환경학적인 고찰^-^을 마지막으로... 상상력의 표현 제한과 빈곤은 생물종 다양성의 빈곤과 다름 아니다, 생물종 다양성이 상실되면 종의 영역이 축소되고 포식자와 피식자 간의 관계 변화로 생태계가 단순화 되고 축소되는데 이러한 측면에서 상상력과 표현력의 제한은 문화적 다양성을 단순화 시키는 것이라고 봅니다. 문화적 단순성은 삶의 단순성 경쟁력의 단순성... 한마디로 재미없단 거죠. 끝. 김회경: 예. 귀한 시간 내주셔서 모두 감사하구요.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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